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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하루 일과의 모든 것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8.24 12:08조회 수 803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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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대로 드릴까요?”
“평소대로.”
바에 앉아 주문한 맥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큰 평면 TV에서 나오는 대학 미식축구를 시청했다. 바는 꽤나 한산했다. 뭐, 수요일 오후였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리라 기대할 시간은 아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날 일을 위해 집으로 곧장 돌아갈 것이며, 여기서 제공하는 그 독한 술을 마실만한 여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용한 바가 가지는 깔끔한 분위기가 좋았다. 공사장에서 겪는 힘들 일 후에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고, 특히나 그날 오후, 나에게 꼭 필요한 이완제였다.
왠 젊은이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올 쯤, 루는 나에게 맥주를 건네주고 있었다. 젊은이는 내 바로 옆 의자에 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는데, 너무 조용해 옆에 앉은 나마저도 듣기 힘들었다. 그는 온더락 위스키를 주문하더니 허공을 응시했다.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사낸 몇이 당구를 시작했고, 신나게 웃으며 테이블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알라바마가 터치다운으로 점수를 따내고 있었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내 옆에 앉은 놈에게 살짝 짜증이 났다. 그 날은 중장비 다루는 만큼이나 망치를 휘두를 줄 모르는 왠 신참 하나가 들어와 길고도 힘든 날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는 집에 있는 마누라에게 돌아가기 전에 한 30분 정도 내 맥주를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마누라가 거지같다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아파트 규모가 꽤나 작았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머리를 비우고 조용한 시간을 갖지 않으면 분명 집에 가서 불평할 것이었다. 내 아내는 그것을 정말이지 싫어했다. 그녀가 말하기를, 너무 부정적이라 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불평불만을 이 바에서 다 쏟아내야 한다. 나만의 생각 안에서 평화롭고도 조용한 방식으로. 그리고 왠 사내 하나가 이렇게 한적한 바에서 굳이 내 바로 옆 자리에 앉는 것은 분명 대화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날따라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알라바마가 다시 공을 가지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사내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의 외관은 꽤나 흐트러져 있었다. 아니, 꽤나 많이 흐트러진 모습이었는데, 마치 마누라가 우유 배달부랑 외도하는 장면을 잡고 온 사람 같은 꼬락서니였다. 그의 얼굴은 초췌하고도 창백했다. 그는 연신 손으로 자신의 갈색 머리를 넘겨댔다. 그의 머리는 영 내 스타일에서 조금 더 길었다. 그는 윤기가 나는 나무 카운터를 아주 빤히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는 마치 위스키가 제 목숨을 살리기라도 하듯 급하게 마셔댔다. 한 잔, 두 잔, 세 잔, 모두 건배. 위하여.
자 이제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술을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다. 공사장 동료들과 함께 작업 후 한 잔 하러 가면 언제나 한 소리씩 듣곤 했다. 그거 꽤나 신경을 긁는 상황이란 것을 아는가? 못 만큼이나 강하지만 내 술잔을 드는 순간 약간 계집아이 같아지긴 했다. 그러니까, 그 남자가 쉴새 없이 술을 들이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애초에 여기 온 목적이 있었지만, 왠지 이 사내와 대화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그는 마치 대화가 절실한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치 뭔가 그를 안에서부터 좀먹고 있는 느낌. 그리고 나 또한 스스로를 나름 성격 좋은 매력 있는 놈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따뜻하고 호감 가는 사람, 내 마누라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나에게는 옆에 앉은 이 사내에 대한 책임이 지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내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운을 뗐다. 내 망할 놈의 주둥아리를.
“일이 많이 힘들었나 보죠?”
“네,” 그는 여전히 테이블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바짝 긴장하기라도 한 듯 손은 잔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으, 별로 좋아하진 않는 버릇이었다. 꼼지락거리는 저 모습.
분명 그 순간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는 마치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이 사내에게 왠지 모를 유감을 느꼈고 그저 그렇게 조바심 치며 앉아있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죠.”
“이런 날은 없죠.”
조용히 그 말에 대한 설명을 기다렸지만, 그가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흠, 엿 먹으라지. 나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으니까. 소규모의 가족, 하지만 언제나 내 가족이다. 그냥 그만 두자 싶어 집에 가려는 순간, 그는 마침내 내가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사람이라 판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날이 더 올 거요.”
그의 어조는 정말 이상했다. 그가 보이는 어떤 외관보다 훨씬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나는 몹시도 빨리 맥주를 얼른 비우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분명 내 아내 세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꾸덕한 소스의 스파게티를 해줄 것이었다. 어디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쓰레기 같은 소스가 아닌 홈메이드로 말이다. 이처럼 내 마누라는 나에게 잘했다, 사소한 것도 언제나 그렇게 대접해 주었다. 내가 조금 더 감사의 표시를 해주어야 할 것들,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만 사내와의 대화를 끝내고 너무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떠나지 않게끔 유도했다. “흠, 그렇다면 그냥 그만 두지 그러시오?”
“내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왠지 모를 짜증이 작게나마 몰려왔다. 그의 체구를 살펴봤다. 그는 검은 정장과 넥타이를 하고 있었고, 셔츠는 빳빳했으며 신발은 반짝였다. 아주 고급이다. 아마 화려한 영업직이겠지, 포츈500같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계산이나 굴리는, 나같이 육체노동자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자 이제, 나는 정말 여기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당신은 분명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겠군요. 어디 한번 봅시다, 고급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당신이 매일같이 보는 나 같은 허접은 할 수 없는 일이겠죠, 흠? 실패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일들을 헤쳐오진 않았을 것 아니요, 안 좋은 날은 그저 안 좋은 날일 뿐이죠.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가요.”
물론 나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쯤은 알고 있다 생각했다. 누군가가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리고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고 있다. 이 남자는 그저 자신의 자존심을 한 풀 쳐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뿐이었다. 보통 자신감에 차있고 언제나 확신이 있지만 약간은 연약한 존재. 나에게는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부류였다. 아주 고심 끝에 얻은 직장에 내재하는 장애물에 걸려 아마도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잠시 그에게 우쭐대면 그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었다.
이 생각을 하는 동안, 잘났어씨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점점 크게 뜨기 시작했다. 그는 유리잔 위에서 놀리던 손을 멈췄다 – 아오, 다행이다 – 그리고 숨을 점차 크게 쉬더니 점점 입이 벌어졌다. 그는 사색에 깊게 잠겨 스스로의 정신에 길을 잃은 것 같았다. 루가 외상값을 이제 그만 갚고 썩 나가주기를 바라는 눈빛이 보였다.
“3달러.”
“맥주 하나에? 지금 나랑 장난까냐 이 흡혈귀 같은 새끼야.”
이는 우리 사이에 오래된 농담 같은 것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내 목소리 끝에 가시가 서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5달러 지폐 하나를 건네고 나섰다. 바에서 몸을 돌리자, 알라바마가 공을 더듬거렸고 그 사내는 내 팔을 잡았다.
“이봐요, 별거 아니었지만, 고마워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진정한 감사가 서려있었기에 나 또한 그를 향한 태도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이상한 놈은 아닐 지도 몰라, 그냥 나랑 조금 다른 사람이겠지. 그건 괜찮았다. 어쨌거나 세상은 그 같은 사람도 필요로 하니까.
내가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 긴 갈색 머리를 바라보며 내 혀 끝으로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의 대답을 예상할 수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절대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당신 하는 일이 뭡니까?”
그는 아주 약간의 긍지가 보이는 유감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지막 잔을 들이 부었고, 나는 위스키가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목소리가 더 쉰 사내들이 당구 게임에서 승을 거뒀다. 알라바마는 다시 공을 잡았다.
“난 장의사요. 오늘 내 첫 아이 방부처리 했지.”
 
 
 
출처 :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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