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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묘지의 낯선이들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5.08.29 13:30조회 수 784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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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있던 여자애가 제안하기를, 우리의 세 번째 데이트에는 와인 한 병, 노트북에 무서운 영화 한 편을 담은 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외진 곳에 있는 묘지에 가자는 것이었다. 공포영화 광으로써, 우리 둘 다 공포에 물리고 면역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에 두는 제안이야말로 정말 신나는 모험처럼 들렸다.
 
제안한 밤이 다가왔고, 그녀는 나를 태운 뒤 완전 옛날 공문서에 나와있는 묘지 하나를 향해 약 한시간 가량 오지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그 묘지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마침내 묘지라 생각되는 부분을 찾아 차를 대고 나서야 4.8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큼직한 덤불 뒤에 주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산이 우거진 시골길을 따라 더 갈만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밤공기는 시원했기에, 산책하는 길이 썩 나쁘지만도 않았다.
 
우리는 표시되지 않은 묘지를 따라 흙먼지가 그득하게 봉긋 솟은 산마루를 따라 걸으며 친흙탕이나 덤불 둘 중 하나에라도 빠지지 않으려 조심했다. 나무는 어둠으로 향하는 탁 트인  이중 언덕을 에워싸고 있었고, 수 세기는 족히 되어보이는 비석이 침묵에 잠겨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는 전혀 겁먹지 않고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노트북을 놓은 뒤 영화를 틀었다. 분위기는 미친듯이 오싹했지만 난 여전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리는 묘지 저 너머로 보이는 시골길을 따라 픽업트럭 한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차가 지나면서 나무 사이로 비추는 헤드라이트가 훤히 보였다 - 그날 우리가 본 차량이라곤 그 한대가 전부였다. 우리는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곤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 차가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 트럭의 헤드라이트는 특징이 있었기에, 분명 같은 차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흙먼지 이는 산등성이를 따라 그 차가 아주 천천히 묘지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헤드라이트가 우리 위로 비추자 둘 다 잠시동안 얼어붙었다. 트럭이 후진하는 것을 보아 아마 차를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묘지 입고 바로 앞에다 주차를 하는 것이 아닌가. 트럭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르 봤는지 확실하지 않았고, 그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난 이제 그만 가보자 말했고, 여자애도 오케이 했다. 우리가 물건을 다 챙겼을 쯤, 트럭의 불이 꺼졌다.
 
우리는 잠시동안 그렇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혼란에 싸여 가만히 서있었다. 트럭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우릴 봤을까? 이쪽으로 오려나? 그 입구 외 묘지에서 빠져나갈 길은 전혀 없었다... 언덕은 절대 건널 수 없는 늪으로 인해 둘러싸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헤엄쳐 빠져 나갈것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그렇게 탈출한다 한들, 이미 너무 많은 소리를 낼 것임을 알아차렸다. 우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이란 없었다.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고, 놀고 있는 손을 그녀의 손과 맞잡았다. 흙먼지가 있는 산마루를 따라 걸으며 우리가 신발 아래로 밟히는 낙엽들이 만들어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얼굴을 자꾸 찡그렸다. 우리가 가야하는 길가에 서있는 트럭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트럭 옆을 몰래 지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지나갔다. 한발 한발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조용하게. 트럭 안에 어떤 형체라도 존재하는가 보려고 했지만,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둘러보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칠흑같은 검은 밤 아래에 있었고,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이 여자아이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 뒤를 몰래 밟거나 따라오고 있게끔 만들었다...
 
마침내 우리는 트럭을 완전히 지나쳤지만, 기대했던 부분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우리의 공포심은 더 커져갔다. 트럭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단 말이야? 그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거야? 그 사람들도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어야만 했다... 그 말인 즉슨, 우리는 지금 거의 목숨을 내놓다시피 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느 말인데. 그것도 오밤중에 어딘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나는 여자애를 데리고 차로 가는 길을 안내하면서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 짱박혀 있는거야?
 
우리가 길을 따라 800m 정도 내려오는 도중 숲속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그리고는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그 순간, 우리 둘 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즉시 깨달았다. 트럭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우리 때문에 온 것이 전혀 아니었다 - 하지만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 우리를 그냥 보내주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우리 둘 다 엄청난 공포에 휩싸여 달리기 시작했고, 한 2, 3km 정도 달렸을 무렵, 그 트럭의 특이한 헤드라이트가 우리 뒤에서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녀를 붙잡고 길에서 몸을 피한 뒤 나무 사이에 있던 덤불과 진창 속으로 몸을 숨겼다. 허리부분까지 차오르는 진창에 갇혀 덤불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트럭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우리의 공포심 증대를 위해서인지, 트럭의 속도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 내가 담요를 떨궜구나! 길 옆에서 본 것이 틀림없었다!
 
트럭은 불과 1m 남짓 되는 앞에서 멈춰서더니 체감상 한 시간이나 되는 시간동안 멈춰 있었다. 어느 순간에라도 차에 있는 사람들이 당장 뛰쳐나와 우리를 잡으러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대신, 정말 놀랍게도 그들은 마침내 다시 차를 출발시키더니 도롤르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트럭에 붙은 번호판을 보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비춰대는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침내 차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자, 우리는 힘겹게 빠져나와 차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나에게 끔찍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그들이 우리 차를 발견했으면 어떡하지? 만약 그들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여자애에게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고, 우리는 결국 숨기 좋은 덤불 진창을 찾아 말 그대로 밤새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는 아까 총성을 들었다 - 이건 심각한 상황이었다. 우리 둘 다 핸드폰에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 우리에겐 옵션이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점점 우리가 더 안전하다 느낄 무렵, 우리는 점점 스스로가 더욱 바보같다고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 또 다른 이유도 있었을 수도 있잖아, 안 그래? 행여 숲 속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트럭에 타고있던 사람들이 우리 차를 찾아내지는 못했을 거야. 그리고, 만약 찾아냈다 한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우리를 기자리지도 않았을거 아니야, 왜 그러겠어? 2시간 동안, 우리는 숨어있던 차갑고 진저리나는 은신처를 빠져나가자 말했다 - 그리고 나는 아주 약한 소리, 그러니까 자갈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도로를 살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같은 트럭이 있었다 - 모든 불을 끄고, 엔진도 끄고, 밤을 따라 아주 천천히 굴러가는 그 트럭이 - 기다리고, 찾으려 애쓰며, 그리고 그 바보같은 것들이 스스로 포기하고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는 그 모습을 한 채로.
 
우리가 다시 안전하다 느끼고 나간 시간은 다음날 정오였고, 혼란과 겁이 가중된 상태로 다시 문명 세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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