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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비구니 스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

title: 하트햄찌녀2020.07.30 10:55조회 수 1634추천 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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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 전쯤에, 경남 양산에 있는 한 사찰에 현지 조사를 갔던 적이 있어. 

 

거긴 민간인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사찰인데, 

나는 현지 조사를 이유로 며칠 절 안에서 묵을 수 있었어. 

손님들이 오실 때 쓰는 외딴 건물에서... 혼자서 말이야... 

 

아무래도 수행 사찰이다보니 운영을 도와주시는 보살님 몇 분이랑

주지 스님, 수행하시는 스님들 밖에 안계시거든... 심지어 보살님들은 밤에는 댁으로 돌아가시고...

그래서 밤에는 정말 조용하고 무서웠어ㅠㅠㅠ (쫄보

 

결국 첫 날에는 밤새 숙소 작은 불을 켜놓고, 무서워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아침 공양할때 스님이 물어보시더라고... 밤 새 불이 켜져있던데, 잠을 못 잤냐고...

 

그래서 "아 제가 너무 겁이 많아서요ㅠㅠㅠ 바람 소리가 무서워서 잠을 잘 못잤습니다"했더니

스님께서 너무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부처님의 도량 안에서 뭐가 무서우십니까 하하하" 하시는거야...

 

근데 나는 진짜 역대급 쫄보라 "ㅠㅠ그래도 밤에는 조금 무섭네요" 했더니

진짜 무서운 얘기를 해주시겠다면서ㅋㅋㅋ 그 사찰에서 내려오는 얘기를 해주셨어.... 

 

 

--

그 산 꼭대기에는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공군 부대가 있었어.

그래서 스님들이 사찰을 오가는 길에 군인들을 마주칠 때가 많았대.

 

어느 날 스님 두 분이 밖에 외출 하셨다가, 늦은 밤에 산 길을 걸어 올라가고 계셨대.

 

스님들은 천천히 걷고 계셨는데, 뒤에서 군인 두 명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대.

 

그러다가 스님들과 군인들의 속도가 비슷하게 맞춰지면서

서로 인사도 하고, 밤길이니까 말동무 하면서 같이 걸어 올라가기로 했대.

 

넷이서 이것 저것 이야기하면서 걸어 올라가다가

산길이다 보니, 말하면서 걸으니 숨이 차서 중간에 잠깐 쉬기로 했대.

 

스님들이 바위에 앉아 잠깐 쉬는 동안, 명상을 시작하신거야.

수행 중인 비구니 스님들이라 그런지... 그 잠깐 동안에도 명상을 하셨나봐.

 

그런데 스님들께서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군인들이

"어? 스님들? 어디가셨어요? 왜 갑자기 사라지셨지?"하면서 본인들을 못 찾더라는거야.

 

스님들이 그때서야 안거야. 그 군인들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산을 떠도는 영혼이라는 걸.

 

스님들이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비우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더니

그 영혼들의 눈에는 스님들이 안보였던거지

 

스님들은 너무 놀라가지고, 그 군인들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사찰로 돌아오셨대...

 

 

 

--

라고 웃으면서 주지스님이 얘기 해주시는데, 그 날부터 잠 더 못자겠더라... 

 

결국 매일 밤을 핸드폰 후레쉬 켜놓고 잘 수 밖에 없었어...

 

심지어 사찰에서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방 불을 끄고, 어두운 산 속에서 혼자 건물을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방 불 켜놓고 짐 다 빼고 건물 앞에서 어쩌지 발 동동 구르고 있었더니

 

주지 스님께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살님..." 하시고는 올라가서 직접 불 꺼주시고

 

서울로 올라가는 내 손에 '일체유심조'라고 써있는, 자그마한 부처님이 그려진 책갈피를 쥐어주시면서

자꾸 무서운 생각을 하니까, 무서운 마음이 드는 거라고... 이거 보고 좋은 생각 많이 하시라고 해주셨어...

끝...!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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