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검은 즙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09.10 12:33조회 수 564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재떨이 위에 수북이 얹은 담뱃재 밑에 진득이 고인 검은 국물이 입 벌린 아귀처럼 갈라진다. 
수진은 끓어오르는 구역질을 간신히 쓸어내린 후 씁쓸한 뒷맛이 남은 목구멍을 헛기침으로 씻어내렸다. 
정신을 차리고 재떨이를 다시 응시한다. 
그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재떨이의 정체는 시어머니의 주둥이다. 
하지만 검은 국물은 그대로 입천장에서 혓바닥까지 끈끈한 포물선을 그리며 늘어져 있다. 
그건 허상이 아니다. 

' 아, 제발. 숟가락 입에 넣지 마세요, 어머니…. ' 

" 자아~ 우리 장군님~ 맘마 들어갑니다- " 

수진은 세상이 무너지는 심정에 입술을 으스러지게 깨물었다. 
시어머니가 귀여운 손주 이유식 먹이는 게 그 정도로 경기할 일인가, 
그 말만 놓고 보면 흠 잡을 데가 없다는 건 수진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차마 재떨이를 치워버리진 못했다. 
하지만 수진은 똑똑히 바라본다, 
축축하고, 끈적거리고,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저 검은 즙의 동굴 사이로 들어가는 은빛 숟가락, 

'하압!' 

윗입술이 아랫입술을 덮으면 앞니 두 개가 '딱' 소리 내며 쇠붙이에 붙는 소리, 
잠시 뒤 미뢰를 긁으며 쑥하니 동굴을 빠져나오는 숟가락 앞뒷면에 드문드문 묻어나오는 검은 줄무늬. 

' 제발, 그 더러운 숟가락으로 애 밥을 주시면 어떡해요…. ' 

" 아앙- " 

뭣 모르는 아들은 둥지 속 새끼 새처럼 입을 쩍 벌리곤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달라고 아우성친다. 

" 옳지 옳지 내 새끼, 할미가 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지요~ " 

" 짭,짭- " 

시어머니가 한 번 빨아댄 숟가락이 퍼낸 이유식이 그대로 아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이제 맛이 있고 없고를 알기 시작한 어린 아들이 이유식을 깨끗이 핥으면 분명 들어갈 땐 있었던 숟가락의 검은 줄무늬가 
사라진 채로 돌아왔다. 수진의 표정은 갈수록 엉망으로 일그러진다.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전전긍긍하는 건 그녀가 며느리인 탓이다. 
데굴데굴, 제자리를 못 지키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줄곧 시어머니의 주둥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주의 입에서 나온 숟가락에 살짝 묻은 이유식을 꼭 자신의 입으로 한 번 쪽 빨아야지만 
소독이 된다고 여기는지 매번 쪽쪽 숟가락을 입으로 빨아대는 시어머니의 습관.

쭈~웁! 
입술이 빨판처럼 숟가락에 붙어 끈질기게 구석구석을 핥는 소리가 난 뒤 마지막 숟갈인 듯 바닥을 긁어대는 소리가 나고, 
수진은 마지막 한 술에마저 묻어나온 검은 즙을 쳐다보며 아무도 몰래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저건 아니야, 아무리 친할머니가 주는 거라지만 이제는 못 참겠어. ' 

" 다 먹었다~! 만세~! " 

" 깔깔! " 

방실방실 웃는 아이의 빨간 두 볼에 시어머니의 뽀뽀가 쪽쪽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검은 입이 숟가락을, 그릇을, 마침내 아이의 볼을 범벅으로 만들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억지로 빙긋 미소를 짓곤 있었지만 수진의 마음속 또한 검게 상해있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도 이어진 마음은 결국 발화점을 넘어섰다. 

" 자기야, 자기가 말씀 좀 드려봐. 진짜 더는 안 되겠어. " 

" 글쎄. 자기가 너무 예민한 거라니까. 우리 엄마가 애 밥 주는 습관이 그런 거지. 할머니가 손주 
이유식 주던 숟가락 빨 수도 있는 거지. 나도 그런 식으로 키우셨을 거 아니냐. 나 이빨 튼튼해. 알잖아. " 

" 아직 다 나지도 않은 애 이빨 걱정 때문에 이러겠어? 아, 뭐, 그래, 그것만 쳐도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넘겨. 
내 말은, 기분 탓이란 게 있잖아. 어머니 치아 많이 안 좋으신데 굳이 그걸 꼭 입으로 빠신 다음에 이유식 
떠먹이는 거 별로 위생적이지가 못 하잖아. 오죽하면 내가 이래? 나 나쁜 며느리 만들지 마. " 

" 엄마 입이 그렇게 더러워? 그렇게 보기 싫어? 아주 치워버렸으면 좋겠어? 그 입으로 나 키워내셨어. 
나 아픈 곳 하나 없잖아. 위생은 대체 어디까지 해야 위생인데? 무균실에 애 키우면 뭐 건강하게 키우는 건가?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 먹일 거 하나 없고 갖고 놀 장난감 하나 없어. 왜 그렇게 깐깐해. 엄마가 이래저래 
간섭해서 그래? 조금만 배려해달라고 부탁했잖아.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모셔올 때까지만 해도 지극정성이더니, 
왜 갈수록 불만이 하나둘씩 늘어나. "

" 자기는 그럼 어머니가 숟가락 빨던 거로 이유식 주는 게 신경 안 쓰인다고? " 

" 애가 아프면 아프다고 울고, 애가 싫으면 싫다고 울겠지, 근데 안 그러잖아. 나도 그렇게 자랐다니깐?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유일한 낙이 손주 아들 보시는 건데 유모라도 부리듯이 깐깐하게 이거는 하세요, 
저거는 마세요, 일일이 쏘아붙여야겠어? 당신보다 수십 년 앞서서 나 사람으로 키워내신 게 엄마야. 
아들 걱정하는 당신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너무 극성이야. " 

" 우리 아기 입이 무슨 찌개 냄비야!? 쭉쭉 빨던 숟가락 넣고 휘휘 저어대는 찌개 냄비냐고! " 

" 아, 왜 소리를 질러! 밖에 다 들리게. 별것도 아닌 거 두고 성을 내고 있어. 
우울하면 외출이라도 좀 나가. 엄마가 집에서 애 보시는데 두 사람이 애 하나 본다고 붙어있을 건 뭐야. " 

수진이 화를 버럭 내도 남편은 차분한 말투를 이어갔지만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문제는 그대로였다. 
똑똑, 노크 소리에 괜히 큰 소리를 낸 수진만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 무슨 일 있는 거니? 밥 먹어라. 찌개 끓였다. "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시어머니의 목소리에 남편이 넥타이를 끌러 벗어던진 뒤 먼저 방을 나서고, 
수진은 마른 침만 바짝 삼키다가 주저하며 방을 나섰다. 

" 우리 아들 고추장찌개 좋아하지? 애미야, 이게 고추장찌개다. 한 번 맛 좀 봐라. " 

" 아- 네, 어머니. 냄새가 아주 좋아요. " 

" 엄마 고추장찌개 대박이지, 다른 반찬 필요 없어, 음음! " 

냄비 받침 위에 보글거리는 고추장찌개가 놓이자마자 남편의 밥풀 묻은 숟가락이 쑥 하고 들어섰다. 
뒤적뒤적! 돼지고기와 두부, 어슷 썰어 넣은 대파가 범벅되며 구석구석을 드러냈다. 

" 나도 한술 떠보자. 아이고. " 

시어머니가 어김없이 숟가락을 쭉 빨아당긴 뒤 숟가락을 그대로 냄비에 찔러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찌개를 보며 '이야'하고 벌린 입안 윗니 아랫니에 검은 띠가 흘러내릴 듯 말듯 
아슬아슬한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수진은 찌개보다 그 모습이 신경 쓰여 숟가락을 들 수 없었다. 

" 애미야. 입맛이 없니? " 

" 자기 왜 그래, 안 먹어? 먹어봐, 진짜 예술이야. 흡- 하- " 

한 술 크게 입에 떠넣고 쩝쩝 소리를 내며 입에서 두부를 으깬 뒤 뜨거운 숨을 불어 내쉬는 남편. 
맛있게 먹는 모습에 자극되었는지 시어머니도 숟가락을 다시 쪽 빨아당기고 숟가락을 쑤셔 넣는다. 
달그락 달그락, 찌개 냄비가 숟가락 폭격을 당한다. 
얼마만큼의 침이 들어갔을까, 
얼마만큼의 즙이 들어갔을까, 
수진은 밥 한술에 물김치 한 점을 억지로 씹은 것 말곤 더는 식사를 하기 힘들었다. 

" 찌개가 맛이 없나 보다. 집집이 입맛이 달라서 그래. 애미가 도통 찌개를 안 뜨네. " 

작게 뜬 밥을 먼저 비운 시어머니가 일어서며 한 마디를 식탁에 얹자, 
수진은 그제야 찌개를 뜨지도 그렇다고 밥을 그만 먹지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야 말았다. 

' 자기 정말 왜 그래! 이제 한 가족끼리 같은 찌개 먹기도 싫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 

목소리를 들릴 듯 말 듯 낮춘 남편의 핀잔이 디저트로 식탁에 깔렸다. 
잊을 때쯤 나오는 코스요리로 치면 아주 적절한 시기겠지만, 
시어머니의 푸념 뒤에 남편의 핀잔이 나온 건 결코 좋은 코스가 아니었다. 
고객의 항의가 빗발칠만하다. 
잠시 뒤 아들을 포대기에 업은 시어머니가 동네 산책을 나가자 미적지근하게 넘어갔던 
식사 전의 한 판에 비로소 시작종이 울렸다. 

" 뭐가 더러운데! 대단한 귀공녀 납셨네, 당신 집에선 찌개를 각자 덜어 드셨나 본데, 그래, 
우리 집 야만스러워서 미안하다, 가족끼리 정답게 찌개 한 술 같이 드시려고 한 우리 엄마가 구식이지. " 

" 내 입장은 이해하려고 한 번도 안 하면서 나는 무슨 어머니 쫓아내려는 악녀로 만들고, 
당신 왜 이렇게 찌질해졌어? 마마보이 기질도 정도껏 해! " 

" 찌질하다고? 진짜 돌았어?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쓸쓸하실까 봐 모시자고 할 땐 언제고, 
마마보이? 아들이 엄마 챙기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으냐? 우리 엄마가 에이즈 환자야? 
뭐가 그렇게 더러워서 고추장찌개 하나 같이 못 먹어주는데! 이유가 뭐야! 입 더러운 거 빼고 더 있어? " 

" 자기야, 자꾸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만 몰아세우지 말고 나랑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좀 해줘! 
왜 그래, 왜! 왜! 왜 자꾸 사람 나쁜 년 만드느냐고! 엄마도 당신 엄마지만 나도 당신 여자야! " 

" 나 당신이 한 요리 다 맛있게 먹었고, 입에 좀 안 맞아도 맛있다고 한 적도 있어, 
나도 당신하고 맞춰 살려고 노력한 거지 그게! 근데 당신은 당신 하던 대로, 당신이랑 안 맞는다고, 
시어머니 찌개에 숟가락 한 번 안 댈 수가 있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다 맞춰주는 게 머리 맞대는 거야? " 

" 아, 진짜 답답해! 아! 그만해, 더는 말 안 할래. " 

" 뭘 말을 안 해! 이참에 아주 결론을 짓자고. 왜 찌개 안 먹어? 말해봐! " 

" 그만하자. 이제 소리 지르기도 지쳐. " 

" 왜 찌개 안 먹어! " 

" 그만해. 좀! " 

" 맛있는데 왜 안 먹어, 엄마 입 더러워서? 숟가락 막 들락날락하면 더러워서 그러냐구우! " 

" 진짜 좀 닥쳐! 당신은 당신 먹고살던 엄마 품이라 오케이 오케이, 예스맨으로 살 수 있는지 몰라도 
난 아니야! 지금껏 당신 자라온 방식이라 이거지? 좋아, 내가 본 어머니 방식이 뭔지 보여줄게. 
지금 빨리 냉장고 열어! 가서 열어봐! 내가 몇 번 얘기했지만, 당신 쳐다본 적도 없어. 결론짓자고? 
좋아, 내가 내린 결론이 뭐길래 고추장찌개 하나 못 먹어주는지 당신 눈으로 직접 보라고! " 

" 뭐, 뭐.. " 

주춤거리는 남편의 멱살을 잡다시피 한 수진이 냉장고 앞으로 그를 데려갔다. 

" 열어봐! " 

" 그…. 그래. " 

남편이 냉동실 문을 열자 우르르 검은 비닐봉지가 쏟아졌다.

" 우앗! " 

" 처음 열어봐? 당신 아이스크림 먹을 때도 눈치 못 챘어? " 

" 아니…. 난…. 살림엔 신경 안 쓰니까. 그냥 아이스크림 꺼낼 때도 몇 개 떨어지긴 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냉동실이 비좁아졌지? 이게 다 뭐야? " 

" 내가 냉동실에 쓸모없는 거 안 놔두는 성격인 거 알아, 몰라? 이게 당신 어머니 방식이니까 
무탈하게 된사람으로 잘 자라나신 도련님께서 하나하나 뜯어봐! " 

" 아…. 알았다고. 손 좀 놓고 얘기해. " 

수진이 씩씩거리며 손을 떼자, 남편이 구시렁거리면서도 한풀 꺾인 기세로 비닐봉지를 하나씩 뜯었다. 
냉동 돼지고기. 대파. 조개. 오징어…. 그러고도 냉동고에는 아직 봉지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 잠깐만. 이게 다 어디서 온 거지? " 

" 어머니 오실 때 온 거야.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던 것들이 다 이런 거야. " 

" 이 대파랑 돼지고기, 아까 찌개에 들어있던 거 아니야? " 

" 당연하지. 어머니는 냉동실에 한 번 넣으면 절대 안 버리셔. 몰랐어? " 

" 이 대파랑 돼지고기, 아버지 살아계실 적에 우리가 사 갔던 거 아니야? " 

" 맞아. 당신이랑 나랑 직접 골라서 사 갔던 그거 맞아. " 

" 그럼 이게 일 년을 넘었단 말이야? 일 년 지난 걸 먹어도 되는 거야? " 

" 왜 나한테 물어봐. 맛있다고 호호 불어가며 먹고 살아있는 거 보면 먹어도 되는 건가 보네. " 

" 이. 일단 알았어. 뭐 냉동식품이니까. 그래, 이게 뭐! 살림 아끼는 거지. 
나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먹었더라도 봐, 괜찮네! 원래 아낀다는 게 다 그런 거야. " 

" 고추장. 냉장실에 있어. " 

" ... " 

남편이 냉장실 문을 열고 한눈에 보기에도 테두리가 눌어붙어 찐득거리는 고추장 뚜껑을 힘겹게 열었다.


" 으악~! 이게 뭐야! " 

곰팡이가 보글보글 피어올라 도저히 양념이라곤 볼 수 없는 수준의 고추장. 
숟가락으로 이리저리 치운 다음 맨 아래에 그나마 남아있는 검붉은 양념을 긁어낸 흔적이 남아있었다. 

" 설마 방금 이걸로 끓이신 거야? 미친 거 아냐? " 

" 말이 심하네. 어머니 찌개가 최고라더니. 저 고기랑 이 고추장으로 낸 국물에 밥 한 그릇 비워놓고. " 

" 아, 씨발, 진짜 토 나오네. " 

" 맛있다더니? " 

" 아, 진짜 좆같네, 아-, 이걸 내가 먹었다고? 당신 안 말렸어? " 

" 당신 어머니한테 내가 어떻게 대들어? 당신 키운 방식에 내가 어떻게 토를 달아? 
냉동실도 어머니 해오신 대로, 육아도 어머니 해오신 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 키우신 방식으로 
맞춘 거야. 당신이 나한테 맞췄다고? 나도 그 정도는 충분히 맞춰드린 거야. 근데 난 그렇게 안 자랐거든. 
당신은 이게 좋다며? 당신 아들도 똑같이 이 방식대로 먹이고 키우면 되는 거지? 난 당신 부인이니깐. " 

" 아, 미친! 당신은 원래 유통기한 지나면 다 버렸잖아, 그래서 난 그냥 그대로 하는 줄 알았지. " 

" 이제 와서 무슨 관심? 엄마 방식 엄마 방식 하면서 내 방식은 극성 엄마 콤플렉스로 치부해놓고. 
나 당신 어머니 방식에 다 맞췄어.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로 보였겠지. 숟가락 빠시는 거, 
난 못 참겠어. 그것만큼은 못 맞춰드리겠다고. 내 새끼는 그렇게 키우기 싫어. 알겠어? " 

" 아. 진짜 엄마 너무하네. 이거 다 버려! 버려! 당신 말이 맞았어. 진짜 더러워 죽겠네, 
아니 돈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래! 우리가 거지야? 무슨 거지도 안 먹을 걸 끓여서 먹고 있어! " 

남편이 냉장고와 냉동고를 동시에 열더니 고추장부터 시작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식품은 모조리 버리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와르르, 수진도 그 정도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딩동, 시어머니가 귀가하는 초인종 소리에 수진이 문을 열고 난처한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맞이했다. 

" 날이 제법 덥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애비 소리 아니니? " 

" 네…. 어머니. " 

" 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 " 

" 엄마! 이게 다 뭐야! " 

" 아유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애기 놀랜다. 먹는 걸 왜 다 꺼내놨어, 녹으면 상해! " 

" 상한다고? 미친 소리하지 마, 죽은 지가 일 년이 넘은 고기가 무슨 먹는 거야, 줘도 안 먹는 거지, 
다 갖다버려! 그리고 이 고추장! " 

평소 엄마바라기로 살던 남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몹시 자신을 타박하자 
충격을 받은 듯 시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 미친, 이거 봐! 엄마! 이게 사람 먹는 거야? 여태껏 이런 거로 나 찌개 끓여줬어? 
아 진짜 더러워서 그동안 먹은 찌개가 넘어올라 그래! 왜 그래! 우리가 거지 거렁뱅이야? 
먹을 게 없어? 오늘 고기도 예전에 수진이하고 사 갔던 그 고기 맞지? 그게 언제껀데 지금 먹어! 
살림하는 줄 알았더니 온 식구 식중독 안 걸린 게 다행이야, 이유식은 뭐로 만들었어? 
아 생각하니까 열 받네, 엄마 앞으로 애 이유식 먹이지 마! 그냥 노인정이나 가고 여행이나 해 이럴 거면! " 

" 자기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 

" 가만히 있어 봐, 엄마! 이제 살림은 그냥 수진이한테 맡겨, 며느리 잘하니까 그냥 엄마는 쉬어, 
아무것도 하지 마. 며느리 놔두고 엄마가 극성이야 왜. " 

" ... " 

제자리에 주저앉은 시어머니의 입이 우물우물 떨리더니, 검은 즙이 턱을 타고 흘렀다. 

" 꺼윽! 꺼윽!- " 

자신의 수십 년 살림 방식이 통째로 그 결과물로부터 부정당한 탓인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조차 그렇게 심한 통곡은 들어볼 수 없었다. 

" 꺼윽! 꺼윽! 아이고, 으이고, 꺼으윽, " 

생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팔다리를 휘저으며 우는 시어머니의 목 언저리가 검은 즙으로 젖어있었다. 
다 내려앉은 잇몸에 들어찬 퀴퀴한 고름 냄새가 녹아가는 음식재료 냄새와 함께 슬며시 피어올랐다. 

" 울긴 뭘 울어! 엄마 편하게 지내라고 말한 거야 그냥. 울지 마세요. 예? " 

" 자기야…. "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남편, 
어느새 아기를 품에 안고 남편 옆에 달라붙어 안절부절못하며 따라가는 수진. 
그렇게 부엌에 남은 건 엄청나게 쌓여있는 검은 비닐봉지와, 
검은 즙으로 홀딱 젖어버린 늙은 여인 하나. 

ㅡ 

그 뒤 남편은 신경질적으로 시어머니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이유식은커녕 아이에게 뽀뽀조차 할 수 없게 했다. 
엄마표 밥이 최고, 엄마 방식이 최고라던 남편치곤 뜻밖의 변화였기에 수진은 오히려 당황했다. 
시어머니의 표정은 갈수록 침울해졌고, 언뜻 보면 그림자라고 여길 정도로 어두워져 갔다. 
시어머니 입안의 검은 즙을 보기만 해도 밥맛이 떨어진다며 남편은 같은 밥상에 앉기조차 꺼렸고, 
그 바람에 반찬 몇 개와 고추장을 양푼에 덜어 안방에 들어가 혼자 비벼 먹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처량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수진은 남편을 몇 번 타일렀지만, 사실 은근히 좋아하는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집안일의 주도권을 찾아오고, 자신의 방식을 남편으로부터 인정받았으니까. 
다시는 검은 즙이 아들에게 닿는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흘러가던 일상 속의 어느 날 오후.

" 어머니, 저 애기 데리고 키즈카페 좀 다녀올게요. 좀 쉬고 계세요. 청소 빨래 하실 필요 없으세요. 
세탁기랑 청소기 다 있고 며느리가 모시는데 그런 거 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저희가 편하게 모시잖아요. " 

" 알았다. "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어머니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텔레비전에 나오는 요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진 또한 개의치 않고 아기와 함께 집을 나섰다. 늘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있었으니까. 
간만에 키즈카페에 이웃 엄마들과 모여 육아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시어머니 뒷담화도 조금씩 하고, 
드라마, 백화점, 홈쇼핑, 여행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차 싶어 시계를 바라보니 남편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 불고기 재워놨는데, 얼른 가야 구워 먹이겠네. ' 

" 저녁 시간이 다 됐네, 다들 집에 갈 시간 아니에요? " 

수진의 말에 그제야 모두 허둥지둥 짐을 챙겨 서로의 집을 향해 흩어졌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버스 탈 필요도 없이 걸어서 도착한 수진은 문을 곧장 열고 들어섰다. 
시어머니가 집을 지키고 계셨으니 문이 잠가져 있을 일도 없었다. 

" 어머니, 저 왔어.. " 

... 

바닥이 검다. 
웬 그림자 하나가 두둥실 떠올라있다. 
흡사 커다란 재떨이 같기도 하다. 

" 꺄아악! " 

째질듯한 비명에 품에 안긴 아들이 놀라 우엥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수진은 가까스로 아들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쳐다보니 떠올라있는 게 아니라, 
줄에 매달려있는 저 검은 덩어리는…. 
어딘가로부터 흘러나온 검은 즙으로 뒤덮여있는 저건…. 

시어머니. 

" 아으…. 어머니…. 어윽. " 

또옥~ 똑! 
발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검은 즙이 바닥에 차고 차서 바닥을 검게 물 들이고 있었다. 
한 발만 더 나섰다간 검은 즙을 그대로 밟을 지경이었다. 

" ... 여보. " 

뒤에서 들려온 넋이 빠진 목소리에 수진이 고개를 홱 돌려보니 말 그대로 넋이 나가버린 남편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시어머니의 주검을 쳐다보고 있었다. 

ㅡ 

" 아유~ 우리 아들은 엄마가 좋은 옷만 입히고 좋은 것만 먹여서 이렇게 예쁘장하지? 
얼른얼른 자라서 엄마랑 아빠랑 놀이공원도 가고~ 여행도 가고 하자~ 뽀뽀~ " 

" 당신도 참, 애 귀찮게 왜 그래~ " 

압바, 아압빠, 점점 엄마 아빠 소리를 하려 드는 귀여운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행복한 하루. 
어머니의 쓸쓸한 죽음을 장례 치르고 나서 한동안 죄책감과 우울감이 집안에 서려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하루하루가 찾아왔다.

아내의 '믿을만한' 살림에 만족하는 남편, 
마마보이 대신 오로지 자신과 아들만 바라보는 남편에게 만족하는 수진, 
요즘은 더욱이 아들도 대견하게 밤에 울지도 않아 훨씬 육아가 수월해졌기에 부부의 삶은 더욱 즐거웠다. 

" 우리 밑의 밑에 층 사는 부부는 아기가 우리보다 삼 개월 더 먹었다는데 밤마다 그렇게 울더래. 
우리 애기는~ 이렇게 밤에 조용하게 코- 자니깐 엄마랑 아빠가 너무너무 고마워요~ " 

" 엄마가 잘해서 그런 거지. 난 이제 당신 살림 아니면 못 살겠어. " 

" 치, 오글거려~ " 

" 이렇게 애 키우는 게 즐겁고 쉬운데 우리 하나 더 만들까? " 

" 어우~ 됐어~ 잠든 애 깨잖아. " 

" 뭐가 깬다고 그래, 이리 와봐- " 

점점 다시 달아오르는 부부 사이 덕분에 두 사람이 한참을 뒹굴다 잠에 빠져들고…. 

잠결에 언뜻 꿈을 꾸었을까, 
새벽에 깨어 갈증을 느낀 수진이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향했다. 
정수기에서 찬물 한 컵을 받아 천천히 들이킨 뒤 방으로 들어가려던 수진은 문득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 괜히 기분이 이상하네. ' 

등 뒤로 언뜻 검은 형상이 잽싸게 지나가는 걸 본듯한 느낌. 
어두운 밤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니 사물이 괜히 으스스하게 보일 수도 있는 거라고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보게 되는 사람의 심리에 수진이 고개를 슬며시 돌려보자,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뜻밖에도 거실 바닥에 왠지 다른 부분보다 더 짙은 어둠이 깔렸단 걸 깨달았다. 

" 읏. " 

뭘까, 밤이라서 어두운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주위의 어둠보다 특별히 더 검고 진한 이 바닥은…. 
그 날 검은 즙을 뒤집어쓴 바닥이기에 잊어버리고 싶은 그 날의 장면을 떠올리게 해 더욱 신경이 쓰였다. 

" ... " 

혹시 아까 지나간 검은 형상이 만약…. 

" 아냐, 아냐. "

낮게 읊조리며 수진은 뒤돌아섰다. 말도 안 돼. 
하지만 그 역시 찰나에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고개를 돌릴 때 뒤에서 스멀스멀 일어선 검은 형상. 

" 아니야, 아니야. "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겁에 질려 뇌까리는 수진의 눈앞으로 검은 형상이 자신을 통과했다. 

" 흐이익..! " 

돌아가는 것도, 스쳐 가는 것도 아닌, 
앞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 그대로 뒤에서부터 자신을 통과해 
안방으로 향하는 검은 형상을 보며 수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형상이 안방으로 자신보다 먼저 들어갔다. 
아들과 남편이 자는 안방…. 

만약 저 형상이 수진이 생각하는 존재가 맞다면.. 제발, 제발, 
수진은 아무 일이 없기를, 
될 수 있으면 이 모든 현상이 자신의 착각이었기를 바라며 주춤주춤 안방으로 들어섰다. 

"…. 읍. " 

제발 사라져라, 사라져라, 기도하며 들어온 수진은 자신의 입을 급히 틀어막았다. 
어둠에 적응된 자신의 시야에 확실히 들어온 그림자.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잠든 아들을 토닥토닥 재우고 있었다. 
몹시 조심스러운 손짓, 그림자의 입가가 움찔움찔 거리는 건 흡사 할머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연상시켰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수진이 벽을 더듬거려 불을 켰다. 

휙, 
그 잠시의 찰나에 검은 자취를 흘리며 형상은 어디 있었느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으읔 거리며 남편이 찌푸린 얼굴로 일어났다. 

" 뭐야, 아침이야? " 

" 아…. 아니, 물 마시고 오다가 실수로 불을 켰네. 미안. 아직 새벽이야. " 

" 어우…. 뭐야. 깜짝 놀랬네.. 불 꺼줘. " 

" 응. 더 자…. " 

안방 문을 닫으며 불을 끄고 남편의 옆에 누웠지만 수진은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안방 문을 그대로 통과하며 검은 그림자가 다시 어둠 속에 안방을 찾을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아이를 토닥거리며, 잠든 자신과 남편을 위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안정을 취할 수 없었다. 

설마 아이가 밤마다 울지 않은 이유가….
아니야,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해, 
하지만 자신이 본 건 무엇이란 말인가, 
수진의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밝도록 이어졌다. 

" 그럼 다녀올게. 당신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 아니.. 근데 자기야, 우리 저 바닥. 리모델링하면 안 돼? " 

" 왜? 어디 잘못됐어? " 

" 그런 건 아닌데…. 저번 일 있고나서.. 자꾸 어머님 생각이 나서.. " 

" 그래. 알았어. 알아볼게. 오늘 퇴근하면 같이 알아보자. " 

" 고마워. 잘 다녀와. " 

" 응. 애기 보느라 늘 수고해줘서 고마워. " 

남편이 문을 닫고 나가자, 뜬금없이 창밖에 뜬 해가 구름에 가려져 거실이 어둠에 잠겼다. 

"…. " 

아니야, 지금은 낮이야, 
그리고 그 모든 건 내 착각이었을 거야, 꿈이었을 거야, 
하지만 좀처럼 거둬지지 않는 어둠은 수진에게 돌아보라고 끈질기게 명령하고 있었다. 

" ... " 

수진이 천천히 고개를 거실 쪽으로 돌렸다. 
어두운 거실에 퀭하니 떠 있는 검은 그림자. 
거실 바닥에 스며든 검은 즙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게 분명했다. 

" 아악! " 

검은 형상이 점점 바닥으로부터 키워져 수진을 덮어버릴 만한 크기로 자라났다. 
해일처럼 점점 자신을 키워 수진에게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피해 수진은 급히 거실 불을 켰다. 
스윽, 어제처럼 순식간에 형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멀쩡해 보이는 바닥. 수진은 결심하곤 창고 어딘가에 쑤셔 박아둔 공구상자를 꺼내 들었다. 
쩌적, 쩌적, 내려치고 뜯어대며 장판을 끝에서부터 열기 시작했다. 

" 흐읍, 이게 뭐야.. " 

장판을 뜯어내자 회색 시멘트 바닥에서 끈적하게 떨어져나오는 검은 딱지들.. 
이건.. 분명 시어머니가 죽을 때 흘린 검은 즙이 분명했다. 

" 웩, 우웨엑. " 

아들이 침대에서 울어댔지만 거의 광기에 의지해 장판을 뜯어내고 있는 수진에게 
아들의 울음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 꺼져, 이 집에서 꺼지라고, 시꺼먼 즙이나 줄줄 흘려대고, 당신 도움 필요 없다고, 
살림은 내가 다 한다니깐? 응? 혼자 뒤졌으면 곱게 저승으로 갈 것이지! 응? " 

수진은 겁을 먹다 먹다 겁 자체를 삼켜버렸는지 허공에 대고 귀신이 들으라는 듯 저주를 퍼부었다. 
결국, 장판을 모두 들어내 버렸다. 
검고 끈끈한 딱지는 거실을 따라 부엌 앞에서 멈춰있었다. 

" 흐흐흐! 드디어 쫓아낸다, 망할 년! 우린 이미 행복하니까 제발 사라져줘! " 

수진은 바닥의 딱지를 벅벅 긁어낸 다음 쓸어담아 장판과 함께 구겨버렸다. 

" 어디 보자, 우후후, 어디 갖다버리지? " 

급하게 아이를 둘러업고 수진이 장판을 둘둘 말아 두 손에 안았다. 
곧 집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ㅡ 

" 그냥 버려선 안 돼, 그냥은 안 돼, " 

누가 보면 미친년이라고 욕할만한 그림이었다. 
아기를 업은 젊은 엄마가 웬 장판을 둘둘 말아 가득 안고는 부릅뜬 눈을 하고 중얼중얼, 
수진은 골목을 돌고 돌다 마침내 온갖 잡쓰레기를 한꺼번에 태우고 있는 공사장에 이르렀다. 

" 저기요, 이것 좀 같이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 

" 이거 연기 많이 나는 거 아닙니까? 태우다가 괜히 경찰 오면 얘기하기 힘들어요. 그냥 가세요. " 

"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좀 태워주세요. " 

" 아 거참, 그럼 직접 태우시던가요. 거의 다 태워가는데 와서 이러면 어떡합니까? " 

" 부탁해요. 부탁합니다. 안 그러면 저 죽어요. 저 죽어요! " 

실성한 사람처럼 부릅뜬 눈, 
한숨도 못잔 수진의 눈은 충혈된 데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기미까지 잔뜩 내려와 있어 귀신보다도 섬뜩할 지경이었다. 

" 놔, 놔두고 가세요.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히히! 살았다! 감사합니다! " 

" 가, 가세요, 가라고! " 

" 흐흐흐, 살았다! 살았다...! " 

" 원 미친년을 다 보네. 어이구. " 

불 속에 던져진 장판이 점차 쪼그라든다. 
그 사이 사이에 있는 검은 알갱이들이 장판과 함께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무시무시하게 피어오른다. 
검은 재와 연기가 뒤섞여 바람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어느새 점점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다. 

" 아, 김씨! 뭘 더 넣었는데 그렇게 연기가 많이 나? 그러다가 걸리면 벌금 자네가 낼 거야? " 

" 반장님 죄송함다, 아니 그게 미친 여자가 왔다 갔어요. " 

" 하여간 뭘 믿고 시키질 못해요. 어휴! " 

반장이라는 남자가 김씨를 몹시 타박하며 돌아서고, 김씨는 분을 못 이겨 혼잣말로 화를 삭인다. 

" 씨발새끼, 자기는 뭐 잘한다고. 연기가 많긴 뭐가 많아, 다 탔구만, 빨리 타는구만. 개새끼. " 

김씨가 작업화로 남은 불씨를 이리저리 짓이기고, 
어느새 공중에 흩어진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스멀스멀, 
얼핏 보면 사람 같은 형태를 이루더니 어딘가로 스며들어버렸다. 



ㅡ 환상괴담, '검은 즙' 끝. 


자연보호해요~~

    • 글자 크기
건망증 (by 여고생너무해ᕙ(•̀‸•́‶)ᕗ) 검은 커튼이 쳐진 고시원 1 (입실) (by 익명_89d6c4)
댓글 0

댓글 달기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3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