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심판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9.21 22:01조회 수 718추천 수 1댓글 1

    • 글자 크기


 

자신의 사상신조가, 자신이 꾼 꿈에 의해 뒤집힌다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뿌리깊은 사형찬성론자다.

사람을 죽인 죄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으로 밖에 변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죽이려고 매일 망상하고 있던 때에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부모를 죽인 후,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어떻게 할까, 나는 몇 번이고 시뮬레이트하고 있었다.

 

분명 나는 손을 내밀어주는 인권파 변호사들의 유혹을 뿌리칠 것이다.

그리고 수사측의 구형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국가에 의해 달게 죽임을 당할 각오였다.

그것은 남겨진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이룰 수 없는 부모에 대한 복수이며, 내게 갱생의 의지가 없는 이상,

위험한 살인범을 또다시 사회에 풀어놓지 않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법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꿈을 꾸었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TV를 보고 있자니, 어떤 뉴스가 눈에 띄었다.

최근, 현저히 늘고 있는 소년 범죄의 흉악화가 보도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중고생들에게 총을 유통해주고 있는 듯 했다. 그 중고생들의 범행 방법은 이렇다.

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다가가, 통행인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고 달려서 도망친다고 하는 방법.

그리고 억울한 일반 시민이 소년소녀들의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제물이 되는 것이다.

그 사건의 핵심적인 문제는 범행 동기가 유쾌범인만큼, 그 처치 곤란한 악질성에 있다.

총은 꽤나 나돌고 있는 듯해서, 이미 몇 사람인가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보도를 보고서, 내 안에 있는 정의감이 끓어올랐다. 무차별 살인을 벌이고 있는 범인이,

아직까지 체포되지 않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을 것을 상상하고, 나는 분개했다.

 

[왜 잡히질 않는거야…사형이라고. 내가 현장을 목격했다면 절대로 잡아냈을 텐데…]

 

답답해하던 나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얼마안가서 외출해 거리를 산책하기로 했다.

범행현장을 목격하기만 한다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근처의 슈퍼마켓에 다다랐을 무렵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다.

중학생으로 생각되는 소녀가 자전가를 타고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 멀찍이 보였다.

 

[자전거…소녀…혹시, 저 여자아인가!? 아니, 가만있자. 하지만, 아직 어리다고…게다가 여자아이다.

…아무리 그래도 의심이 지나치다. 저건 자전거에 탄 평범한 소녀다. 그게 틀림없어.]

 

하지만 나는 만일을 위해, 바로 그늘진 곳에 숨을 수 있을 위치를 확보하면서 주의 깊게 소녀를 관찰했다.

 

[투타타탕!!]

 

다음 순간, 서브머신건의 총성이 거리에 울려퍼졌다.

눈앞에 쓰러지는 한 여성, 대량의 피가 지면을 적시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을 일으키며 공포로 인해 도망치려고 갈팡질팡하는 주민들. 달려 도망치는 소녀.

 

틀림없이, 저 소녀가 쏜 것이었다.

 

[제길!! 놓친건가!]

 

분함이 얼굴에 배어나왔다. 현장을 목격한 나는 그늘진 곳에서 숨는게 고작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권총이었다면 재장전중에 쫓아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서브머신건에는 손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은 확실히 기억했다. 경찰에게 가자. 나는 범인을 목격한 중요한 증인이 된 것이다.

 

조사를 받은 나는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조사상황은 어떻게 되었죠? 언제까지 사태를 방치할 생각입니까!]

 

경관은 약간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 근시일 내에 행해질 작전개요를 살짝 알려주었다.

그것은 소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매복하여 총을 소지하고 있는 아이들을 일제검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오늘은 얌전히 자택에서 근신하고 있어 줘.]

[예, 알겠어요.]

 

하지만, 나는 대답과는 달리 마음 속에선 이 작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애초에 이 작전은, 상대의 머릿수에 따라선 현장이 혼란스러워져 범인을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을 휴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도주를 꾀하는 소년소녀들을 전원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을 거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소녀…내 눈 앞에서 발포한 그 소녀만은 반드시 체포해 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소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가 현장에 가는 것으로 어쩌면 체포에 협력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당일, 은밀히 경찰의 단속 현장을 시찰하기로 했다.

 

── 그날, 경찰 진형의 약간 후방에 몸을 숨긴 나는 작전이 결행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검거해!!]

 

구령과 함께 일제히 검거가 시작되었다. 벌벌 떠는 중학생들을 새하얀 연막이 둘러쌌다.

 

[스모크 그레네이드!? 제길…어렵게 됐군]

 

과감하게 연만 속으로 뛰어드는 경관들. 한편, 혼란을 용케 빠져나와 도주에 성공하는 아이들.

내 생각대로잖아. …그러고 있으니, 그곳에 예의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튀어 나왔다.

총을 휴대하고 있다. 틀림 없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경관은 소녀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지 않았다.

여기서 소녀를 놓치면 끝이다. 나는 순식간에 노상에 굴러다니고 있던 총을 손에 쥐고, 자전거에 뛰어올랐다.

소녀를 확보하려면 여차할때를 위한 호신용으로서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한 행동이었다.

 

자전거에 올라타 소녀를 추적하는 나.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소녀.

 

[멈춰---!! 멈추지 않으면 쏜다!!]

 

큰 소리로 소녀에게 설득을 시도해 보아도 전혀 들으려하지 않는다. 상당히 오랜 시간 질주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설득도 소용이 없어 도주하는 소녀가 서브머신건의 총구를 나에게 향했다.

이대로 가만히 총에 맞을 수 밖에 없는건가. 아니…그렇다면 차라리.

 

[알겠냐, 이건 정당한 심판이다. 그날, 너는 죄없는 사람을 죽였다. 네 목숨으로 죄를 갚아라!!]

 

나는 총을 소녀의 머리를 겨냥해 발포했다. 소녀가 탄 자전거는 거꾸러지듯 쓰러지고, 소녀는 노면에 내팽개쳐졌다.

자전거에서 내려 조심스레 다가가 본다.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지면을 피가 적시고 있다.

 

[해냈어, 해냈다고. 드디어 심판을 내려줬다.]

 

틀림없다. 나는 소녀의 절명을 확신했다.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그 소녀의 신체를 느긋하게 시간(視姦)하면서, 점차 냉정함을 되찾은 나는, 자신이 범한 일의 중대함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경찰의 작전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관할 외의 장소…

그곳에 본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지명수배범중 한사람인 소녀의 사체가 굴러다니고 있다. 게다가 사살당한채로.

 

경찰이 저렇게나 신중해져서 한사람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도록 작전을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그 수고를 쓸모없는 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대체 누가!?

 

누구라니… …나다…나밖에 없다. 아니, 아니야. 이건 정당방위다.

쏘지 않았으면 내가 살해당했다. 틀림없이 그렇다.

하지만, 이 손에 있는 총, 이건 어떻게 되는 거지!? 일본에선 위법이라고.

총을 쏜건…역시나 나다. 즉, 이건 내 책임인 문제인가!?

 

[아…아니야…이건 내가 아냐. 내가 한게 아니야. 그래, 이건 경찰이다. 경찰의 실수인거야.

경찰이 소녀를 놓치지 않았으면 이런 결과가 되진 않았을거야. 하핫…나는 무관계하다고.

애초에 나는 현장에 없었다고! 그래, 내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 나는 계속 집에서 근신하고 있었다고.]

 

당황하며 총에서 지문을 지워내고, 나는 현장을 뒤로했다.

 

귀가하고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서, 오늘 있었던 일을 냉정하게 돌아본다.

 

[생각해 보라고. 애초에 경찰이 일제검거를 한 것은 나의 정보 제공에 기초한거잖아.

게다가, 지명수배범이 죽은 것은 내가 사살했기 때문이다. 아아…맙소사, 모두 내 책임이다…]

 

자신이 범한 죄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한 나는, 그날 종일 떨림이 멈추지 않아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크큭…뭐가 정의냐. 나따윈 위세가 좋던건 처음 뿐이고

위험해지면 태연히 책임회피를 하는 최악인 자식이잖아…빌어먹을…]

 

그렇다. 소녀 살해현장이 누구에게도 목격당하지 않은 이상,

이대로 가면, 이번 일은 확실히 경찰의 실수라는 걸로 마무리 되는거다.

내가 이대로 무덤까지 사건의 진상에 대해 입다물고만 있으면, 모든건 경찰의 실수가 된다.

나 스스로도 자신의 몰인정함에 기가막혔다. 완전히 공권력에 기대고 있으면서 곤란해지면 모르는 척.

궁지에 몰리면서 알게된, 인간으로서의 그릇. 그 자질. 자신의 본성.

최악의 인간이다. 나는 최악의 인간이다. 인간실격이란 단어가 무겁게 머리를 짓누른다.

 

──다음날, TV뉴스를 보았다.

 

생각했던 대로다. 어제 사건으로 경찰이 매스컴에게 털리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깊이 머리를 숙여 사죄하는 경찰 간부들.

원래는, 저렇게 매스컴 녀석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은 나일 터였다.

그것을, 당치않게도 나는 국민의 면전에서 추태를 보이는 것을 싫어한 나머지, 경찰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도망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신문이나 매스컴이 모여서, 소녀를 사살한 경관의 성명과 그 처우에 대해서 공표하라고 요란을 떨고 있다.

현행범이라고 해도 성인을 향해 경관이 발포하는 것 조차 문제시되는 현대 일본 사회에서,

미성년을, 그것도 중학생 소녀를 쏴 죽인것이니,

국내의 온갖 논객이 일제히 경찰의 비난 쪽으로 기운 것이다.

게다가 이 심상치 않은 보도 방식은 대체 뭐란말인가…솔직히 이정도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뉴스의 경찰 간부는 씁쓸한 표정을 억누르며 이렇게 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은 아직 소녀를 누가 사살했는지 까지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시급히 사실 관계를 조사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사실관계를 조사한다고!?

가만있어, 잘 생각해 보는거야. 내게 실수가 없었는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는거다.

이대로 조사가 계속될 경우,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

 

우선, 경찰은 경찰 내부를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금방 깨끗하다고 단정할게 틀림 없다.

왜냐하면, 소녀를 사살한 경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경찰은 소녀를 죽인 동기가 있는 인물을 수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녀의 교우관계에 대한 진상조사다.

소녀의 얼굴을 알고 있고, 게다가 그 날 이후 행방불명이 된 인물을 수사선상에 올릴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도 곧 죄가 없다고 판정된 것이다.

 

왜냐하면, 가령 그 혼란에서 도망간 행방불명자가 있다고 해도 중학생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 따윈 그 수가 한정되어있다.

친구와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거나, 지인의 집에 얹혀사는 등, 언젠가는 도주처의 기록 하나하나가

그들의 사건 당일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관계자의 증언을 더듬어 가면 언젠가는 죄가 없다고 판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남은 용의자는 나 하나가 된다. 나는 소녀가 저지를 범행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고,

경찰에게 소녀의 체포의뢰를 부탁해올 정도로 강한 정의감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그날, 경찰의 충고를 무시하여 외출한 내가, 여세를 몰아 그녀를 살해하기엔 충분한 동기가 있다.

 

이 “목격자”와 “충분한 동기”라고 하는 2개의 조건이 붙어있는 이상,

반드시 조사선상에 내 이름이 올라간다. 그것만은 의심할바 없는 진실인 것이다.

 

[완전히, 몰려버렸나…]

 

대번에 몸의 체온이 내려간다. 오한이라고 해도 좋다. 어떻게 하지, 지금 당장 도망칠까!? 아니, 아니야.

여기서 내가 행방불명이 되거나 하면, 그거야 말로 [제가 범인입니다]라고 경찰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은게 아닌가.

도망칠 방법이 없는거다, 이 이상은. 얌전히 단념하자. 도망간다고 해서 나의 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그럼, 몇 년이나 될려나. 수감생활은.

그렇지…모처럼이니, 마지막으로 바깥의 공기라도 마셔 두자, 오늘은 맑으니까.]

 

바깥은 햇빛이 눈부시다. 그러고 보면 햇빛은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신기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물들기 시작한 신록이 이렇게나 새파랗고, 그리고 상쾌한 향기를 내고 있었다니,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어울리지 않게 거리의 풍경을 음미하고 있자니, 교차점 앞에 검은 옷의 남성이 부자연스럽게 이쪽을 주시하는게 보였다.

왔나, 생각보다 빨랐네. 교차점을 다 건넜을 무렵 세명의 남성에게 둘러 쌓인다.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경찰의 신분을 확인할 것까지도 없다. 이것이 내 인생의 종착점이다.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남자에게 안내받은 곳은, 거리 한켠에 있는 창문이 없는 작은 건물. 경찰서가 아니다. 파출소도 아니다. 여긴 어디지?

안내받은 대로 실내에 들어가니, 그곳이 영안실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두움 방에 있는 한 대의 침대. 그것을 천정의 조명 하나로 비추고 있다. 침대의 위에는 사체가 하나.

얼굴에 하얀 천이 덮여있었지만, 신장이나 머리카락의 길이로부터 그것이 예의 소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침대의 옆에는 감식하는 의사로 생각되는 백의의 남성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완전히 감정이 북받쳐 무심코 소리쳤다.

 

[이런 짓을 해서 어쩌자고! 아아 그래, 이건 틀림없이 내가 죽인 소녀다. 그건 인정해.

하지만, 이런건 나를 경찰서에 데려가 준다면 얼마든지 진술해 줄거라고. 체포하기 충분할 정도로.

게다가, 사체의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면, 감식반이 찍은 얼굴 사진을 진술 재료로 쓰면 될 일이잖아.

그걸 이런…이런식으로, 내게 소녀의 시체 자체를 보여주는건 대체 뭐가 목적인거야!!]

 

필사적으로 이 수사의 이상성을 호소해 보았지만, 나를 둘러싼 남자들은 그것을 무표정한채로 조용히 바라보았다.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소녀의 죽은 얼굴을. 소녀를 죽인건 나다. 내가 죽인거다.

이 손으로.

그러니까, 어떤 심판이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도 받아들일 각오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부탁이니까 어떤 표정으로 죽었는가 같은거…난 알고싶지 않다.

 

[그럼, 확인해 주십시오]

 

백의의 남성이 조용히 하얀 천을 치웠다. 소녀의 맨얼굴에 천천히 빛이 비춘다.

 

나의 뺨에 굵은 눈물이 흘렀다. 이제는 멈출 수가 없는 이 눈물이,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는 일 없이, 그저 흘러내린다.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합니다…정말로…정말로 죄송해요…당신을 죽인건 저입니다…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으아아아아!!!]

 

그녀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 얼굴은 굉장히 부패하여 검녹색으로 변색되었고, 거의 뼈와 피부뿐인 모습에 구더기가 끓고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생전의 상태를 무엇하나 간직하고 있지 않은 몸. 이제는 얼굴의 식별조차 할 수 없게된 몸.

 

소녀를 그런 생태로 만든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그 몸 앞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죄의 말을 외쳤다.

생전의 그녀가 어느정도의 흉악범이었던가 따위의 사정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의미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않되는 일은, 소녀의 눈 앞에서 자신의 죄를 솔직히 고백하는 것. 단지 그것밖에 없었다.

 

[쾅] 기세 좋게 방문이 열렸다. 그곳에 한사람의 중년 남성이 망연히 선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남성은 그곳에서 경직된 채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유체를 응시하고 있었다.

틀림 없다, 그녀의 부친이다. 그렇게 확신한 나는 그 남성에게 다가가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당신의 따님을 죽인건 저입니다! 제가 죽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는 어떤 벌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체 어떻게 해서 사죄해야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건지!!

저는 전혀 알수가 없어서…그래서…저는…저는…!!]

눈물에 잠겨 말이 막힌 나의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인다.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거야]

 

여기에서 눈을 뜬 나는 이마에 흐르는 눈물을 가볍게 훔치고 얼마간 멍하니 있다가 두근거리는 고동을 진정시켰다.

이불 속에선 이미 몸 전체가 끈적한 땀에 젖어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대체 뭐였던걸까.

눈을 떴음에도 이렇게 하나하나의 사건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와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소녀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그 부친 앞에서 용서를 빈 이상,

적어도 나는 더 이상 사향에 찬성…아니, 타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자격따윈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신조가, 자신이 본 꿈에 의해 바뀐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뜨거운 샤워를 하면서, 나는 지금 있는 이곳이야 말로 현실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확인했다.

여느때 같은 아침, 외출하려고 하니 우편함에 한통의 봉투가 도착해있었다.

 

발송인은, ──재판소다.

 

 

출처 : 2ch 오컬트판

 

 

 

-----------------------------

3년 전에 번역한거라 고칠데가 많이 보이네요...

원문에서 나온 쉼표를 그대로 쓴다던가...지나친 직역이라든가...


    • 글자 크기
초신성의 신비한 사실.JPG (by 아침엔텐트) 방안에 흐르는 피 (by 엉덩일흔드록봐)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410 미스테리 호주에서 전해지는 독특한 흡혈 짐승 title: 잉여킹니얼굴헬보이 718 1
2409 실화 오밤중에 자기 방문앞에서 들린 여자웃음소리1 익명_50c207 718 2
2408 실화 엘레베이터의 여자 여고생너무해ᕙ(•̀‸•́‶)ᕗ 718 0
2407 기타 초신성의 신비한 사실.JPG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718 0
2CH 심판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718 1
2405 실화 방안에 흐르는 피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718 1
2404 2CH 수박 익는 계절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717 0
2403 미스테리 마릴린 먼로 사망 그안의진실 헨리35세 717 0
2402 실화 여행에서 있던 일 52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717 1
2401 2CH 한 밤의 드라이브1 앙기모찌주는나무 716 1
2400 실화 월셋방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715 3
2399 2CH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8 title: 메딕제임스오디 715 2
2398 2CH [2ch] 젊은 서양화가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715 2
2397 실화 예비 무당 이야기 2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715 2
2396 기묘한 각 나라의 귀신들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715 0
2395 실화 2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715 1
2394 기타 조선인 강제징용을 망각한 모자이크로 기네스북에 오른 일본의 어느 소도시3 차티리군 714 1
2393 실화 꿈이 예측해준 할머니의 죽음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714 0
2392 실화 노루고기 title: 잉여킹냠냠냠냠 714 1
2391 사건/사고 경찰 강서구pc방 살인마 김성수 인적사항 공개3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714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