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뒷통수 없는 양반

화성인잼2015.09.28 11:27조회 수 709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회사에서 돌아올 때면, 언제나 모 대학교 앞을 지나가게 된다.

그곳은 사각도 없이 탁 트인 평범한 직선도로지만, 어째서인지 사고가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 길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매일 그 곳을 지나가는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그 길에 있는 어떤 아저씨 한 명 때문이다.




그 아저씨는 학교 앞 횡단보도 가장자리에 서 있다.

그것도 매일.

비가 오는 날에도, 낮에도, 밤에도,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거기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매번 바라볼 때마다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아저씨의 존재를 처음 자각하고 한동안은 그저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가 정말 이상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볼 때마다 정면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30m 전방에서 아저씨를 발견했다고 치자.




[아, 오늘도 있구나. 그리고 날 보고 있네..]

그대로 횡단보도를 지나,

재빨리 백미러로 아저씨를 보면 역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괴상한 것인지 알겠는가?

그 아저씨는 언제나, 반드시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는 것 같은 기척 하나 없이, 계속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서 나는 확신했다.

저 아저씨는 인간이 아니구나하고.

오싹해진 나는 직장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녀석 역시 아저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한테는 "뒤통수 없는 양반" 으로 유명한 듯 했다.




확실히 그 아저씨는 정면 외에는 본 기억이 없다.

뒤통수나 등은 전혀 보여주질 않는 것이다.

이상한 귀신도 다 있네, 하고 동료와 웃어제끼고 그 날은 넘어갔다.




하지만 그 때부터였다.

내가 내심 두려워하면서도 어떤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떻게든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아저씨를 관찰했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것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된다.

그러나 아저씨에게는 전혀 틈이 없었다.




옆을 지나간 후 백미러로 눈을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아저씨는 금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며칠 후, 야근 때문에 늦게 퇴근한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그 길에 도착해서 눈을 돌리자, 역시 아저씨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뒤통수 없는 양반" 이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나는 재빨리 주변을 스캔했다.




한밤 중의 직선도로.

다행히 전후좌우에 다른 차도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신호도 파란불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기회가 온 것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핸들을 풀었다.

천천히, 앞으로 쭉 나아가도록..




아저씨는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나를 보고 있다.

눈에는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고, 그저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다시금 자세히 본 아저씨의 모습은, 평소보다 기분 나쁜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가늠이 되질 않는 것이다.




이윽고 차는 천천히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시선은 아저씨에게서 떼어놓질 않는다.

무서웠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가 시선을 돌리지 않는 탓에 몸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인지,

언제나 정면으로만 보이던 아저씨의 얼굴이 서서히 옆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의 움직임에 맞춰서 천천히, 천천히..




아저씨는 처음 내가 바라보기 시작했던 방향에 시선을 맞춘 채 끄떡도 않는다.

마침내 아저씨의 완전한 옆 얼굴이 보이자, 나는 이제 됐구나 싶었다.

아저씨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기 위해선 나도 계속 몸을 돌려 시선을 고정시켜야만 한다.




지금은 아예 운전석에서 등을 돌려, 차 뒷창으로 아저씨를 보고 있다.

당연히 앞은 보지도 않고 운전하는 셈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뒷통수 없는 양반"의 뒷통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뒷통수 없는 양반"의,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 없던 뒷통수가, 등이 지금 확실히 보이고 있다.

그건 어이없을 정도로 평범한 뒷모습이었다.

무엇 하나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는 작은 달성감이 가득 차, 두근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만족감에 차서, 나는 그제야 시선을 돌려 앞을 봤다.

아니, 보려고 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앞을 보려했지만,

시선을 돌리는 도중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조수석에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엄청나게 분노한 얼굴을 한 채..

심장이 그대로 멈추는 줄 알았다.




[으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분명 서행하고 있던 차는 어째서인지 강한 충격과 함께 그대로 급발진에 전봇대에 부딪혔다.

나는 그대로 실신했다.




이튿날 아침,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나는 곧바로 경찰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해야만 했다.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나를 빼고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을 과속에 의한 운전 미숙으로 단정지었지만, 나는 항의할 기력도 없었다.

그딴 이야기를 해봐야 믿어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사건 이후로 5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도 출퇴근길에 그 곳을 지나간다.

아저씨는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서 있고, 변함 없이 사고도 잦다.




다만 딱 하나 바뀐 게 있다면, 내가 더 이상 아저씨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그 때 사정청취를 하러 왔던 경찰관이 무심결에 말했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양반, 이번에는 안 데려갔구만..]




번역 : VKRKO




    • 글자 크기
전 여자친구 (by 화성인잼) 투신자살을 마주하다 (by 화성인잼)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5358 2CH [2ch] 족자1 화성인잼 878 1
5357 2CH 전 여자친구2 화성인잼 1279 1
2CH 뒷통수 없는 양반 화성인잼 709 1
5355 2CH 투신자살을 마주하다1 화성인잼 810 1
5354 기묘한 우주의 생명체1 에불바리부처핸썸 1045 1
5353 기타 이스라엘 괴담..!!1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754 1
5352 기묘한 함부로 귀신 몰카를 하면 안되는 이유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136 0
5351 기묘한 러시아의 요승 라스푸틴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1388 0
5350 실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6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1644 1
5349 실화 손금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1868 3
5348 사건/사고 1932년 3월 1일. 린드버그 아들 유괴사건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1682 1
5347 단편 유언이 녹음된 테이프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1067 1
5346 기묘한 수수께끼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923 1
5345 단편 알리바이1 title: 투츠키9원이랑호랑 692 1
5344 Reddit Reddit 그 누구도 아닌 자2 실체적진실 1205 3
5343 2CH 공사현장에서 놀다가 구멍에 떨어져버린 친구2 실체적진실 1404 1
5342 실화 군 근무 중에 만난 스님 이야기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2269 1
5341 전설/설화 도깨비 설화를 보고2 (전해들음 초스압)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437 1
5340 전설/설화 도깨비 설화를 보고1 (전해들음 스압)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726 1
5339 혐오 [약혐]중국 묘족의 무시무시한 주술- 蠱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6488 5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