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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죽은이의 섭섭함

백상아리예술대상2020.10.23 01:25조회 수 630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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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어렸을 적 겪은 이야기야.

편하게 구술체로 쓸게.

 

1970년 초반 정도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네.

삼촌이 8살 적이었다니까.

 

눈이 많이 온 1월이었대.

삼촌은 전 날 설치한 토끼올무를 확인하러 산으로 갔고.

 

삼촌은 할아버지와 같이 토끼 올무 설치를 하러 다녔는데

전날 처음으로 혼자 설치했기에 기대와 설레임으로 통 트자마자 새벽 같이 일찍 집을 나섰대.

밤 사이 눈도 많이 와서 토끼 발자국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올무에 걸리지 않아도 토끼를 볼 수 있으리란 기대에

신이나서 산으로 뛰어갔대.

설치한 5개의 올무를 모두 확인했지만

올무들은 모두 비어 있었고 토끼 발자욱도 발견하지 못한 삼촌은 풀이 죽어 산을 내려오고 있었대.

 

그 때 멀리 산등성이에 가끔씩 부는 바람때문인지 

소나무 가지에 그네 타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는 형체를 발견했는데

어른이라기엔 작고 아이라기엔 조금 부자연스러웠대.

 

꺼림직한 마음에 주저하면서 다가갔고 가까이 시야에 그 정체가 들어오면서 삼촌은 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대.

 

흔들리고 있던 정체는 목을 맨 시체였는데

죽은지 오래되었는지 하반신은 바닥에 떨어지고 상체만 매달려 있었거든.

 

혼이 나간 삼촌은 구르듯 산을 내려와 마을 어른들에게 알렸고

확인결과 마을 사람은 아닌 걸로 결론이 났어.

 

이미 부패한 시체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도 돌아다니던 부랑자나 거지가 세상을 원망하다 택한 불상사라

빨리 수습하기를 원했대.

 

그런데 아무도 수습하겠다고 나서지를 않아서 마을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각출해서 품을 주기로 하고

지원자를 모집했어.

 

미장이 하던 이씨와 머슴살던 한씨가 품을 받고 그 시체를 묻었대.

 

그런데 그 다음날 부터 그 이씨와 한씨가 마을을 돌며 배고프다고 밥을 달라고 하고,

밥을 얻어 먹고 나서도 허기를 하소연하며 다음 집을 돌기를 멈추지 못했대.

처음에는 시체를 직접 묻고 나서 충격으로 그런 줄 알았는데

보름이 지나도 밥을 얻어 먹으러 다니고 점점 사람 몰골이 아니게 되자

마을 사람들이 무당을 부른거야.

 

무당이 하는 말이

죽은이는 거지였는데 배를 골아 세상을 원망하며 목을 맸고

죽은 것도 억울한데

이씨와 한씨가 거적대기에 대충 말아 땅도 깊이 안파고 흙을 살살 뿌려 놓아 원한까지는 아니어도

거지의 배고픔과 섭섭함, 서러움이 달라 붙었다고 했어.

 

부랴부랴 마을 사람들이 또 돈을 내서 이번에는 묘자리도 보고

관도 장만하여 예를 차려 다시 장사를 지내주었어.

음식도 차려 주고.

 

그랬더니 한씨와 김씨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배고픔이 가셨다는 거야. 

 

이후로는 마을에 거지가 오면 마을에서 밥도 박하지 않게 주고

볏집단 사이나 폐가에 자러 들어가는 거지가 있으면 가끔 사랑방을 내어주기도 했다고 해.

 

* 읽기만 하다 생각나서 올려 보려니 어렵다.ㅠ

 

 

 

출처 : 루리웹 wildwind         

 

댓글

브르탈 : 본문하고는 살짝 다른 얘긴데.. 저희 아버지도 비슷한 일을 겪으셨던 적이 있어요.

몇년 전에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산길을 운전하시던 아버지가 갓길에 무언가 튀어나와있어서 도로 바깥쪽으로 밀어놓으시려고 

차에서 나와 그 물건을 보니 관이었대요. 무서웠지만 그래도 사람 관이니 잘 모셔야겠다 싶어서 

그 밤중에 갓길까지 낑낑거리면서 옮겨놓으시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날 밤 아버지 꿈에서 쌩판 모르는 분이 엷게 미소를 띄고 계셨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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