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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설화

여우 설화 4.- 조선 건국 공신 배극렴과 백여우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10.23 15:30조회 수 1439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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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루에 글 몇개까지 허락되는지 몰라서 일단 올립니다.

문제가 된다면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왕조 개국 공신인 배극렴이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려는 이성계와 불화를 일으켜 하야(下野) 

한 체 은둔생활을 할 때이다.


시골에서 밭 갈고 낚시하며 지내던 배극렴은 어느날 세상 소식이 궁금해 송도(松都)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헌데 길을 가던 중 밭을 매던 한 처자를 보게 된다.


그 여자는 배극렴의 시선이 닿자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하얀 여우로 변해버린다.

배극렴이 잘못 본건가 싶어 눈을 씻고 보니 이번엔 아까의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러다 잠시 시선을 떼었다 다시 보니 이번엔 또 백여우가 그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실로 묘한 일이로구나!]

둔갑 하는 여우가 있단 소리는 들어 봤으나 직접 보는 것은 그 평생에 처음이었다.


배극렴이 다가가니 이번엔 여우가 다시 여자로 변하여 길을 앞장 서서 가기 시작했다.

여자는 뒷 사람이 빠르게 다가오려 하면 속도를 올리고, 느리게 가면 속도를 줄여 항상 두 사람의

거리가 같았다.


배극렴은 어떻게든 따라잡아 보려 했으나 전쟁터를 숱하게 경험한 장수의 발걸음이 여자의 걸음 속도를

못 따르니 속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그렇게 걸어가길 한참,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주막이 보였다.

여자가 주막에 들어가고 배극렴은 노숙을 할 수도, 모르는 처자를 남들 눈 앞에서 뭐라 추궁할 수 도 없어

그냥 주막의 다른 방을 잡고 하룻밤을 보냈다.


헌데 다음날 아침, 주막은 난리가 나 있었다.

주막집 아들 결혼 혼숫감으로 수백냥 어치를 사다 놨는데 없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그 백여우가 변신한 여자와.


"손님이라곤 당신하고 그 여자밖엔 없었어!

둘이 한패 아냐?"


주박집의 부부 내외가 배극렴을 삿대질 하며 돈을 물어내라 다그쳤다.


“하! 여보시오.

내가 당신네 집에서, 그 여자도 들어와서 숙박을 하고 나도 숙박을 했지만, 

나하고 그 여자하고는 남이여. 명부지 성부지(名不知 姓不知)여. 

그 내가 알게 뭐 있어?”


* 名不知 姓不知(명부지 성부지)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증거도 없겠다, 당당하게 큰소리치고 넉살 좋게 아침까지 시켜먹는 배극렴을 더이상 주막에서도

뭐라 할 순 없었다.


그렇게 계속 송도로 길을 재촉하니 다시 그 여자가 길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거리가 줄지도, 벌어지지도 않고 다음 주막까지 동행 아닌 동행을 하게 된다.


그 주막은 다음날 광에 모셔둔 엽전 7백냥이 사라져 뒤숭숭해져 있었다.

여자도 사라져 있었다.


"당신하고 그 여자하고, 손님이 둘만 있었으니 당신들, 그, 내외 아니여?"


"한패 같은데?"


배극렴도 지지 않고 버럭 소리 질렀다.


"하! 이보시오. 나는 그 여자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오.

내 마누라도 아니고  어디 사는 지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


이런 일이 송도에 도착하기 까지 몇 번 더 반복되었다.

그런식으로 겨우 송도에 도착하자 여자는 사라졌고 배극렴은 홀로 주막을 찾는다.


다음날 배극렴이 일어나 보니 이번엔 성안 전체가 발칵 뒤집어져 있었다.

집집마다 알 수 없는 급살병이 돌아 환자가 넘쳐난 것이다.


그렇게 난리 속에 며칠이 지나니 이번엔 또 묘한 소문이 돌았다.

웬 젊은 무당이 병자의 집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신령께 비니 신기하게 병이 낫더라는 것이다.

더 이상한 일은 돈 깨나 있는 집들만 환자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극렴이 숙박하는 주막의 안주인이 같은 급환에 시달리게 된다.

곧 죽을것 처럼 아파하는 안주인에게 이웃이 찾아와 소문의 여무당을 이야기 한다.

건너편에서 그 얘기를 들은 배극렴도 그 무당의 생김새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오자 갑자기 송도에 이런 일이 생기니 묘하구나.

그 여우가 변한 여자도 그렇고 이번엔 병을 치료하는 점쟁이라니, 한 번 얼굴이나 구경해 보자.]


좀 기다리니 그 이웃이 용하다는 무당을 데리고 오는데 보니까 배극렴을 계속 골탕먹인 그 여우였다.


[하! ♥♥이?]


여우가 안주인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한동안 올리니 환자의 병환이 씻은듯 사라졌다.

주막 주인은 사례로 백냥을 건내었다.


또 무슨 골탕을 먹을지 몰라 방에 들어가 있던 배극렴은 문 밖에서 그 여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적잖이 놀랐다.


"실례합니다, 안에 계신지요."


"누군고? 들어오라."


안에 들어온 여자는 아주 공손하게 예를 갖춰 절을 올리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고왔다.


"어쩐일로 내 앞에 나타났느냐."


"대감님! 대감님께 제가 아뢰올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이미 제 정체는 잘 아실 것이며 여지껏 제가 해온 일을 대감께서 다 살피고 계신 줄 압니다.

한가지만 알아 주옵소서.

모아온 재물은 제가 탐을 내고자 함이 아닌 큰 일에 쓰기 위함입니다."


"큰일이라 했느냐?"


"왕씨 고려는 지금 운이 다 하였습니다.

새로운 나라가 건설될 것이고 이성계 장군이 왕이 될 것입니다.

지금 구월산에 장군과 그분을 따르는 참모진이 모여 거사를 위한 준비를 끝내었고 이제 대감님을 찾을 것입니다.

비록 한 때 등을 지셨지만 이번만은 부디 새 왕조 창건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그간 제가 모아둔 재물은 송악산의 한 골짜기에 숨겨뒀습니다.

지금 안내를 해 드릴 터이니 부디 큰일에 써 주십시오."


서둘러 채비를 마친 배극렴은 백여우의 안내를 받아 산속의 비밀 장소를 확인하곤 그 길로 이성계를 만나러 간다.


"과거의 뜻을 버리고 새 뜻을 바라고 왔으니, 부디 다시 나를 써주시오."


"그러지 않아도 모두 대감을 고대하고 있었소. 헌데 자청을 하시니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오."


배극렴의 등장에 이성계를 비롯한 구월산의 만좌(滿座)가 다 기뻐하였다.

그렇게 얘기가 오가던 중 걱정거리가 나왔다.

바로 재정문제였다.


"돈이라면 걱정들 마시오. 내가 생각해둔 바가 있어 이미 송악산에 충분히 모아 놨으니."


과연 역꾼을 시켜 가져오니 그 재물들이 수만금이 되었다.


그렇게 재정 걱정을 해결한 이성계는 새 왕조를 세워 한양에 도읍 했으니.

그 일등공신은 배극렴이오, 백여우의 덕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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