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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건너편 건물 4

백상아리예술대상2020.11.25 22:10조회 수 514추천 수 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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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린 듯 한마디 내뱉았다.



"아.. 시발 소름끼쳐. 진짜 저거 뭐하는 년이야?"




나는 눈에 눈물이 다 글썽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채 형에게 물었다.





 "형. 아직 그 여자 있어?"



 "응."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쳐다 보았다.


바로 그 때 그 여자 또다시 그 까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저 여자 어디 가는거야?"




우리는 복도 맨 끝창에 있었다. 우리가 등지고 있는 반대편 복도 맨끝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저 여자 내려오는 것 아냐?"





형의 이 한마디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 경비실로 가자!!!"




우리는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었다.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나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무서웠다.


그리고 하필 엘리베이터가 9층에 정지해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7층을 거쳐내려 온다는 생각에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어졌다.

문이 열렸는데 그 여자가 떡 서있다고 상상하니 오금이 저렸다.




 "형. 그냥 계단으로 내려가자"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는 엘리베이터 옆의 계단으로 미친듯이 뛰어내려 갔다.


어느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쓰는지 내려오는 중간에 "땡" 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태어나서 엘리베이터의 "땡"하는 종소리가 이렇게 무서워 본적이 없었다.



평소에 들리지도 않던 종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아저씨!!...아저씨!!"




1층 현관에 내려온 우리는 경비 아저씨를 급하게 찾았다.




-순찰중-





경비초소 앞에 놓여 있는 푯말 하나에 우리는 기운이 확 풀어졌다.



그리고 우리 등 뒤로 다시 엘리베이터 종소리가 들렸다.



 "땡"




심장이 터져 버릴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경비 아저씨였다.




 "무슨 일 있어?"




경비 아저씨는 후레쉬 하나와 열쇠 꾸러미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아저씨 7층 사무실에 좀 갑시다."


 "뭔일인데?"


 "7층에 웬 이상한 여자가 있어요."

 


그러자 경비 아저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이 야밤에 누가 있다고?"

 "아저씨 빨리 가보자니까요."


 "거긴 빈 건물인데."


 "우리도 알아요. 그냥 사무실안에만 들여다보자니까요."




아저씨는 귀찮다는 듯이 궁시렁거리며, 우리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향했다.


2층...3층...4층...5층...6층....그리고 7층.



 "땡"



가슴은 계속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애써 나는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경비 아저씨는 두꺼운 방화벽 철문을 열쇠로 열기 시작하며 계속 궁시렁거렸다.




 "아니..이렇게 잠겨있는데 누가 있다는거야? 이거 말고도 안에 문이 또 있어."




철문이 열리자 강화유리문이 앞에 보였다. 강화유리문은 쇠사슬로 묶여있고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강화유리문까지 열리자 경비 아저씨는 내부 조명 스위치를 켰다.


무슨 사업체가 있었는지 천장과 바닥이 화려하게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교육장으로 쓰였는지 80평이 되는 큰 홀이 하나 있고 작은 방이 세칸으로 꾸며져 있었다.




100평 가까이 되는 텅빈 공간에 퀘퀘한 시멘트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오랫동안 비어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여기저기 마구 뒤졌다. 작은 방의 문을 열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조심스럽게 여기저기 살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아이 진짜..짜증나네. 아무도 없잖아."




그런데 경비 아저씨가 대뜸 우리에게 물었다.




 "자네들 여자 귀신 봤구만."


 "헉. 아저씨 어떻게 아세요?"



 "이 얘기 건물주가 들으면 안좋은 건데....

전에 이곳에 다이너스티라는 다단계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이 많았었거든?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 꼴로 여자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밤에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여자가 있다는 거야."



 "그 여자.....귀신이예요?"




 "몰라 나도.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 그냥 한번 보면 왜 나타나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그 여자 때문인지 모르지만 여기 사업이 잘 안되서 사무실 빼고 나갔지.

그 뒤로 계속 몇 달동안 입주도 안되고 계속 비어 있는거야."



 "........."



 "내가 오기 전인가 본데, 이 건물이 들어서지 얼마있지 않아 불이 났었는데 여자가 한 명 죽었다고 하더군.

그 여자의 혼령일지도 모르지"



 "여자가 죽어요?"



 "몰라..그냥 여자가 죽었대."
 



옆에 있던 형이 말을 거들었다.





 "그래서 그 컴퓨터 학원 원장이 여기에 여자가 죽었네 어쨌네 했구나. 한참 뒤에 다른 건물에 입주한 여자가 별걸 다 알고 돌아다니네."






그 뒤로 얼마 뒤 7층에 사무실이 입주했다.

큰 교회에 소속된 성경 연구회라는 곳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100평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절반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 뒤로 귀신 나타나면 알아서 기도로 해치우겠지 하며 우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 성경 연구회라는 사무실은 12시가 넘도록 불이 켜져 있고 통성기도로 인해 그 여자가 나타날 때보다 더 무서운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환한 불빛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그 여자를 볼 수 없었다. 그 성경연구회도 멀쩡하게 보였고.






야밤에 통성기도로 시끄러울 때 그 형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을 한다.





"그 년은 뭐하나? 저 사람들 조용히 좀 시키지."








몇 년뒤 사무실이 이전할 때까지 다시는 그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나타나지 않은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어두운 층만 돌아다니면서 누군가에게 다시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 여자가 귀신이라고 확신하진 않는다.




그냥 그 때의 사건이 단지 풀기 힘든 미스테리한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끝-

 

출처 : 루리웹 하늘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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