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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포 양조장의 비밀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11.12 09:42조회 수 178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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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 더 쉽게 자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30년 전 내가 살던 동네의 양조장 사장인 김씨 아저씨가 그런 경우였다.

마포 쪽에서 제일 잘 나가는 양조장 사장님이었던 김 사장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그 당시 좁디 좁은 마포 동네에선 큰 화제거리였다.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지만 딱히 뾰죽한 원인은 없었고 

결국 경찰은 김사장의 자살을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로 넘겼던것 같다. 

유서도 없이 자살한 김사장의 뒤를 이어 김사장의 아들이 양조장을 이어받아야 했지만

웬일인지 김사장 아들은 공장상속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른사람에게 넘겨주고 

남은 가족들과 함께 마포를 떠나버렸다. 그 이후로 아무도 그의 소식을 모른다. 

마포양조장에서 만든 술은 참 맛이 특이해서 쭉 만들었으면 

대표명물이 되었을거라고 지금도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게 콧대높은 공장을 경영하던 사장이 갑자기 자살하고 아들은 경영을 포기했다.

그 때 나와 내 친구는 김사장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것도 같았다.

김사장이 죽기 며칠 전 나와 친구가 양조장에서 겪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힘들고 소름끼치는 일 때문일것이다. 


30년 전 그 날도 나와 내 친구 우식이는 뒷산 냇가에서 멱을 감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름이 유독 더운 시기였고 마포의 열기는 훅훅 찌던 때였다. 

"야 우식아! 여기는 왜 고기가 없냐?" 

우식이가 물 속에서 숨을 푸왁 하고 내뱉으며 나타난다.

"내도 모르재ㅡ 고기가 나 여깄다카이 하고 나타나는거 봤나? 내는 못봤디" 

우식이는 경상도 어디서 가족이랑 올라왔다는데 아버지는 마포양조장 직원이었다. 

"너는 촌놈이 고기도 못 잡냐" 내가 핀잔을 주자 우식이가 물을 팍 튀기며,

"마 자슥아 촌놈이라고 다 고기만 잡고 사나 내 사는데는 이런데도 없었데이" 

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물 속으로 깊이 잠수해버렸다. 

약간은 길게 자란 우식이의 머리가 물 속에서 미역줄거리처럼 퍼져 올랐다. 

"천진아! 박천진!"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박천진 너 또 최우식이랑 멱 감고 있었냐 형님한테 말도 없이" 

우리 형이었다. 형은 옷을 훌훌 벗더니 개구리처럼 미끄러져 들어왔다.

"푸하! 차다 차! 저건 뭐하는 중이냐? 임마!" 형이 우식이에게 다가가 우식이를 건드렸다

우식이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우리 형을 보고 넉살좋게 소리쳤다.

"천규행님아! 언제 왔는교 내는 몰랐데이 행님 고기 잡을 줄 아나?" 

"임마 그걸 서울사람한테 물어보냐 짜식아 촌놈이 더 잘 알아야지" 

형이 웃으며 우식이에게 말했다. 속 좋은 우식이는 촌놈소리를 들어도 웃었다. 

"촌놈도 모른다. 우째 알낀데. 고기가 나 잡아조소 표시 하는것도 아이고." 

한참 그렇게 셋이서 멱을 감아도 여름이라 해가 금방 저물지를 않았다. 

물놀이도 지칠 때 쯤 형이 먼저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천진아 너는 우식이랑 이따가 올꺼냐?" 형이 물었다. 

"응 나는 저녁 먹을때 쯤 갈께 형아" 

"너무 늦지는 마라 저녁밥 너 빼고 다 먹어버린다" 형이 웃도리를 여미며 동네로 사라졌다.

"츤진아 느그는 밥 니 안오면 니꺼까지 다 묵어버리나?" 우식이가 물었다.

"말만 그렇지 아닐껄 니네는?" 

"우리는 아부이가 술공장에 있다보니까네 술지게미는 남아돈다이가. 

술지게미 지깁다 지기워. 맛도 읎고. 보리밥은 좋다카이." 

그 당시는 어려워서 술공장 직원들이 술을 만들고 남은 술찌꺼기인 술지게미를

집에 가져가 먹는 경우가 많았다. 배는 안 곯았지만 맛은 엄청 별로였다. 

둘이 그렇게 힘들게 멱을 감고 동네로 내려가니 벌써 애들은 놀거 다 놀고 퇴근한 상태였다.

둘만이서 놀자니 할 게 없었고 또 벌써 헤어지자니 좀 아쉬웠다.

슬슬 날이 저물락말락하는 경계선에 있었는데 이대로 그냥 각자 집으로 갈까 생각도 했다. 

"츤진아. 니 어데 갈데 읎나. 집에 지금 가면 심부름만 직싸리한데이." 

"나두 딱히 갈 데가 없는데.." 그렇게 둘이 하릴없이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우리 눈 앞으로 고급스런 자동차 한대가 지나갔다. 

차 안에는 젊은 남녀가 타고 있었다. 

"와 누구 차야 저거?" 내가 물었다. 

"저거 우리 아부이네 사장 차데이. 니 츰 보나? 촌놈이가?" 우식이가 날 놀렸다.

"근데 저건 누구야? 저게 사장이야? 젊어보이는데?" 

"아니제 사장은 늙었다이가. 김사장님이라고..저건 아들일끼다.

마 처녀 총각이 연애하는갑다. 차 타고 돌아댕기는거 보이까네." 

"와..사장 아들은 저런거 타고 다니는구나. 부럽다." 

그 때 우식이가 나를 팔꿈치로 꾹 찌르며 물었다.

"마 니 공장 함 안가볼래?" 

"공장? 어디 공장? 저거 술 공장?" 

"하모. 다른 공장이 어뎄노." 

"근데..공장 문 다 닫았을것 같은데..퇴근하지 않았을까.." 

"마 자슥아 내가 누고 직원 아들이다 아들 내 드가는 길 나가는 길 다 안디." 

그 나이대의 사내아이들 호기심이 그러하듯 단순한 술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술이 만들어지는 공장 내부가 어떤지 궁금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그래 그러면..가볼까?" 

그래 그렇게 나는 우식이와 함께 술공장으로 향했다. 동네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진 않았고 아까 우리가 멱 감던 곳과 의외로 얼마 안해있었다. 

"나는 왜 이런 가까운 데를 한번도 못 봤었지?" 

"뭐 니라고 다 알긌나 모를수도 있제. 아 문 잠깄네..가자 뒤로 가자." 

우식이가 날 잡아 끌었다. 문 앞에서 서성대니 경비아저씨가 나올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공장 뒤로 돌아와서 우식이는 혹시나 경비아저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망을 보게했다. 

"아재 안오제? 따라와라" 

공장 뒤 울타리 밑으로 다 썩어서 구멍이 난 곳이 있었는데, 나나 우식이나 

어린 몸이나 통과할만한 크기의 아주 자그마한 구멍이었다.

우식이가 몸을 비비다시피해서 먼저 들어가고 나도 우식이를 따라 들어갔다.

잡아당겨준 덕분에 몸을 간신히 들이밀어 넣을 수가 있었다. 

"마 예가 공장이다카이. 놀라뿠노? 첨 보제? 그체?" 

우식이가 묻는 것에는 답할 틈도 없이 나는 공장 겉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한참을 서 있으니 저 쪽에서 우식이가 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우리가 그렇게 공장 안으로 들어갈때 쯤 벌써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기운이 훅 풍겼다. 그렇잖아도 더운데 더욱 쪘다. 

"화아..예 원래 이렇게 푹 쪘노. 술 공장이라 술 맹글어서 덥다카이." 

더우면서도 안은 향긋하고 은은한 술향기가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퍼져있었다. 

"이기는 술 거르는 통, 이기는 술 맹그는 통, 그라고 이기는 찌꺼기 나오는 통이데이."

직원 아들 아니랄까봐 우식이는 술 기계를 전부 꿰고 있었다.

"마 니 함 묵어볼래?" 우식이가 술이 담긴 통을 가리키며 물었다. 

"에이.그걸 어떻게 먹어 우린 어리잖아" 

"마 그기 무슨 상관인데. 쪼끔만 먹어도." 우식이가 손을 국자모양으로 구부려

술을 움푹 푸더니 후루룩 하고 마시고는 퉤하고 다 뱉어냈다.

"못 먹겠냐? 독하고 맛없지?" 내가 그 꼴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마 웃디마라케. 드릅게 맛읎디. 묵지마라. 손해다 손해." 

우식이가 입가를 소매로 스윽 닦아내며 말했다. 한참 그렇게 공장 안을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공장 문이 드르르륵 열리는 소리가 나며 조그만 불빛이 나타났다.

나와 우식이는 생쥐처럼 놀라서는 조마조마해하며 큰 술통 뒤로 몸을 숨겼다. 

"경비 아이가? 마 들키면 어쩌노?"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일단 나는 우식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어쨌든 누가 왔는지는 몰라도 틈을 봐서 도망을 나갈 참이었다. 

손전등을 입에 물고 누군가가 뭔가를 질질 끌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한명이 아니고 두명이었다. 대체 누구인지 잘 보이지가 않았는데 뒤이어 들어온

사람이 공장의 작은 불을 켰다. 곧 전등 두어개에서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저러나 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경비는 아닌거 같은데?" 

"마 저거 김사장 아이가..저거는 아까 그 아들아이가?" 

그러고보니 약간 나이 든 아저씨 옆의 젊은 남자는 낯이 좀 익나 했더니 

사장 아들이었다. 직원도 아닌 사장 가족이 이 시간에 웬일일까?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는데 이러면 어떡해요. 이번이 딱 마지막이에요 아버지." 

"이놈아. 이게 우리 술 비법인데 그럼 어떡하냐. 남들처럼 평범한 술 만들테냐?" 

둘은 그렇게 말하며 가져온 자루의 입구를 끌러내었다. 

자루의 안에서 웬 미역줄거리들이 뽑아져 나오나 싶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것들은

미역줄거리가 아니라, 우리 눈에도 익숙한 그것이었다. 사람이었다. 

"읍.." 나는 소리를 지를뻔 했으나 꾹 참았다. 조금 멀어서 들리지는 않은듯했다.

우식이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우식이는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저거..저거 아까 그 차 안에 타고있던 처녀 아니가?" 우식이가 물었다

나는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번 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을 다시 바라봤다. 이제 그들은 자루를 바닥에 편 뒤 여자를 눕혔다.

여자는 자는 듯 했으나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죽은듯했다. 

"주..주..죽은거 아이가?" 우식이가 물었다.

"그런것 같아. 조용히 좀 있어봐." 내가 우식이의 팔을 잡는 와중에도 

우식이는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 하나 둘 셋" 사장과 아들은 여자의 옷을 벗겨냈다. 곧 저고리도

아랫도리도 속의 옷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체가 되었다. 

기묘한 그 모습 앞에서 우식이와 나는 무서웠음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장이 가위를 가져오더니, 뒤로 돌아앉아 무엇인가를 삭둑삭둑 잘라냈다.

뒤이어 미역같은 여자의 머리카락들이 타래가 되어 바닥에 던져졌다. 

그리고 사장은 여자 몸에 보이는 모든 털들을 전부 잘라내었다. 

그리고는 아들의 등에 여자를 들러업게 하고는 술통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게했다.

알고보니 아주 큰 술통이었다. 아까 나와 우식이는 너무나 커서 술통일거라 생각도 못했던. 

그리고 사장 아들이 여자를 계단 바닥에 누여놓고는 근처에서 굵은 밧줄을 가져왔다.

아들이 밧줄을 계단 난간에 단단히 묶는 동안 사장은 다른 밧줄 끄트머리를 여자의 발목을

한데로 모아놓고는 묶기 시작했다. 

둘은 여자를 들어올려 술통 가장자리로 슬금슬금 밀어넣었다. 

밧줄을 묶었기 때문에 여자는 술통에 다 빠지지 않았던것 같다. 밑에서는

여자가 어떤지 잘 보이지가 않았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사장이 주머니에서 큰 칼을 꺼내어 여자가 매달린 곳으로 다가가 

힘들게 무엇인가 움썩움썩 잘라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뒤이어 술통 안으로 무엇인가가 조로로록 쿨쿨쿨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한참이나 주르륵 주르륵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그치자 사장이 다시한번

다가가서 여자의 몸 쪽에서 무엇인가 꼬물꼬물 부산을 떨었다. 

뒤이어 풍덩! 하는 소리가 났다. 아마 사장이 여자 몸에 엮인 밧줄을 풀어내어 

여자 몸이 술통 안으로 떨어진듯했다. 사장 아들은 난간에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

"이대로 발효버튼 누르면 되죠?" 사장 아들이 사장에게 묻고는 술통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둘은 자루와 칼을 챙기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자루 안에 쓸어담은 뒤

불을 끄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장을 빠져나갔다. 


나와 우식이는 불꺼진 공장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와들와들 한참을 떨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가..가자 우식아. 가자." 나는 이것이 꿈일거라 생각했다.

"내 살아있나..내 살아있는기가.." 우식이가 덜덜 떨며 말했다. 

나와 우식이는 서로 꼭 손을 잡고 아까 들어온 공장문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헌데 너무 긴장하고 몸을 떨었던 탓일까. 살짝 닫혔어야 할 공장문을 

우식이가 그랬는지 갑자기 불어온 변덕스런 바람 때문인지 큰 소리를 내며 닫고 말았다. 

"누구야? 거 누구요?" 아까 보았던 그 빛. 그 손전등이었다. 

가만있다가는 아까 그 여자꼴이 되고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와 우식이는

참았던 비명을 터져라 지르며 공장 뒷구멍쪽으로 죽어라고 내달렸다.

"으아아아악!" 나의 비명인지 우식이의 비명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서! 누구냐! 누구야!" 뒤에서 계속 손전등 불빛이 따라왔다. 

날이 어두워져서 아까 들어왔던 길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사람이 위기에 봉착하면

초능력이 생긴다던가? 나는 우식이의 손을 붙잡고 내쪽으로 잡아 끌었다.

우식이가 먼저 구멍에 머리를 들이밀고 몸을 비벼서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우식이가 내 팔을 잡아 끌어줘서 겨우 나도 나올 수 있었다. 

"뒤다! 뒤야! 이새끼들!" 울타리 너머로 아까 그 목소리가 소리쳤다.

그제야 우리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뒤도 안 돌아보고 익숙한 길로 내달리니

아까 낮에 멱을 감던 냇가로 가는 길이 나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우식이는

냇가로 죽어라고 달렸다. 그렇게 달려가다가 냇가에 밝혀져있는 불빛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아까 그 공장 사장과 아들이 혹시나 차를 타고 먼저 우리를

앞질러서 온 줄만 알았다. 아 이제 진짜 죽겠구나 싶었다. 

뜻밖에도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야 천진이냐? 우식이냐? 사람이냐 귀신이냐?" 천규형 목소리였다.

"형! 행님아!" 나와 우식이는 반가움에 형을 부르며 형에게 달려갔다. 

거기엔 형 말고도 나랑 우식이 부모님이 전부 다 와 있었다. 

"아니 자슥들이 마 아무리 머스마가 노는기 좋아도 저녁엔 집에 와야될끼 아이가?"

"어무이 잘못했심더 아부이 잘못했심더 집으로 빨리 가예 얼른예" 

우식이가 울고불고 매달렸다. 나도 우리 부모님이 내 등짝을 두들기고 있었지만

그게 아픈지 안 아픈지 안 느껴질 정도로 나는 정신이 나가있었다. 

알고보니 하도 우리가 안 와서 냇가에서 멱 감다가 빠져 죽은거 아닌가 해서

찾아왔단다. 천운이었다.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됐을지. 

"형..아까 우리 뒤에 무슨 불빛 없었어?" 내가 집으로 가는 길에 형에게 물었다.

"아니? 아무 불빛도 없던데? 나는 니네가 소리 지르면서 뛰어오길래 더 놀랬다.

뭐 귀신이라도 봤냐?" 형이 속도 모르고 물었다.

"아.."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도깨비불을 봤던것 같애.." 나는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며칠 동안 나와 우식이는 밥을 못 먹었다. 특히 술지게미를 먹어야만 했던

우식이는 절대 입에 안댄다고 울고불고 했던 모양이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나와 우식이는 이제라도 이 일을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했다.

그래 다시 냇가로 멱을 감으러 가서 그냥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 결정했다.

우리가 말한걸 누가 믿어줄 리도 없거니와 다시는 떠 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우식이가 다시는 가고싶지 않던 그 공장에 다시 간것은 사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다.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사장이 공장 안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이눔들아 애들은 이런데 오는거 아녀." 웬 나이든 영감님이 우리를 말렸다. 

하지만 꼭 봐야만 했다. 그 날 그런 짓을 벌였던 사람이 우리가 본 그 사람이 맞는지. 

실려나오는 남자의 시신은 흰천으로 덮여있었다. 사장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엉엉 울며 천을 걷어냈다.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했지만 그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 자리에 사장의 아들은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사를 위해 바로 경찰로 간듯했다. 

아마 사장은 우리가 그 사건을 겪은 날 이후 지레 겁을 집어먹었던것일까? 


"아 자살했다는구먼. 틀림없는디 그게 왜 자살을 했간디 도저히 모르겠구먼." 

"이 사람아 경찰에서 그 뭐여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잖여." 

노인네 둘이 동네 술집 바깥 탁상에 걸터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햐 이제 이 마포양조장 술도 못 먹겄구먼. 참말로 좋았는디." 

그 술에 뭐가 들어갔는지 아마 저 영감님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사장의 자살 이후 아들은 공장을 팔아버렸고 이제 마포양조장은 방직공장이 들어섰다. 

덕분에 우식이는 더 이상 술지게미를 먹지 않아도 되었다고 좋아했다. 

사장의 자살 직후에 실시된 공장조사에서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니 

아마 그 여자는 나와 우식이가 본 환상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한가지는 확실했다. 사장이 목을 멜 적에 썼다던 그 밧줄, 

그 밧줄은 사장 아들이 여자를 묶을 때 썼던 그 밧줄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사장은 자살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누가 알겠는가. 

사장의 아들이 다시 양조장을 경영하지만을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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