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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토막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11.12 09:43조회 수 98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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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큰 질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샌가 뉴스에 나오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이름이 뭔지 얼굴이 어떤지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뉴스가 아주 자세하고 단편적으로 다루는데에는

아마 이유가 있을 것이리라 생각이 든다.

자칭 전문가라는 분들이 나와서 나의 일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하고 설명하고

개중에는 맞는것도 많지만 틀리는 것도 제법이다. 

그들은 나의 성장환경에 대해서까지 추리해냈다. 본적도 없는 나에 대해서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어릴 때부터 흉악했다거나 장기매매단의 일원이라거나

나는 별로 그런 것들과는 사실 별 연관이 없다. 

가정환경이랄 것도 없이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 이전의 기억이 없다.

고아원 뒷마당에서 죽은 쥐의 배를 칼이 없어 돌을 주워다가 짓이겨 찧어서

열어본 것이 가장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게 흉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사내로 태어나서 그 정도는 어릴 적의

단순한 호기심 정도로 생각해주어도 담백하지 않을까? 

장기매매단? 이 부분에선 솔직히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나는 장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왜 사람들이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꼭 장기매매단의 개입을 떠올리는지는 이해가 가지만서도.

이쯤 얘기하면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사람을 죽이는 나쁜사람이다. 

까놓고 전문가들이 말한 나의 배경도 틀린 말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점점 들고있고 

또 사실은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그런 방향으로 가보는 중이다.

단순히 죽이는 데에서 그치지않고 나는 그들의 몸을 항상 잘라낸다.

토막 토막 내어서 꼭 나는 머리만을 집으로 들고 온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많은 머리를 가져왔는데도 나는 그걸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보관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텐데 나는 주로 머리가 들어갈만한 유리병을 사서

그 안에 머리를 넣고 마트에서 사온 담금주를 넣어 머리를 술로 절인다. 

그러면 보기에도 좋고, 머리도 안전하게 보관이 된다. 정말로 잘 변하질 않는다.

차곡차곡 신발장과 옷장 안에 쌓이는 머리들을 볼 때마다 흐뭇할 지경이다. 

가장 좋은 점은 외롭지 않다는 점이다. 밤마다, 혹은 내가 '전학생'을 하나씩

데려올 적마다 나는 옷장과 신발장을 활짝 열어두고 우리만의 작은 미팅을 연다. 

아주 많은 나의 수집품들이 수업시간에 맞춰앉은 학생들처럼 나를 기다린다.

학생들은 아주 다양하다. 예쁜 학생도 있고 못생긴 학생도 있고 잘생긴 학생도 있고

비만인 학생도 있고 늦깎이 장학생도 있고 아쉬운 점은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출석부를 굳이 부르지 않아도 결석하는 인원은 한명도 없어 안심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그들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제 나는 내가 미친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 이젠 저럴 때도 되었겠구나 하고 수긍해버렸다. 

그들은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출신성분부터 뭘 하던 사람인지 

몇살이고 어디서 살았는지 심지어는 나에게 어디서 잡혔는지까지 말했다. 

나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웃었다. 웃긴 일이다. 내가 죽여서 모아놓은 목들이

이제 자기들끼리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서로 외로움을 충족시키고 있는것이다. 

불쌍한 인생들. 인생이라 하기엔 웃기지만 참 불쌍한 것들이다. 

아마 저들에게 있어서 이제 세계란 내 옷장과 신발장만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다 하루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나와는 대화하지 않지?

정말이었다. 그들이 대화하는 중간중간에 내가 추임새나 맞장구를 넣으려 할 때마다

마치 음소거를 누른듯이 일제히 대화를 멈췄다. 처음 한두번 정도는 익숙했다.

고아원에서도 학교를 다닐 적에도 비슷한 일은 자주 있었기에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나는 그들과 대화가 되지않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졌다.

그리고 외로워졌다. 너무나도 많이 외로워졌다. 

왜 나와 대화하지 않는걸까? 가만 생각하니 답은 아주 간단했다. 

나는 저들과는 다른 형태의 사람이 아니던가. 그들은 목만 남은 것들이고 

여기 서 있는 난 온전한 인간이기 때문일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의 맘에 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다른 전학생을 데려오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유리병 안의 머리들의 마음을 얻고 난 뒤에 데려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병을 갈아주고, 안의 술도 갈아주기도하고 심심할까봐 나이와 생김새에 맞춘

여러 물건들도 넣어줬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들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아질 수 밖에 없단 판단을 내렸다.


며칠에 걸쳐서 나는 철물점에서 두껍고 큰 작두날을 구입하고, 그것을 이어붙일

도마를 사고, 그리고 그 위에 무게를 더할 벽돌들을 근처 공사장에서 몰래몰래 줏어왔다.

그리고 내 침대 위 천장에 그것을 아주 단단히 매달고 밧줄을 삼각형 모양으로 걸쳐

내가 손으로 지지할 수 있게끔 설치해뒀다. 혹시나 몰라 마트에서 사온 돼지고기로

실험해본 결과 위치도 모양도 그리고 효과도 아주 훌륭한 단두대가 완성되었다. 

기념으로 단두대로 직접 자른 돼지고기를 구워 나는 훌륭한 저녁만찬을 즐겼다.

이제 오늘 저녁 나는 곧 외로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나를 환영할 수 있게 내 침대 곁에 그들을 모두 꺼내 모아두었다. 

그동안에도 그들은 별로 나에겐 관심이 없었다. 걱정말자. 나는 곧 그들이 된다.

손에 꽉 쥔 밧줄이 생각보다 묵직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내 눈보다 약간 아래로 내려가 목을 쳐낼 작두날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손에 쥔 밧줄만 놓으면 모든 것이 끝나고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벗어날 흥분에 떨려 마음 먹었던 타이밍과는 다르게 

실수로 밧줄을 놓치고 말아버렸지만 차라리 잘됐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차가운 작두날이 내 목에 닿으며 아주아주 따끔한 느낌이 들고 

내 침대 주위에 모인 모든 머리들이 나를 향해 웃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이 무시무시한 외로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란 것을 

뒤늦게 깨달은 때를 마지막으로 나의 의식은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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