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내가 미국 대학에서 겪은 이야기.
미국 학생은 리포트를 달고 산다.
물론 컴퓨터를 사용하여 마무리 작업을 한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는 50대 정도의 컴퓨터가 구비된 연구실이 몇 개 있었다.
학생은 여기서 밤새도록 리포트를 타이핑하는 셈이다.
그날도 나는 리포트를 쓰느라 바빴다.
저녁 식사를 하고 기숙사에서 짐을 들고 컴퓨터 연구실에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당시는 매일매일 같은 생활이었다.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직 웹 브라우저가 지금처럼 보급이 덜 이루어진 시절이었다.
웹 콘텐츠도 연구자의 연구 성과 발표용으로만 쓰였고, 그다지 재밌는 것은 없었다.
게다가 검색 엔진 같은 것도 거의 없었고, URL(인터넷 주소)은 오로지 페이지 제작자 본인이 알려줘야만 했다.
그날 밤, 나는 평소처럼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그때 무심코 눈을 돌린 컴퓨터 책상에 연필로 URL이 적혀 있었다.
기분도 전환할 겸해서 그 URL을 브라우저에 입력해 봤다.
잠시 후, 화면에 페이지가 나타났다. 믿지 못할 페이지였다.
거기에는 어둑어둑한 방에 바닥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지금은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진이지만
그 당시 그런 잔혹한 사진을 보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욕이 나왔다.
그리고 사진 밑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A guy in Michigan, aged around 30, Killed by me today.]
'나에게 오늘 죽임을 당한 미시간주에 사는 30대 남자.'
틀림없다. 살인자가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는 사이트다.
알면 안 되는 것을 알아버린 것 같아서,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연구실로 가보았다.
그리고 어제 그 사이트가 마음에 걸려서 다시 그 URL로 접속해 보았다.
나타난 것은 역시 우중충한 방의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건 알몸으로 누워 있는 여자였다.
왼쪽 가슴에 큰 칼이 박혀 있었다. 입, 코, 귀에서 피가 흐른다.
사진 밑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A bitch in Michigan, aged around 30, Killed by me today.]
'나에게 오늘 죽임을 당한 미시간주에 사는 30대 xx년.'
나는 바로 경찰서로 가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 자체가 보급은커녕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시절이다.
[웹에서 살인자가 희생자의 사진을 올리고 있어요!!]
이렇게 말해도 이해를 못 한다. 물론 나의 허접한 영어 실력도 한몫했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마음으로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웹 사이트의 URL을 입력해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사진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나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You are the next star on my Web.]
'넌 내 웹의 다음 스타야'
친구에게 내가 가진 짐을 모두 내주고 2일 후에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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