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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고모

에불바리부처핸썸2015.11.14 06:04조회 수 1348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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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1ZrCa



20년 전, 아직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일입니다.

 

 

제게는 고모가 한 명 있었습니다.

친 고모가 아닌 아버지의 사촌동생이었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한 동네에 살면서 서로 형제가 없었던 아버지와 친해서 저도 그냥 고모라고 불렀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말 수도 많고 밝은 사람이었는데, 

고모부가 병으로 돌아가시곤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음침하고 어두운 성격이 돼 버려서 우리 가족과 조금 소원해 졌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고모라는 사람은 어릴적 희미한 추억의 한 구석에 있는 그런 사람이 됐습니다.



중등부 농구부에 소속 돼 있던 저는 그 날 밤도 농구부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나갈 때 즈음(밤 여덟시 반 경이었다고 생각 됩니다) 학교 체육관에 고모가 찾아왔습니다.

 

 

체육관 입구에서 고모를 발견한 저는 선생님께 고모가 찾아왔다고 말씀드렸더니, 

농구부 고문 선생님께서는 고모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가서는 서로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제게 달려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제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말하곤 

고모님께서 차로 데리러 왔다며 얼른 함께 가 보라며 저를 일찍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몇 년이나 고모와 만난 적이 없었지만 고모가 어두운 성격으로 바뀌기 전에는 곧 잘 우리 집에도 찾아오곤 했기 때문에

고모 본인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태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일단 아버지가 걱정이 돼 정신없이 고모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숨을 고른 저는 고모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디에 있어요?"

 

 

"병원"

 

 

"어디 병원인데요?"

 

 

"여기서 조금만 가면 돼"

 

 

"어떤 상태래요?"

 

 

"잘 몰라.."

 

 


고모의 대답은 하나같이 성의없는 대답 뿐 이었습니다.

고모는 약간 창백한 얼굴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이라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운전은 제대로 하고 있는데다가 아버지가 걱정이 된 나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점점 교외 쪽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병원은 전부 시내에 있었고, 제가 살고 있는 도시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교외로 빠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도 성의없는 단답만이 돌아올 뿐이고 옛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도 "그래.."라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화아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금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게 정말 내가 아는 고모일까? 라는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차는 계속 나아갔고, 조금만 더 갔다가는 완전히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국도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길에 접어든다면 가게 따위는 하나도 없고 작은 농가가 하나 둘 있는 정도입니다.

 

 

알 수 없는 긴장 때문인지 점점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가 기분나쁘게 쓰려왔습니다. 



도망쳐야 한다..



저는 근처에서 유일하게 밝게 조명이 켜져있는 큰 마트 근처 신호등에서 차가 섰을 때, 

'농구부 선생님께 전해야 할 학교 일이 있어서 금방 전화를 하고 오겠다'며 무작정 문을열고 마트 쪽으로 뛰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듯이 차에서 도망쳐 나온 저는 살면서 그렇게 빨리 달려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급하게 마트 안까지 뛰어 들어가서 유리 문 한쪽에 숨었습니다.



일단 고모가 쫒아오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유리문 구석에 몸을 숨기고 몰래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고모는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 그런 행동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한 아까와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있는 마트 입구를 향헤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gm.jpg


그런데 그 모습이 우리처럼 자연스럽게 다리로 걷고 팔을 젓는게 아니라 모든 동작에 조금씩 끊김이 있어서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봐서는 눈치채지 못 할 정도였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쓰린 위 속에서 토악질이 나오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마트의 뒷문으로 황급히 빠져나왔고 때마침 운 좋게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대문이 부서지도록 문을 두드려 어머니를 불러 내 일단 택시비를 내 달라고 하곤, 저는 현관문을 거칠게 열고 집 안에 들어갔습니다.

 

 

거실에는 멀쩡하게 맥주를 마시며 티비를 보던 아버지가 있었고, 그런 저를보고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히 뛰어 다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물어 왔습니다.

 


그런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가 나를 안도감에 빠질 수 있게 했고 저는 그렇게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 했고 아버지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습니다.

 

 

고모는 저도 알다시피 고모부가 돌아가신 후에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고, 언동도 조금씩 불안정 해 졌기 때문에 몇 년동안이나 교류가 없었습니다.

 

 

아이도 없이 홀로 남겨진 고모가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일단 아버지는 고모의 집에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가 없었습니다)

고모와 관계있는 모든 친척에게 전화를 했고 고모의 어머니, 그러니까 제 할머니의 언니와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틀 전부터 아르바이트하는 가게도 무단결근하고 있어서 연락이 왔다는 것.

마음의 병이 있어서 가끔 이렇게 연락이 두절되곤 했기에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다시 연락을 해 볼 마음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로 아버지는 경찰에 연락하여 저와 어머니를 집에 두고 고모가 혼자 살던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돌아온 아버지는 결국 어디에서도 고모를 찾지 못햇다고 했습니다.

집 안도 흐트러지거나 강도가 든 흔적도 없었고 지갑 외의 귀중품이 전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바닥에 술병과 신경 안정제의 약봉지가 한 가득 굴러다니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20년이 지났지만 고모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행방불명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실종처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허물어버린, 20년 전에 제가 도망쳤던 그 마트의 창 밖으로 본 모습이 고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그 날 차에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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