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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로션냄새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5.11.29 10:53조회 수 105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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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죽은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영희 생각만하면 오빠가 너무나 밉다.


그날도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이였다.


우리는 꿈 많은 여고 2학년이였다.


영희가 별 이유없이 우리집에 잘 놀러온 이유는


지금 군에간 우리 오빠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영희가 올 때마다 오빠를 내 방으로 불렀다.


처음에는 싫어 하는 기색이 없었던 오빠가 


나중에는 마지못해 내 방으로 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빠를 자꾸 불러 수학도 물어 보고 


영어 해석도 물으며 행복해 하는 영희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무척이나 기뻤다.


오빠가 자기를 별로로 생각하는 것을 알면서도 


오빠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는 영희가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도 들었다.


그날도 이층에서 공부하는 오빠를 내 방으로 불러 내렸다.


오빠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문을 꽝 닫고 이층으로 정신없이 뛰어 올라가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나와 영희는 멍하니 서로 마주 볼뿐이였다.


잠시후 침묵을 깨고 영희가 수학 정석을 가방에 넣고 일어났다.


"미숙아 그만 가볼께"


영희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했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만 같았다.


문앞까지 바래다 주고 나는 오빠 방으로 쳐들어갔다.


"오빠!아무리 싫어도 그렇게 벌레 취급할 수 있어?

오빠 너무했어. 정말 오빠수준이 그정도야?"


매너 좋기로 소문난 오빠는 담배만 연신 피워 대며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 영희가 자살했다는 소리를 듣곤 말을 잃었다.


그날 새벽 목을 맸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오빠한테 가서 말을 했다.


"오빠는 살인자나 다름 없어. 그때 문을 닫고 뛰어 나가지 않았어도...  


영희가 얼마나 소심한 아인데... 오빠가 영희를 죽인거야."


오빠는 아무 말없이 또 담배만 피웠다.


사실 내 책임도 일부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슬프게 날 쳐다보는 영희의 꿈도 여러번 꾸었다


."그때 오빠를 부르지만 않았어도..."


오빠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후론 3년동안 영희 애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오늘 오빠가 첫 휴가를 나왔다.


저녁 때 온 식구가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오빠와 커피를 한잔하면서 창 밖을 내다보니 


마당에 그 날처럼 부슬비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영희 생각이 났다.


난 혼자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기집애,아무리 마음이 여리다고 하지만 바보같이 목을 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오빠가 나를 부르면서 영희얘기를 꺼냈다.


난 깜짝 놀랬다.


3년만에 오빠가 처음으로 영희얘기를 꺼낸 것이다.


"미숙아...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 나도 무서움이 많이 없어졌어."


아니 오빠가 무서웠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사실 영희는 나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야... 영희는 죽을 운명이 였어"


이건 또 무슨 뚱땅지 같은 소리인가?


오빠는 계속 말했다.


"내가 그날 무엇을 본 줄 알아?"


"...."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와 영희가 앉아 있었지... 


그런데 영희 뒤에 흰 옷을 압은 여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영희를 뒤에서 끌어 안고 있었어.


내가 들어가자 탁 고개가 멈추고 창백한 얼굴의 그 여자가 날 보고 미친듯이 웃는데 


그때 이미 난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어.


맞아... 어렸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할머니 옆에 앉아 있던 바로 그 흰소복 여자였어"


그때 아무도 못 보고 나만 봤잖아?


그때 헛소리한다고 얼마나 핀잔들었는지 기억하지?


근데 바로 그 여자가 또 나타난거야...


영희는 이미 죽을 운명이였던거야.


나 때문에 목을 맨 것이 아니야... 분명...그여자 때문이야.


그리구... 할머니도 목을 매셨잖니?"




오빠는 휴가가 끝나고 돌아갔다.


며칠 후 오빠에게 편지가 왔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숙아, 그 흰소복 여자가 어제 내 꿈에 나타났어.


너... 조심해라.]


편지는 너무나 섬짓한 내용이라 소름이 쫙 끼쳤다.


난 갑자기 편지를 그대로 탁 놓치고 말았다.


누가 뒤에서 오빠 편지를 홱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집엔 나밖에 없는데...


뒤를 돌아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영희가 잘바르던 로션냄새가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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