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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새해맞이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5.12.03 10:39조회 수 1055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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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날로부터 며칠 지난 후의 일이다

 

졸업논문을 겨우 다 마치고 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파티나 할까 하는 생각에 전화로 친구들을 불렀다.

 

술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입고 있던 청바지에 뭔가 작은 것이 날아와서 '퍽' 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봤더니 저쪽 담너머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길다란 총으로 나를 겨누고 있었다.

 

아마도 작은 플라스틱 공을 발사하는 그런 에어건인 모양이었다. 

 

「야, 그거 사람에게 쏘면 안돼」

 

그런데 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탕탕하고 총알이 두번 더 날아왔다.

 

아픔을 느낀 내가 인상을 쓰고 그쪽으로 다가가려고 하니

 

「우와, 귀신이다, 변태다!」

 

하며 남자아이는 사라져버렸다.

 

청바지를 들어올리고 보니 정강이 피부가 살짝 벗겨져 있었다.

 

아이는 이미 도망가버렸고 해서 그냥 투덜거리며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와 술안주를 샀다.

 

편의점 밖으로 나오자 저 멀리 앞에서 여자아이가 위험해 보일 정도로 빠르게 후다닥 달려가는게 보였다.

 

그 상태로 집으로 가고 있는데 탕하는 소리가 나더니 내가 쓰고 있던 안경이 휘청거렸다.

 

정말 놀라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손가락 사이로 저기 길 모퉁이에서 아까 그 남자애가 길다란 총을 들고 있는게 보였다.

 

들고 있는 모양새를 봐선 틀림없이 내 눈을 노리고 있었다!

 

「죽어라, 역적놈. 어서 쓰러져!」

 

도저히 가만 둬선 안되겠다 싶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채 그녀석을 쫓아가 총을 빼앗았다.

 

그 와중에도 녀석은 계속 총을 쏴대서 손바닥에 피멍이 들고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너 이거 무슨 짓이야! 사람을 쏘면 어떡해!」

 

남자아이는 방금 달려가던 여자아이와 함께 서있었는데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빼앗긴 자신의 총만 쳐다보고 있다가 손을 크게 휘둘러서 다시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데 힘이 좀 모자랐는지 총은 딱딱한 돌바닥에 떨어져서 손잡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자 녀석은 한쪽발로 자신의 총을 마구 밟으며 

 

「으아아앙.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때리지마세요. 살려주세요」

 

내가 당황해서 어어, 이러고 있는 동안에 주위에는 구경꾼이 와글와글. 

 

「아니, 당신 우리 애한테 무슨 짓 한거야?」

 

이 녀석의 엄마인듯 했다.

 

「아주머니, 그러니까 이 애가 제 눈에다가 총을…… 」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내 말을 미처 다 듣지도 않았다.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그러니까 얘가 장난감 총으로 저한테……」

 

「우리 애한테 무슨 짓 했냐고!」

 

어머니가 소리를 빽 지르자 아이도 덩달아 소리를 질러댔다.

 

「엄마, 나랑 릿짱이랑 놀이터에서 얌전히 놀고 있는데 아저씨가 와서 릿짱 막 만지고, 흑흑. 내가 하지 마세요 아저씨 하니까 조용히 안하면

 

죽여버린다고 하고. 아저씨랑 저기 같이 가자고 했어, 흑흑」 

   

나는 소름이 끼쳤다.

 

아이의 입은 웃고 있었다. 

 

「이거 변태 범죄자구만. 우리 애 장난감 얼마짜린줄 알아? 20만엔이야. 거기다 어린애를 때리고 성추행까지 해?」

 

「아주머니, 저는 그런 짓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닥쳐! 경찰 불러! 내가 왜 세금 내는 줄 알아? 너같은 놈 감옥에 집어넣으려고 세금 내는 거야」

 

내가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아이의 어머니는 계속 말을 끊었고, 주위 구경꾼들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갔다.

 

남자아이의 뒤에 있던 여동생도 덩달아 함께 울고 있었다. 

 

「이거 안되겠구만. 도망 못가게 우리가 감시하지」

 

덩치가 커다란 아저씨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점점 더 상황은 악화되었다.

 

이러다 정말 큰일나는거 아닌가 싶어 눈앞이 캄캄해질 무렵 경찰이 도착했다.

 

아이의 엄마가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기에요! 여기 변태에 아동 성추행범에 폭행범에 유괴범 있어요!」

 

경찰 두 사람이 내 손을 잡고 경찰차에 태우려는 순간 한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 경찰 양반」

 

할머니는 남자아이이와 여자아이쪽을 한번 보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 남자애가 다 잘못한거지. 이 총각이 가만히 있는데 눈에다가 총을 쏘고. 총도 자기가 부수고. 때리지도 않았는데 울고. 전부 거짓말이지.

 

내가 봤지, 처음부터 내가 다 봤어. 여동생도 한통속이야」 

 

그 말에 아이의 엄마는 얼굴색이 변했다.

 

「늙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당신 그말 책임질 수 있어? 증거 있어?」

 

그러나 할머니는 우리 뒤편 가로등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며칠전까지 보이지 않던 CCTV가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저런 놈 때문에 내 손주는 왼쪽 눈이 멀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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