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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는 여든 가까운 할머니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12.08 15:31조회 수 1906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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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에 다닐 무렵, 사정이 있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목수 견습생으로 일하던 동생과 함께 자취를 한 적이 있다.


옆집에는 여든 가까운 나이인데도 정정한 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할머니는 이사를 오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친구도 만들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나 동생도 잡혀서 이야기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자기 남편이 옛날에 목수였다느니, 지금 혼자 살 수 있는 건 교사 출신이라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라느니, 손주가 올해부터 대학교에 다닌다느니.


별 흥미도 없는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분이었다.


당시 살던 집은 방이 두개로, 나와 동생이 방을 따로 썼다.


그리고 내 방은 옆집 할머니 방과 벽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었다.


어느날, 자려고 드러누웠는데 옆방에서 즐거운 듯 [캬하하하] 하고 웃는 젊은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학생인 손주가 있다 했으니, 혹시 놀러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도 손주는 자주 놀러오는건지, 옆방에서 [캬하하하] 하는 즐거운 듯한 웃음소리는 종종 들려왔다.


그 당시 나는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새벽 4시가 되도록 게임을 하다 자는 적도 많았다.


그 날 역시 그렇게 게임을 하다, 4시 반쯤에야 손을 놓게 되었다.


막 자려는 찰나, 옆방에서 또 [캬하하하하] 하고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손주가 와 있는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슬픈 듯, 안타까운 듯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직후, 또 [캬하하하] 하고 웃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곧이어 불단의 방울이 딸랑 울리고, 다시 [여보, 여보...] 하고 부르는 할머니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린다.


그 후에는 다시 [캬하하하하] 하고 웃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할머니의 목소리도 심상치 않았을 뿐더러, 그저 여자 웃음소리라고만 생각했던 그 목소리는, 할머니를 비웃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노인학대"였다.


손주가 유산을 목적으로 할머니를 학대하는 건 아닐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새벽 5시에 출근하는 동생이 일어났기에, 나도 부엌으로 가 금방 들려온 소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옆집 할머니, 못 본지 좀 된 거 같은데...]


확실히 얼마 전까지는 집 앞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반찬을 너무 만들었다며 나눠주시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하곤 하셨는데...


최근 한 달 들어 그런 일 자체가 없어져버렸다.


어쩐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나는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을 좀 나눠담아 옆집에 가보기로 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할머니가 나왔다.


오랜만에 본 할머니는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고 무척 여위어 있었다.


기운도 하나도 없고.


가져간 반찬을 건네자, 할머니는 [아... 아아, 고마워라...] 라고 중얼거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후에도 신경이 쓰여 나는 계속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종종 들려오는 [캬하하하] 하는 큰 웃음소리와, 이른 아침에만 들려오는 [여보...] 라는 슬픈 목소리 외에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딱 한 번, 동생도 새벽까지 깨어있다 같이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동생은 얼굴이 새파래져 [이거 위험해... 진짜 위험한 거 같아.] 라며 벌벌 떠는 것이었다.


얼마 후, 할머니의 방이 소란스러웠다.


잠시 후, 할머니의 딸이라는 여자와 그 남편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어머니랑 연락이 닿지를 않아요. 방 안에도 안 계시고... 옆집 분이시니까 혹시나 해서 그런데 아시는 게 없으신가요?]


당연히 나는 아는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저도 짐작갈만한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봤다.


아무리 찾아도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게 되었다.


그 사이 잠시 할머니네 집을 들여다 봤다.


이전에 봤을 때와는 달리 방안은 무척 황폐해져 있었다.


딸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있어봤자 딱히 도움도 못되는 입장이라 그냥 돌아올 뿐이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1km 정도 떨어진 대형마트 앞에서 맨발로 걷고 있던 할머니가 발견되었다.


우리 집에는 수색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딸이 답례품을 보내왔다.


나는 손주가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해야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그 후 할머니는 그 집을 떠났다.


그 때 처음 대학생이라는 손주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캬하하하] 하고 웃을 것 같지는 않을 뿐더러, 대학도 저 멀리 칸사이 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과 밥을 먹으면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치매 증상 중 하나인걸까? 무슨 정신질환 같은 거 때문에 인격이 둘로 나뉘기라도 했던건지 뭔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생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내게 되물었다.


[형은 정말 웃음소리 밖에 못 들었어?]


[캬하하하 하는 소리 밖에 안 들렸는데?]


[아니... 캬하하하 하고 웃은 다음, 똑같은 여자가 낮고 작은 목소리로 "죽어" 라고 말했었어...]


동생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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