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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묘한 경험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2015.12.12 13:20조회 수 91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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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강산이 몇 번 바뀌어 까마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모이거나 친구들과 술마시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종종 제가 되새김질하곤 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 집의 구조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저희 고향집의 뒷뜰 바로위에 품(品)자형의 무덤이 있습니다. 세 개의 무덤. 마치 토요미스테리 극장의 소재로 쓰일법한 무덤이지요.

그 자손들이 아주 방치한 것은 아니라서 흉물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무덤풀이 우거질 무렵이면 꽤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전형적인 시골 무덤이지요.

가장 위의 무덤이 약간 높은곳에, 그아래 두 무덤이...다시 그 약간 아래로 저희 집 텃밭이 있고 그아래로 집터가 있는....계단식 산등성이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저희집은 동네의 다른 집보다 집 한 채정도 고지대에 있고, 다른 집의 지붕이 다 보이니까요.

거두절미하고 그 사건이 일어난 때의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대부분 그렇듯이, 야간자율학습과 그 이후의 나머지공부로 기진맥진해 있는 새벽 1시경이었죠. 어서 빨리 정리하고 자고싶은 마음만 드는....

책상머리에 앉아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눈앞으로 뭔가 휙 스쳐지나갑니다.

제 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딱 저희집 위쪽의 무덤과 연결된 샛길이 보이는 위치죠. 옆마당에는 제 눈높이의 빨랫줄용 전깃줄이 제 방 창문과 나란히 놓여있는....

바로 그 전깃줄위로 뭔가 휙지나갑니다.

황당한 생각이지만, 처음엔 고양이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생각없이 눈으로 뒤쫓았더랬죠.
하지만 뒤에서 바라본 물체는 그저 무언가 있다....정도의 형태만 어렴풋이 보이는 그야말로 거무스레한 무언가였습니다. 마치 어둠속의 연기가 이루어낸 형체라고 표현하면 적당하려나....창빛이 닿지않는 어둠속에 무언가 있긴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그냥 윤곽만 언뜻 언뜻 그 공간에 무언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의 거무스름한 물체였습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본 것은 촌각에 불과하죠. 그 후엔 진짜 소름끼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거무스름한 무언가의 상부....사람이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허옇게 물들어간다고해야하나...

마치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듯.....

그 당시의 생경한 공포스러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온몸이 얼어붙은 느낌. 영화속에서나 있을법한 유체이탈을 라이브로 경험하듯.... 도저히 비현실적인 그런 느낌. 머릿속이 붕 떠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그저 원초적 공포만을 느끼는 그런 느낌.

얼마간 그 상태로 대치했는지 모릅니다.그냥 공포 그 자체에 억눌려서 멍하니 바라보았죠.

그 허여멀건한 무언가가 뭔지도 모른채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뭐다....라는 인식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끝없는 공포에요. 공포에 먹혔다고 해야하나 아무런 인식능력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지각능력이 돌아온것이...

한 밤중에 깜깜한 길을 걸으면 뒷골이 오싹할 때가 있죠? 훤한 형광등 불빛이 비추고있지만 주변사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저도모르게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왔죠. 그 때 방문에 발을 찧었는데...

그 아픔이 밀려들때야 비로소 바들바들 떨기라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정작 비명은 그 이후였고요.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저는 아무말도 없이 안방의 이불을 점령하고는 그저 바르르 떨 뿐이었습니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고 제가 겪은일을 이야기하자 가족들은 약간 어이없어하는 분위기...

심신이 허해서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겠죠.

아무리 그 이미지를 떠올리려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막연히 '뭐 같다'는 짐작조차 안되더군요.

아버지가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요..

그 일 후로 전 그 방을 쓰지 않았습니다. 남향의 누나방을 어렵사리 쟁취해서 누나와 방을 교환했지요.

그리고 그전까진 동네입구에서 내려 주시던 봉고차 기사님께 집앞에서 내려달라고 부탁드렸고,

제가 항상 집에 도착하는 무렵의 시간대에 실외등을 꼭 켜주십사하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죠.




그 이후로도 트라우마가 없어지고도 그 당시 본 것이 무엇일 것이다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헛것을 보고 그냥 너무 놀라 사고가 정지해버렸을 수도 있고,

무덤과 너무 연관지어서 억지로 저 혼자 꿰어 맞춘 심리적 해프닝일수도 있지만,

그 당시의 공포는 감히 비인간적이었다.....라는 표현이 적당할정도였답니다.

출처 가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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