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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이야기 -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12.14 15:02조회 수 640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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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누군가가 아닌 [중년 여자]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산속의 정적과 내 마음속 공포가 만나 싱크로했다.

멈춰 선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진은 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진은 뭔가를 찾아낸 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진 [해피....]



그 말에 나는 몸의 떨림도 잊고 진 옆으로 다가갔다.

해피는 이미 흙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썩어서 드러난 두개골 중심에는 조금 녹슨 못이 여전히 박혀 있었다.

보고 있기 불쌍해 못을 뽑아 주려 했지만, 진이 나를 제지하곤 사진을 한장 찍었다.

나는 냉정한 진의 태도에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못을 뽑으려 했다.

두개골에 꽂혀있는 못을 잡은 순간, 두개골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물처럼 솟아오르는 작은 벌레들이 무서워, 더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속이 메쓰꺼워진 나는 그 자리에서 토해버렸다.

진은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두드려줬다.



나는 그 날밤 해피와 터치를 죽게 내버려둔 주제에, 또 다시 해피를 방치해버렸다.

나는 너무나 약하고 최악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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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카메라를 들고 그 나무를 찍으려 했다.



진 [응? 어이~ 잠깐만 와봐.]



뭔가를 발견하곤 나를 부르는 진. 나는 조심스레 진 근처로 갔다.



진 [이거....전에는 없었지?]



그가 가리킨 곳은 무수한 사진들이 박혀 있는 근처.

이건 전에도 있었....





아니....



사진이 달랐다.





이전에 봤던 4~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 사진 옆에 사진이 또 붙어있었다.

사진 상태로 봐서 며칠 정도 전에 박아 놓은 듯 했다.

예전에 봤던 사진은 이미 비바람에 닳아 간신히 사람 사진인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사진 역시 4~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였다.

이 떄 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새 사진이 나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진은 사진이 박힌 나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진 [이제 남은 건 비밀 기지에 있는 그 글자들인가.]



그러면서 또 다시 달렸다.

나는 근처에 중년 여자가 있을 것만 같았기에, 당황하면서도 바로 진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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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기지에 가까이 갔을 쯤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나 [진!! 잠깐만!]



평상시라면 비밀 기지의 지붕이 보이는 위치에 왔으나 지붕이 안보인다.

진도 그걸 깨달은 듯 했다.

머리속으로 [중년 여자]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가슴의 고동이 격렬해졌다.



진 [뒷길로 가자.]



나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뒷길은 평상시 다니던 길과는 다른 뒤쪽 수풀로 진입하는 길이었다.

이 길은 비밀 기지에 적이 습격해왔을 때를 위해 만들어둔 길.

만들 때는 놀이로 만들었지만, 설마 이런 형태로 도움이 될 줄은...

이 길이라면 비밀 기지에 [중년 여자]가 있다 해도 발견될 확률이 낮다.

나와 진은 바닥을 기어서 비밀기지 뒤쪽 수풀 속 터널을 통과했다.



그리고 비밀 기지 근처에 도착했을 쯤, 이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비밀 기지는 산산조각나있었다.



한동안 제자리에서 주위 상황을 살폈지만 중년 여자는 근처에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수풀 속에서 빠져나와 비밀 기지가 있었던 장소로 다가갔다.











181 



산산조각난 비밀 기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고 싶어졌다.

비밀 기지는 나와 진, 쥰 그리고 해피와 터치의 집이었으니까.

산산조각난 잔해 옆에 큰 돌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 누군가가 이걸 비밀 기지로 던진 것 같았다.



누군가? 아니....분명 [중년 여자] 일테지...



진은 아무 말 없이 사진을 찍었다.

잔해를 파헤쳐 발견한 나무에 새져진 글자들도 찍었다.

그러던 중 잔해 틈새에서 터치의 시체를 발견했다.





해피와 터치.

우리는 그 날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두마리의 친구를 잃었다.





진 [좋아. 이 카메라, 빨리 현상해서 경찰한테 가자.]



그리고 우리는 산을 내려와 근처 파출소를 향해 달렸다.

카메라에 찍힌 사진만 보여주면 그 여자는 체포될 거고 우리는 살 수 있다.

이 생각만 하며 달렸다.



가는 도중 사진관에 들려 사진을 현상했다.

완성은 30분 뒤라고 했기에 가게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동안 진과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사진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30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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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사진이 나왔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재빨리 움직였다.

가게 점원은 조금 이상하단 표정을 하면서,사진이 들어간 봉투를 내밀었다. 

개 시체나 못에 박힌 여자애 사진이 내용물이니까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봉투안의 사진을 전부 확인한 뒤 대금을 지불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파출소로 발을 옮겼다.



이걸로 모두 끝이야.



우리는 파출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경관 [응? 무슨 일이지?]



안에 있던 젊은 경관은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우리 [[도와주세요!!]



우리는 그 날 밤 있었던 이야기를 경관에게 들려주었다.

증명사진도 한 장 한 장 꺼내보이면서.

그리고, 지금도 [중년 여자]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경관은 온화한 표정으로 부모님에겐 이야기 했냐고 물었다.

아직 말하지 못했다고 말하니,



경관 [그러면 집 전화 번호 가르쳐줄래?]











286



진 [어째서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는 거에요. 그 여자가 노리는 건 우리라구요!]



그러면서 절박하게 외쳤다.

덧붙여 진네 부모님은 의사랑 간호사. 

고등학생인 형은 근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우리 세사람 중 가장 유복한 집이었만 동시에 가장 엄격하기도 했다. 



그 날밤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놀러갔다가 이런 일에 말려든 게 밝혀지면

나랑 쥰도 문제지만 신이 가장 크게 벌을 받을 건 분명했다.



진 [제발 도와줘요! 경찰이잖아요!]



그 말에 경관은 조금 쓴 웃음을 지으며,



경관 [너희들, 초등학생이지? 이런 일은 부모님과 상의해야만 해.]



그렇게 당분간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관이 말했다.



경관 [그럼 너희들 담임 선생님 성함은 뭐야?]



우리에게 있어서 부모님 못지 않은 위협이었다.

경관은 우리들의 부모님이나 책임자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된단 입장이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부모님이나 담인은 벌을 주는 존재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마음속에 눈앞에 있는 경관에 대한 불신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결국 부모님에게 들킨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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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관은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은 거 같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구하고 있는 부모님이니 담임이니 하며 말만 돌리고.

[중년 여자] 에 대한 증거로 사진까지 가져왔건만...

나는 경관에게 한번 더 사진을 꺼내보이며 말했다.



나 [개를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는 여자라구요!]



그러자 경관은 잠시 침묵하더니 뜻밖의 한마디를 꺼냈다.



경관 [뭐? 이게 개라구?]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 싶어서.

경관은 계속해서,



경관 [아니, 너희를 못믿는 게 아니야. 좀 더 자세히 알려줘. 여기가 머리?]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몰랐던 것 같다.

나는 해피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나 [그러니까....]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이 사진은 객관적으로 보자면 개 시체로는 안보일지도...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갈색으로 변색된 뼈와 듬성 듬성 남아 있는 털.

우리는 해피가 죽은 다음 날 모습을 봤기 때문에, 부패가 진행되었어도

원래 모습을 알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덜거리는 걸레 정도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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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진도 냉정하게 살펴봤다.

나뭇판에 새겨진 저주의 글자, 여자애 사진에 박힌 못.

어떤 것도 [중년 여자]와 연결시키긴 어려웠다.

혹시 경관은 어린애 장난으로 생각해서 부모님이나 담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가?

나는 이대로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 [분명히 부모님한테 연락할 거야.]



나는 진에게 작게 속삭였다.

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턱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진은 갑자기 바깥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 역시 그를 따라 파출소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경관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경관은 결국 뒤쫓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장난을 치러온 꼬마애들이 거짓말을 들통날 것 같아서 도망친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는 경관이 뒤쫓아 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 골목길에 앉아 향후에 대한 일을 논의했다.











352



나 [지금부터 어떻게 하지?]



진 [...그게....]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였던 경찰의 도움은 소득도 없이 사라졌다. 



이걸로 전부 해결된다.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충격도 컸다.



나 [이대로 가면 그 여자한테 집주소도 들킬 거야...]



나는 무서웠다.



진 [....당분간은 그 여자랑 마주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



나 [이제 무리야! 쥰의 학년이랑 반까지 알고 있으니까 우리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구!]



진 [하지만 그 여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 진짜 있을까?]



나 [뭐?]



진 [일전에 우리들 그 여자랑 만났잖아. 만약 뭔가 할 생각이라면 그 때 했을 거야.]



나 [......]



진 [거기다...산에는 우리들을 저주하는 건 안 보였잖아?]



나 [......]



분명 산에 갔을 때 우리들에 대한 저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비밀 기지는 부셔버렸지만.

여자애에 대한 사진이 늘어나긴 했지만... 

우리들...특히 이름까지 들통난 쥰에 대한 저주도 안보였다.











355 



나는 내심 반론하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진의 말처럼 [중년 여자]는 분명 우리에 대해 잊어버린 게 아닐까.

...제발 그래줬으면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진 [우리를 진짜 원망하고 있다면 뭔가 반응이 있어야 되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진 [학교 근처에 돌아다니는 것도 우리가 아닌 사진의 여자애를 찾는 걸수도 있어.]



나 [...그럴까...]



나는 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렇다고 할까, 진의 말을 토대로 나 자신을 납득시키려 했다.

그것은 현실 도피에 가까웠다.

진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년 여자]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그래! 분명 우리들을 잊어 버렸을 거야!]



[잊었어. 분명 잊었어.]



[아, 제길. 쫄아서 손해봤다!!]



[진짜 그 여자 짜증나네.]



그렇게 서로 강한 척 했다. 

어떤 의미 자포 자기 상태였다.











363



한동안 그 자리에서 [중년 여자]에 대한 험담을 나눴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진과 헤어지기 전,



진 [내일은 쥰네 집에 가보자구.]



나 [응! 그럼 내일 봐!]



서로 밝은 표정에 손까지 흔들며 헤어졌다.

내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나 [그래...분명 그 여자는 우리들에 대한 건 까맣게 잊었을 거야. 분명...]



자기 암시라도 걸듯이 나는 그 말만을 반복하며 집으로 향했다.

위를 올려다 보니 구름도 없고 별들이 반짝이는 매우 맑은 밤하늘이 보였다.

그걸 보고있자니 지금까지 [중년 여자]에 대한 고민에 가슴 졸이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집에 가까워졌을 쯤,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할 시간이 됐단 생각에

발걸음을 보다 빨리 했다.



탁탁탁탁탁....골목 사이로 내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탁탁탁탁탁.



조용한 밤이었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응?



내 발소리 말고 다른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아무도 없다.

난 정말 겁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달렸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누가 따라오고 있다.













365



한번 더 멈춰 서서 뒤쪽을 쳐다봤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내 발소리에 섞여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나도 쥰처럼 존재하지 않은 [중년 여자]의 저주에 쫓기고 있는 것 인가?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건가?

그렇게 한동안 계속 뒤쪽을 쳐다보았다.



터질 듯 두근거리던 심장이 잠시 멈췄다.



나한테 좀 멀리 떨어진 뒤쪽, 집 근처에 세워진 오토바이 옆에 누군가 주저 앉아있었다.

아니 숨어 있었다.

달빛만으론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코트를 입고 있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 몸이 굳었다.

숨어 있는 사람은 나한테 발견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듯 한데, 실루엣만은 확실히 보였다.

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여자다!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넋을 잃을 것 같았지만 본능적으로 달렸다. 

정말 필사적으로. 숨도 쉬지 않고 달렸다.











413



나 자신을 잊고 달렸다.

집까지는 이제 몇 미터.

좋아. 이제 도망칠 수 있어!



그러다 머리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대로 집안에 들어가면 우리집이 어딘지 들키잖아.



그 생각이 든 순간, 집을 무시하고 집 옆으로 난 골목길 사이로 달려나갔다.

분명 내 뒤를 쫓아올 [중년 여자]를 떨궈내기 위해.

5분 정도, 지그재그로 골목길을 마구 달렸다.

그러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나는 천천히 몸을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중년 여자] 로 보이는 그림자도 안보였고 발자국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집으로 발을 옮겼다.

집근처에 도착한 나는 다시 주위를 경계하다 빠른 동작으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을 비운 터라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재빨리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의 자물쇠를 잠그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니 [후우.....]



우선 진한테 알려줘야 겠단 생각에 신발을 벗으려던 찰라, 현관앞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신발을 벗으려다 몸을 굳히고 현관을 응시했다.

우리집 현관은 미닫이로 불투명 유리가 끼워진 알루미늄 샤시로 되있었다. 

바로 그 불투명 유리 저편에 누군가 서있는 그림자가 비쳐보였다.











451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1m도 안되는 거리에 [중년 여자]가 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몸을 딱 고정시켰다.

아니,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가위에 눌릴 것 처럼.

뱀의 시선 아래 놓인 개구리라는 게 이런 심경인 건가.



불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중년 여자]의 그림자를 그저 올려다 보았다.

[중년 여자]는 아무 미동도 없이 그저 서있었다.

이쪽에 있는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그 때였다.

유리 너머에 있던 여자의 왼팔이 천천히 움직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 손잡이 부분으로 뻗어 가더니



덜컹



문이 흔들렸다.

내 심장은 다시는 없을 정도로 새차게 뛰기 시작했다.

[중년 여자]는 문이 잠겨 있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중년 여자] 현관문에 더욱 바짝 다가오더니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유리 너머로 귀를 살짝 대었다.



안쪽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어!



눈앞에 있는 불퉁명 유리 너머로 여자의 귀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토할 것 같았다. 

심장 고동은 이미 절정에 달해 폭발할 듯 했다.

심장 뛰는 소리를 들킬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 만큼.











457 



[중년 여자[는 2~3분 정도 유리에 귀를 대고 있다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걸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여자의 그림자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나 [...갔나....?]



나는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중년 여자]는 정말로 떠난 걸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아직도 집 근처에 있다면?

만약, 내가 집에 들어오는 걸 [중년 여자]가 봤다면?

내가 있다는 걸 확신한 다음 아까 같은 행동을 한 것 이라면? 



그렇다면 그 여자는 분명히 집 근처에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 신발을 벗은 다음 거실로 이동했다.

전등은 절대 켜지 않았다. 내 존재를 알릴 수 있으니까.

거실로 간 나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 진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발신음이 3번 정도 울린 뒤 진 본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 [진이야? 위험해. 왔어. 그 여자가 왔어. 들켰어. 들켰다구.]



나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진에게 말했다.



진 [뭐? 어떻게 됐다구? 무슨 일이야?]



나 [우리 집에 그 여자가 왔어. 빨리 어떻게든 해줘.]



나는 진에게 매달렸다.











546 



진 [진정해. 집에 아무도 없는 거야?]



나 [없어! 빨리 도우러 와줘!]



진 [우선 문단속 먼저 확인해봐. 그 여자는 어디 있는데?]



나 [몰라! 하지만 방금 전까지 집앞에 있었어]



진 [당황하지마! 우선 문단속이야. 알겠지?]



나 [알았어. 확인해볼테니까 빨리 와줘.]



나는 전화를 끊은 뒤 문단속을 하러 우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까지 가는 건 전등은 하나도 켜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오감에 의지해야 했다.

우선 화장실 창문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주의하며 닫았다.

다음은 욕실.

욕실 창문을 천천히 닫고 잠궜다.

욕실에서 나온 나는 거실 뒤쪽 문을 잠그려 이동했다.

복도벽을 더듬으며 이동하던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근처 창문을 쳐다봤다.

평상시와 다름 없이 얇은 레이스 커텐이 쳐져 있는 창문 뒤로 사람 그림자가 비쳐보였다.

누군가 창밖에 얼굴을 딱 붙인 채 실내를 들여다 보려 하고 있었다.

집안은 전등을 켜지 않았기에 안의 모습은 안보일테지만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밝은 바깥쪽 모습은 확연히 보였다.



창문 밖에 [중년 여자]가 흡사 도마뱀마냥 찰싹 달라 붙어 있다.



나는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548



나는 육식동물을 찾아낸 초식 동물 마냥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온몸이 마구 떨렸다.



저쪽에서 이쪽이 보이는 걸까?



[중년 여자]는 안쪽을 탐색하는 듯 싶더니 그 자세로 그대로 창문 중심으로 이동했다.

창문에서 끼긱 끼긱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중년 여자]가 오른손으로 창문을 긁고 있었다.



끼긱 끼긱 끼긱



끔찍한 소리는 계속됐고, 내 공포심은 절정을 치달았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중년 여자]의 기이한 행동에 공포를 느낀 나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쪼그려 앉아만 있었다.



그러던 중 [중년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더니 어딘가를 달려 갔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서 그냥 창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창문 너머 도로로 붉은 빛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경찰이다!!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히 지나가던 경찰차를 보고 [중년 여자]가 도망친 거라고.



나는 당분간 제자리에 주저 앉아 떨고만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진의 전화였다.











551 



진 [괜찮아?]



나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지금은 어딘가로 갔어.]



진 [부모님이 돌아오신거야?]



나 [아니 우연히 경찰차가 지나간 덕분에 도망친거라 생각해.]



진 [그래? 다행이다. 안 그래도 너희집 근처에 의심스런 사람이 돌아다닌 다고 신고했어.

하지만... 슬슬 위험해. 그 여자한테 집도 들켰고.

....부모님한테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



나 [.....]



진 [나도 오늘 부모님한테 말할테니까. 너도 말해. 진짜 위험하니까.]



나 [....응.]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왔다.

나는 집안의 불도 켜지 않은 채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어머니 얼굴을 본 순간 안도감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무슨 일인지 몰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한동안 계속 울다가, 그 날밤 있었던 일과 오늘 있었던 일은 말해줬다.

설명하던 중 아버지도 귀가했다.

아버지에겐 어머니가 설명해줬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 여자가 서있던 창문 근처를 둘러보았다.

창문 유리에는 예리한 뭔가로 긁힌 자국이 잔뜩 나있었다.

예리한 뭔가라는 말에 나는 퍼뜩 대못을 떠올렸다.

부모님은 나를 꾸짖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었고, 아버지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679 



10분 정도 지나 경찰이 왔다.

경찰에겐 아버지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동안 나는 어머니와 함께 거실에 있었는데, 잠시 뒤 경찰이 내게 그날 있었던 일은 물었다.

해피와 터치에 대한 것, 나무에 못박힌 사진, 비밀기지에 새겨진 쥰을 저주하는 글자,

그리고 방과 후에 만난 것 까지.



[중년 여자[에 관계된 모든 이야기를 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도...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경찰관이 창문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내가 이야기한 것중 경찰이 가장 자세하게 물었던 건 여자애 사진에 대한 것이었다.

그 여자애의 용모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뒷산의 지도를 내가 그려주고 경찰이 조사해보기로 했다.

당분간 우리 집 근처 순찰을 강화하겠단 약속을 한 뒤 경찰은 돌아갔다.

결국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뒤 진과 쥰네 부모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모님끼리 뭔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지만 [중년 여자]에 대한 것 보단

학교에 어떻게 설명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686 



그 날 밤, 나는 몇년만에 처음으로 부모님이랑 같이 잤다.

부끄러움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중년 여자]가 그 만큼 무서웠으니까.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8시가 넘었다.

지각한다고 당황해 일어났지만, 어머니가 오늘은 학교에 안가도 된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이미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아버지는 벌써 출근했지만, 어머니는 하루 쉰다고 했다.



아마 쥰이나 진도 학교를 쉴 거라 생각했지만, 굳이 전화는 하지 않았다.



나는 내 방에 틀어 박혀서 [중년 여자]가 한시라도 빨리 체포되기 기다렸다.

제발 이 공포에서 빠져나갈 수 있길 빌었다.



어머니는 어째선지 [중년 여자]에 대해서 하나도 묻지 않았다.

아마도 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또 다시 내방에 박혀 있던 중,





하고 집 벽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진이라고 생각했다. 

진은 나를 불러낼 때 현관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창문에 돌을 던지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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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밖을 내다봤다.

집앞 골목길에 있는 전신주 근처에 진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 숨어 있는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 중

내 방 아래 마당에서 꺄악! 하는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머니는 아래쪽의 뭐가를 보고 놀란 듯 했다.

나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나를 올려다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담장쪽을 가리켰다.

나는 어머니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

거기에는 뭔가 끈적 끈적한 보라색 액체가 흩어져 있었다.

그게 방금 전 쿵 하는 소리를 낸 흔적인가?

그리고 시선을 내려 어머니가 바라보고 있었 곳을 봤다.

거기에는 내장이 삐져나온 커다란 황소 개구리 시체가 놓여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바로 [중년 여자]의 짓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근처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있던 어머니는 이내 거실에 뛰어들어 경찰에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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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아마 이때 처음으로 [중년 여자]의 이상함 알게 된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그 여자는 이상했다.



분명 개구리를 던져 넣은 다음 놀라는 우리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을 것이다.

근처에서 지켜봤을 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이제 이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 [중년 여자]의 새장.

마치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뒤 경찰이 왔다. 어제와는 다른 경찰 두명이었다.

경관 한명이 도로 바깥을 조사하는 동안 남은 한명은 나와 어머니에게 질문을 했다.



뭔가를 보지 못했나? 그 때 상황은? 같은 질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경관은 불안을 부채질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



경관 [분명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범인은 또 다시 이런 일을 할지 모릅니다.]



이에 나는 참지 못하고,



나 [그 여자에요! 코트를 입은 40살 정도의 여자에요! 빨리 잡아줘요!]



반쯤 울먹이며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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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경관은,



경관 [방금 전에 산에 가보고 왔단다. 개 시체랑 여자애 사진도 찾았어.

지금부터 그걸 조사해 범인을 잡을테니, 안심하거라.]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가서 말하길



경관 [남편분에게 연락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개구리를 던졌던 흔적을 사진을 으로 담은 경관들은 1시간 뒤 돌아갔다. 

얼마 있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직 5시도 안됐는데.

어제랑 오늘 일 때문에 걱정이 되서 일찍 돌아온 듯 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어머니도, 신문을 읽는 아버지도 아무 말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것만은 알았다.



나 자신도 언제 [중년 여자]가 올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날 저녁 식사는 가족들 모두 아무 말없이, TV 소리만이 가득했다.

11시쯤 지나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만일을 위해 1층 거실 전등은 켜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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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밤도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잤다.

물론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현관밖에서,



[어이! 뭐하는 거야!]



커다란 남자 목소리와 함께



[끼야아아아아아~]



들어본 적 있는 비명이 들렸다.

[중년 여자]의 비명 소리였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일어났다.

당황한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고, 어머니는 나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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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와 함께,



[끼이...끼야아아아!! 젠자아아아앙!!]



다시 [중년 여자]의 절규가 들려왔다.



[얌전히 있어!!]



[날뛰지 마라!!]



이런 남자 목소리도 들렸다.



이때 나는 그 여자가 경찰에 잡혔다는 걸 직감했다.

[중년 여자]는 계속해서 괴성을 질렀다.

나는 어머니의 팔안에서 계속 떨고만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나한테,



아버지 [범인이 잡혔다. 산에서 본 사람이랑 동일인물인지 확인하고 싶다는데...괜찮겠니?]



물론 전혀 괜찮지 않지만, 이걸로 끝날 수 있단 생각에



나 [...응...]



이러헥 대답했다.

그리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 밖에선 아직도



[젠장!! 너까지!! 너까지 나를 괴롭히는 거냐아아!!]



[중년 여자]가 굉장히 큰 소리로 들려서 온몸이 부들 부들 떨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밖에는 두 명의 경관에게 붙잡힌 [중년 여자]가 있었다.















나는 처음엔 너무 무서워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아버지가 내등을 살짝 밀어줘서

비로소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볼 수 있었다.



경관 두 사람에게 어깨를 잡힌 중년 여자는 땅바닥에 얼굴을 댄 채 나를 노려보고 봤다.

험하게 날뛴 듯 머리카락이 흩어진데다 눈에는 핏발이 섰고 들개마냥 침을 흘리고 있었다.



중년 여자 [너...!! 너는 대체 얼마나 나를 괴롭힐 생각인 거냐아아아!]



여자는 나를 향해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았다.

중년 여자를 붙잡고 있던 경관이,



경관 [산에서 본 사람이 이 아줌마 맞지?]



나는 중년 여자의 광기에 밀려 말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경관은 바로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경관 [당신을 방화 미수 혐의 체포합니다.]



수갑이 채워진 다음에도 중년 여자는 괴성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경관 두 사람에게 떠밀려 경찰차로 연행됐다.

그리고 경관 중 한명이 우리에게 사정을 설명해줬다.















경관[댁 근처를 순찰하던 중 현관 앞에서 사람 그림자를 발견했는데

       방금 저 여자였습니다. 현관 앞에 앉아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하고 있더군요.

       현관앞에 헌신문 놔두셨죠?]



어머니 [예...? 아니...그런 건 안 놔두는데요.]



경관 [그럼 이것도 저 여자가 준비한 건가.]



경관이 바라본 곳에는 두꺼운 신문지 다발이 있었다.

분명 우리집에서 보는 신문사의 것은 아니었다.



경관 [응?]



경관이 신문 틈에서 뭔가를 찾아냈다.



그건 나무판이었다.



거기에는 [xxx 화재로 사망] 이라고 내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내 이름도 알고 있었어.

만약 경찰이 순찰을 안했다면....

그 생각에 조금 정신이 몽롱해졌다.

어머니는 나를 껴안으면서 울었다.



출처 루리웹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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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을 사러오는 여자 (by 뒤돌아보지마) 여자친구의 습관 (by 여고생너무해ᕙ(•̀‸•́‶)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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