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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12.18 10:01조회 수 137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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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두시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약 23시간 전이군요.

전 누워서 컴터로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배위에는 삼개월쯤된 애기 고양이가 제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치고 있었습니다..



어제 비도 억수로 쏟아지고 가끔 천둥번개도 치곤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마침 공포영화를 보고 있었구요.

제 배위에서 잘 놀던 고양이가 갑자기 움직임을 딱 멈추더니 화장실 쪽을 뚫어지게 응시합니다.

요녀석이 따로 훈련 시킨 것도 아닌데 기특하게도 용변을 화장실에서 보기때문에 화장실 문은 24시간 열어둡니다.



첨엔 영화보느라 별로 신경 안썼습니다. 제 손가락도 편하고 좋았지요.

그런데 요녀석이 한 일분쯤 계속 꼼짝 않고 화장실쪽만 쳐다보니까 저도 슬슬 신경이 쓰이더군요.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 이사 온지 이제 일 년 됐는데 여기 온 후로 가위도 자주 눌리고..암튼 오래 살고 싶은집은 아닙니다.



고양이 키워보신 분들이나 동물의 왕국 자주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먹이를 사냥하거나 적과 마주쳤을때, 납작 업드려서 웅크리고 노려보죠. 

한동안 웅크린채 꼼짝않고 응시만 하던 녀석이 갑자기 움찔합니다.

고양이가 움찔하는 바람에 저도 덩달아 움찔했습니다. 

무의식중에 고양이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나봅니다.



이쯤되니 자연스레 머릿속에 한가지 말이 떠오르더군요.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

귀신영화보면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까? 

순간 소름이 머리뒷쪽부터 양 어깨로 쫘~악 내려오더군요.

그렇게 강렬한 소름은 지금껏 살면서 처음이었습니다.

 

아직 화장실쪽은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생각 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겜방이나 가서 날 밝으면 들어올까...

그래도 꼴에 남자라구 귀신을 본것도 아니고 화장실은 아예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겜방으로 도망갈 생각부터 하다니..허허 웃음이 나더군요.

그래서 일단 요녀석이 대체 뭘보고 그러는지 확인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순간 또 이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공포 영화를 보면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화를 당하는 사람이 많자나요.

머릿속에 또다시 겜방,겜방,겜방 단어가 메아리칩니다.

그 순간 고양이가 또 움찔합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가 화장실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고개를 돌린 순간 보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누운자리에서 화장실을 보면 변기가 반쯤보이구 변기 위에 있는 수납장도 반쯤 보입니다.

수납장에는 세로로 길게 거울이 붙어있구요.

그 거울로 뭔가 하얀 천같은게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걸 본 것입니다.

 

심장은 마구 요동치고,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굳은거죠.

한 10초쯤 가만히 바라보는데 또다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하얀 물체...

솔직히 정말 무서웠습니다. 

젊었을땐 귀신한번 보는게 소원일 정도로 겁도 없고 강심장 였는데, 

30줄에 들어서니 별것도 아닌일에 깜짝깜짝 놀라고 몸도 많이 허해진걸 스스로 느낄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안한게, 그런 상황에서도 그게 뭔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공포심보다 앞서더군요.

전 가만히 해드셋을 벗고, 고양이를 배위에서 내려놓은 다음 천천히 화장실쪽으로 향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전원 스위치를 켰습니다.

그리고 문턱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어 누운자리에선 안보이던 구석까지 살폈습니다. 아무것도 없더군요.

 

허무했습니다. 

고개를 돌려 돌아서려는 순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 귀신 옷자락처럼 보이던것의 정체는 바로...

길게 늘어진 두루마리 화장지였던 것입니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때마다 이게 조금씩 나풀거렸고,

어두운 화장실 수납장 거울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양으로 비춰졌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십년감수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출처 가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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