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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가위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2015.12.28 06:59조회 수 74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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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지같은 기억의 모든것은 오로지 링으로 부터 시작 되었다.
 
스즈키 코지.  이 일본인 소설가의 손 끝에선 원래부터 귀기가 흘러나오는게 아닐까.
넘기는 책장 하나 하나에 부족할 겨를 없이 끈끈히 묻어나는 음산한 필체.
 
이미 영화를 먼저 봤던 나지만 활자로 다가오는 사다코의 그림자는 영상으로 표현할수 없는
어떤 납덩이처럼 묵직한 불쾌감으로 다가왔다.
 
저녁마다 들리던 책 대여점에서 이 소설이 눈에 띈 것은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어느 해 12월의 늦은밤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의류납품업자가 소유한 주택의 옥상에다가 불법증축한 옥탑방에 혼자 살던 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종종 비디오 아니면 책을 빌려 들어오고는 했었다.
 
 일어서면 천정에 머리가 닿을듯 하고 두 사람이 누우면 몸 비틀데도 없는 비루한 셋방.  방문을 열면 부엌이 나오고 다시 얇은 샷시문을 열면 황량한 옥상과 낡은  빨랫줄이 눈에 들어오는 살풍경한 그런 환경에서 유일한 낙이라곤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 날따라 1층과 2층에 거주하는 주인과 세입자가족 모두 어디론가 떠난듯 주택에 전부 불이 꺼져있었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유난히도 삐이걱 소릴 내며 열렸다. 공교롭게 옆집 창문 불도 모두 꺼져있다.
나 빼고 동네가 모두 비어있는 느낌.
 
 허술한 자물쇠를 열고 방에 들어가니 쿰쿰한 담배냄새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맞은 편에 보이는 나무창틀의 작은 창은 언제 봐도 기분나쁘다. 불을 끈 채 바닥에 누우면 언제나
연우윳빛 유리 너머로 어떤 기척이 느껴질때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방에 사는 남자가 밤에 옥상에 올라와 불꺼진 창 너머를 기웃거리다가 내가 창문을 별안간 열어재끼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진 뒤로 더욱 기분이 그러했다.
 
어둑한 형광등을 켜고 별로 효과도 없는 보일러를 틀어놓은뒤 담요두장을 몸에 말고 빌려온 책을 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의문사를 쫓던 여기자가 사다코의 비디오를 통해 의문사의 실체에 다가감과
 함께 비디오를 본 자신과 딸의 죽음을 향해서도 쇄도하는 과정의 긴장감으로 책을 손에서 떼지 못했다.
바깥에는 겨울 폭풍이라도 오는지 바람이 사납게 창을 두드렸다. 불을 끄면 창밖에 뭔가가 어릴것 같은 느낌.
 
 
 
 
눈을 떴다. 아니.. 뜨려고 했다. 정신은 명징하게 밝아오는데 사방이 어둡다. 눈을 못뜬것일까 아니면..
 불이 꺼져있는 것일까.
 난 분명히 잠이들기전에 일어나서 전등 스위치를 누른 기억이 없다. 정말이었다. 아니 물리적으로 설명할수 없지만 정말 기억이 없었다. 잠이 언제 들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는데.. 
 죽을 힘을 다해 눈꺼풀을 힘겹게 떠보니 역시 형광등의 불은 꺼져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내가 언제 잠이 들었지? 그런데..전깃불은 대체 누가.....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명이었다.  틀림없다.
 
 하나는 내  머리맡에 있는 창문쪽에서 내가 고개를 가누지 못하게 누르고 있었고
겨우 약간의 고개를 들어 내려본 발밑엔 분명 머리칼이 긴 누군가가 내 다리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듯한
어스름한 실루엣이 느껴졌다.
 
처음 겪어보는 공포였다. 굽이치던 심장의 박동이 이젠 멈추듯 잦아드는 느낌과 심호흡이 불가능해질것
같은 불안감. 누가 들을지 몰라도 소리를 질러야 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물론 머릿속에서 지른 비명이다. 결코 입밖으로 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거다.
 
뇌가 내리고 있는 명령은 틀림없는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치라는 것이었지만
귀로 들었던것인지 그저 생각이었는지 모를 내 가냘픈 신음소리와  움직이려 애를 쓰면 쓰는대로
뻣뻣해지기만 하는 몸뚱아리..
 
도저히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머리맡의 존재는 볼수가 없다.  느껴는 지는데. 분명.
 
영겁의 시간이 흐른듯 하다. 이젠 몸을 뻣뻣하게 조차 만들수 없을만큼 녹초가 되면서..
웃기지만 마음이 편안해 왔다. 아마 항거할수 없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죽음이 이런 기분일까.
 
그리고 누운 자리를 흥건한 식은땀으로 적실 무렵에야 겨우 머리를 들어 머리맡을 용기내어 확인할 수
있었고 물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조금씩 다리를 움직여 본다. 부자연 스러운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너무 기진맥진해서 일어나 불을 켜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대로 누워 뜬 눈으로 한참을 지나 희뿌윰한 여명을 맞이했다.
 
 
그런데.. 나도 남자는 남자인가 보다. 귀신인지 뭔지 모르지만 이성의 기가 - 귀신이지만..또 어떤 여자의 느낌이랄지. 뭐 어차피 거지같은 꿈속이었을테니 상관하지 않는다. 당시 외롭고 고독하던 시기기도 했다.-  느껴져서일까 기분이 그다지
불쾌하거나 진저리쳐지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환해진 밖을 방안에 들이려 창문을 열어재끼니 은빛 서리가 내뿜는 냉기도 함께 들어오며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담배를 물고 창틀에 턱을 대고 한참을 그렇게 바람을 쐬었다.
 
그리고
 
그 날  링의 3권 시리즈를 독파하는데 휴일 하루를 온전히 바쳤다.
 
물론 그 이후로 가위가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다.  
 
 
 * 존대말로 쓰려다가 어투를 바꿨습니다. 느낌전달에 그게 더 효과적일듯 하여. 양해하시길.
출처 : 가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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