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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4-5 (完)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6.01.08 10:12조회 수 999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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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모군 사건이후 전 절대 창고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회사에 건의도 했구요. 

물론 좋은 소리는 못 들었지만, 워낙 소문이 나돌아서 회사에서도 무시할 수는 없었던 듯 합니다. 


이후 처음의 그 부장님이랑 저는 다시 다른 장소 물색에 들어갔습니다. 

대신 그 창고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사원 둘을 못 박아 놨죠. 

암것도 모르고 둘이 꿀보직 맡았다고 좋아들 하더만요. 하하. 


애들한테 간단한 인수인계 마치고 부장이랑 길을 나서면서, 먼저 갔던 그 슈퍼에 들렀습니다. 

오전시간이고 동네슈퍼라 한산 하더군요. 


전 인사하고 들어가서 담배와 음료수 몇 개를 사면서 말을 붙였습니다. 


“아주머니 저 아시죠?” 

아주머니 저를 힐긋 한번 보시더니 고개를 갸웃하십니다. 

“아 저 밑에 그 집에” 

“아. 네.” 

“저 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는데.. 저집에 대해 혹 아시는 어떤 이야기나 소문이 없나요?” 

“왜..왜 그러시는데요? 무슨일 있었어요?” 

“네.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집 옮길려구요.” 

“크. 네 그럴 줄 알았지.. 이번에도 한 달을 못 넘기네.” 

“네? 무슨 말씀인지.” 

“그 집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아는사람 다 알아요. 몇 년전에 사람 죽은 집이라.” 


아주머니 말로는, 원래 여기 골목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석집 거리였답니다. 

방석집 아시죠? 하여튼 주잡기(술과 몸쇼로 손님을 호객하고 술값을 받는 행위)가 있는 좀 많이 안좋은 동네였다고 하네요. 


암튼 저희가 있던 그 창고 건물이 바로 방석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방석집 아가씨 하나가 죽어서 경찰이 오고 살인인지 자살인지 뭐라고 하더니 조금 지나 잠잠해 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로 갑자기 여기 방석집 하나둘 문을 닫더니 지금은 아예 없어 졌다고 하네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 시점에서 여기 청장 바뀌고 청장이 거리 집중단속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암튼 2층 주인집 아저씨는 방이 비니 1층 세를 놨는데 세 들어오는 족족 한 달을 못버티고 다 나가더랍니다. 

미용실. 조립컴퓨터점. 비디오대여점 등등. 우리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 반년정도 비어 있었다는군요. 


그 말에 부장님은 화가 단단히 나서 왜 그 이야길 이제서 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멋쩍어하면서 그 집 주인이 세 안들어 온다고 하소연해서 도와줄라고 그런건데, 

사실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어떻게 이야기 하냐고 하데요. 요즘 세상에 누가 믿냐고. 


그 말이 맞기는 한데. 저흰 진짜 봤거든요. 귀신을. 


그리고 막 슈퍼문을 나서는데 아주머니가 “주인아저씨가 잘 알고 계실건데 집 뺄거면 한번 물어 보세요.” 하더이다. 


그날 부장님이랑 주위 창고건물 보며 돌아다니다 6시쯤 창고로 갔습니다. 신입직원 둘이 걱정 돼서요. 

창고에 들어가니 둘이 완전 놀라더군요. 벌떡 일어서는 폼이 머하다 들킨 애 마냥. 


노가리 좀 까다가 저녁8시가 다 되어 가길래 주인집 아저씨한테 창고 다시 내 놓는다고 이야기하려고 좀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역시 오토바이 소리 들리더군요. 저흰 아저씨를 창고에 불렀습니다. 

창고 뺀다고 하니 화를 내더군요. 들어 온지 몇 일 됐다고 이러냐고. 


저흰 기다렸다는듯이 다 말했습니다. 귀신이야기며 슈퍼에서 들었다 사람 죽었다고 등등.. 

그렇게 따지고 드니 아저씨가 결국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체념 하신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저흰 일단 족발에 소주 대령해 놓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먼저 여기가 방석집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방석집이 참 좋지 못한 곳이며 퇴폐적이신것은 아시죠. 

그 와중 여기 아가씨 중 참 참하고 맘씨 좋은 아가씨가 있었는데 항상 볼 때 마다 인사성이 좋고, 어렵고 고통스런 일을 하면서도 늘 웃고 다녔데요. 


이 아가씨랑 동거동락하는 언니하나가 있었는데 친자매보다 더 서로 위해 주고 보듬어 주는 언니동생하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원래 이런 곳에는 깡패나 건달이 꼬이게 되는데 행패부리고 돈 뜯고 하는 건달이 이 동생과 좋아 하는 사이가 됐더랬습니다. 

비록 서로 좋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결혼 약속까지 했더라고 하더군요. 

좋은 결실이 되도록 주위에서도 응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동생이 화장실 앞 보일러앞에서 피를 엄청 많이 토한 채로 시체로 발견 됐습니다. 

경찰이 오고 가고 난리가 났지요. 


언니라는 사람도 울고불고 서러워하고, 그 결혼할 남자도 할말을 잃은듯한 표정이였다는군요. 

사인은 농약인가 독극물을 마시고 죽었는데.. 자살인가 했더라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어찌해서 방석집은 폐쇄 됐구요. 

몇 번인가 경찰이 왔다갔는데 

그때 쥔아저씨 들은 바로는 언니라는 사람의 통장으로 그 죽은 동생의 돈 5천만원이 입금돼서 경찰이 그 언니를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뒤 경찰이 다시 찾아 왔는데 사건은 마무리됐고 범인이 잡혔다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언니와 건달이 짜고 그 동생 돈을 목적으로 사기치고 죽인거였다더라구요. 


처음엔 그 동생과 건달이 정말 사이가 좋았는데 

언니라는 사람이 동생 돈 좀 모아 논게 많다고 꼬득이면서 두 사람이 살인공모를 했나 봅니다. 


우선 건달이 동생과 결혼할 생각이라고 거짓부렁을 해놓고 결혼자금이라고 그리 고생해서 모은돈을 받아 놓고서는 

아침에 쥬스에 농약인가 쥐약인가 잘 모르겠지만 독극물을 타서 먹였다고 하더군요. 


원래 이일이 술을 밤새도록 먹는 일이라 술에 취한 동생에게 어쩌면 강제로 먹였을지도.. 

주인아저씨 말로는 이제 이 생활 청산한다고 어린아이마냥 좋아 했다라고 했는데 불쌍하게 시리.. 


처음 시체를 발견한 것이 주인 아저씨였는데 

얼마나 피를 많이 토했는지 쪽방에서 쪽방창문을 넘어 화상실 앞에까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라고 하더군요. 


결국 극약을 먹고 괴로워서 쪽방창문을 타 넘고 결국 화장실 앞에서 죽은거였습니다. 얼마나 처참했는지.. 

쥔아저씨 이야기 하면서 오금을 다 떨더군요. 


범인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 언니라는 사람에게 지명수배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그 건달과 함께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그 언니라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즉사 했고 건달은 반병신이 되었다네요. 

  

그때 병원에서 신원조회하다가 지명수배된 것두 알았구요. 

당시 건달이 범행 일체를 다 자백했다고 하더군요. 


주인아저씨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우리 신참 둘이 얼굴이 사색이 돼 있더구만요. 하하. 그때 표정이 아직 기억이 납니다. 


암튼 사정을 알고 보니 욕하던 그 귀신이 너무 불쌍하게 생각됐습니다. 


아저씨는 마지막 소주잔을(거의 3병이나 혼자 드셨음) 비우고는 비틀거리며 2층으로 올라 가셨는데, 

부장과 저는 한동안 담배만 피워댔습니다. 우리 두 신입 사원은 안절부절 하더만요. 


정리 하고 나가려다가 부장하고 저하고 기분이 그렇고 해서 술생각이 막 나더군요. 

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하니 부장님도 조아라 하시고 신입 사원 둘도 끼겠다 하더라구요 


암튼 자리 잡아 놓고 고기 구우며 술잔 돌리는데 술이 좀 들어가니 부장님이 


“어이 최실장.. 그러면 조금 이상하잖아. 어차피 그애 살인 공모한 두 사람 죄값다 받았는데, 

억울하게 죽었다고 해도 굳이 저집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주인아저씨 그 이야기 다 진짜일까?”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전 “아이고 부장님도. 얼마나 억울하게 죽었으면 승천도 못하고 저기 남아서 저러고 있을까요.” 하고 대답했지만 

못내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부장의 말도 일리가 있는게, 범인이 세상에 숨 쉬고 잘 살고 있으면 복수심에라도 원귀가 되어 복수할 텐데 

복수할 대상도 이제 없는데 왜 아직도 저 집을 벗어나지 않는지. 

죽은 게 그렇게 억울한가 그렇게 생각하고는 더 이상 누구도 그 집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모든 내막을 아는 우리 두 신입 사원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창고로 갔고 저하고 부장님은 다시 창고 물색하러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는데 그 창고 신입 사원중 한명이 전화를 걸어서는 창고 난리 났다고, 빨리 와 보시라 격양된 목소리로 난리를 치더군요. 


놀라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정도였는데, 대낮에 절마들이 귀신을 봤나 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이상하고 요란한 소리가 마구 들려왔는데 뭔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전화가 끊기더군요. 

부장님하고 함께 서둘러 창고로 차 몰고 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창고로 들어가자 난장판이더군요. 

꽹과리 소리에 여기 저기 팥과 소금. 신입 사원 둘은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 무당 할머니였습니다. 

꽹과리들고 엄청 쳐대더라구요. 


부장님이랑 제가 할머니를 잡고 끄는데, 이거 원 힘이 장사 저리가라더군요, 

꼭 무쇠덩이 잡고 끄는 거 같았습니다. 그 와중 할머니는 저한테도 저번처럼 소금을 뿌리고. 


결국 저하고 부장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길 건너 무당집 2층에 올라갔습니다. 

내부는 의외로 정갈하고 단촐하더군요. 


할머니를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계속 저를 째려보시며 “이놈아! 되질려면 무슨짓인들 못할까!”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조그만 소반위를 손으로 탁 내치며 복돈을 내놓으라고 소리 치시길래 

부장님이 빳빳한 만 원짜리 지폐를 몇장 꺼내서 소반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또 소금을 저를 향해 던졌습니다. 

젠장. 몸에 맞으면 덜한데 꼭 얼굴을 향해 던지더라구요. 엄청 따끔했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그 집에 원혼이 들렸다고, 살려면 나가라고 고함을 치시더라구요. 

과연 할머니 뭘 말씀하실까. 내막을 알고 있던 부장님이랑 저는 눈빛을 교환한 뒤 모른 척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세. 너무 세. 그냥 나가 나가면 해결되지. 뭘 기다려. 뭘 서성거리고 있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할머니한테 그 집에 귀신 있냐고 물었더니 

“이눔아! 두 눈 뜨고 본 놈이 왜 물어!” 하시더군요. 


저랑 부장은 결국 아저씨한테 들은 그 아가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듣는둥 마는둥. “아 내가 산사람 이야기는 멋하러 들어 고만혀.”라고만 하시더라구요. 


그러더니 할머니가 향로에 하얀 쌀을 그득 담고 향 세 개를 딱 꽂은 뒤, 이거 들고 거기 가서 피워놓고 나오라고, 초도 두 자루 챙겨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말고 나중에 해 지면 피우라고 하시더라구요. 

이거 피우다가 귀신한테 뭔 일 당하면 할머니가 책임지세요. 하는 표정으로 봤는데 획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ㅠㅠ 


일단 향로하고 향 세 자루 초 두 개를 들고 창고로 왔습니다. 창고 정리 조금하니 5시가 다 되어 가더라구요. 


그 와중 울 부장님은 회사 들어간다고 핑계 대면서, 일 끝나면 바로 퇴근하라면서 내빼시고. 

신입사원 둘은 딴짓 하면서 모른 척 하고 있더라구요. 


그걸 보고 있자니 괜한 성질도 나고 이거 안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혼자 PC방에 가서 한 자리 꿰차고 인터넷 검색하고 놀았습니다. 그 와중 머릿속에는 갈까 말까 고민을 계속 했구요. 


그러고 있자니 2시간 후딱 지나가더군요. 나와 보니 어두침침 하더라구요. 

창고로 돌아가는 길에 일단은 무당이 시킨대로 하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가 뭐 잘못 한 것도 아니고 나한테 뭔 짓이야 하겠느냐고. 


그런데 창고에 와 보니 신입사원 둘은 이미 내뺴고 없더군요. 

바로 전화 걸어서 튀어 오라 했더니 이 놈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더만요. 결국 열쇠 가진 죄로 한 녀석이 튀어 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8시가 됐습니다. 8시면 주인아저씨가 올테니 그 틈에 들어가자 했습니다. 

그러니 신입사원 말이 오늘 주인아저씨 일찍 들어갔다고. ㅠㅠ 


암튼 전 심호흡을 한번 하고, 화장실 쪽 보일러 위에 향로 올리고 좌우에 초 세워 놓고 라이타 꺼내 향을 태웠습니다. 

향냄새가 그득 하게 피어오르더군요. 


그 와중 신입 사원은 부들부들 떨고 앉았고, 저도 간이 콩알만해지고 식은땀이 났지만, 

불쌍하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암튼 그 날은 별 일 없이 무당이 시킨 일을 다 마치고 정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좀처럼 잠자리가 편치 않아 뒤척이다 회사보다 창고로 먼저 갔습니다. 


그런데, 아. 이럴 수가. 구이집 2층이 폭싹 타서 시커멓게 뼈마디만 남아 있더군요. 

호흡이 가빠오더라구요. 


마침 가방집 아지매들이 나와계시기에 전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어제 무당이 초 켜놓고 잔 것이 원인이 되서 새벽에 불나고 난리였답니다. 


마침 그 무당은 불나기 전에 건물에서 빠져 나와 무사하다고 했구요. 방화인지 사고인지 조사차 경찰서에 갔다고 했습니다. 


전 갑자기 생각난바가 있어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창고에는 이미 두 신입이 출근해 있었구요. 

제가 뭘 봤겠습니까? 향료랑 다 타버린 향 세 개의 잔해. 거의 못타고 꺼져 버린 오른쪽 초. 어째서인지 왼쪽 초는 없더군요. ㅠㅠ 


아 젠장. 기분이 엄청 상큼하더군요. 거서 걸어 나오는데 다리가 후덜덜. 


보통 타기 시작하면 촛농이 초를 타고 초 받침대에 고이는 게 정상이죠. 

실제로 오른쪽 초는 윗부분이 조금 타서 촛농이 제법 흘려 내렸더군요. 

왼쪽 없어진 초 받침대를 보니 역시 촛농이 흘러내린 것으로 보아 제법 탄 상태에서 없어진것 같더군요. 


너무 무서워서 혹 초가 뒤로 넘어가서 보일러 뒤로 떨어 졌나 했는데(앞에는 없었거든요) 무서워서 확인 못했어요. 

또 여기 고양이들이 많거든요. 그노마가 건드렸나 했죠. 

하여튼 뼈대만 남아버린 구이집 2층을 보며 전 그곳에서 서둘러 나와버렸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한동안 창고를 더 멀리 했습니다. 


간혹 후배말로 그 무당할머니 다 타버린 집안에서 도로변 차 지나가는 거 보고 고함치고 꽹과리 치고 완전 미쳤다고 하더군요. 


암튼 그 창고에 온지 한 달이 다 되어 갈 즈음, 다른 장소를 찾았습니다. 

계약 했구요. 제품을 옮길 일만 남았습니다. 계약 날이 금요일이였고 다음주 토요일 날 잡고 화물차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이제 한시름 놓겠구나 하면서 전 새로운 창고에 그때의 최모군이랑 청소를 하기 위해 틈틈이 들렀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주인아저씨께 임대차계약서 들고 계약파기하고 보증금 신청하러 갔습니다. 


아시죠. 아저씨 8시에 들어오시는 거. 

시간 맞춰 가서는 창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대문이 열리며 오토바이가 나오는겁니다. 


아 주인아저씨겠구나 전 생각했죠. 그런데 막 아저씨 부르며 뛰어 가려다가 모든 동작이 스톱됐습니다. 


아저씨 오토바이 아시죠. 퀵서비스 그 오토바이. 뒷 자석에 짐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거.. 


그 뒷 칸에 웬 아가씨가 앉아 있는 겁니다. 

무릅까지 오는 원피스 스타일에 단정한 생머리가 엉덩이 근처까지 오고. 뒷 자석에 다소곳이. 

아저씨는 절 못본채 시동을 거시고는 아가씨를 태우고 떠나시더군요. 


그런데 막 달려가는 찰나에, 고개를 돌린 그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저씨 뒤에 앉아서 슬며시 돌아보며 웃는 얼굴. 


어찌 보면 얍삽스럽게 비웃는 듯한 그 표정. 어찌 보면 처절할 정도로 서글픈 듯한 그 표정. 아 정말 지금도 잊을수 없는 그 표정. 

어둠에 묻혀 오토바이가 안 보일때까지 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머릿속이 멍했습니다. 그게 사람일까 귀신이였을까. 아저씨는 왜 오토바이에 아가씨를 태우고 가시나. 내가 귀신 때문에 심신이 피로해져 진짜 사람을 귀신이라고 오해하는 거겠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 마음을 추스르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화요일 다음날 저녁엔 두 신입 사원을 다그쳐서 함께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9시가 넘어가도록 아저씨가 안 오시더라구요. 

결국 주인 아주머니께 말씀드리자고 벨을 눌렀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2층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죠. 


수요일. 회사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두 신입사원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장이랑 달려가보니 주인집에 등이 여러개 걸려 있더군요. 그 집 아들은 상복을 입고 울고 있고. 

정확히 화요일 저녁에 약주 드시고 오토바이 운행하시다 택시와 정면 추돌하셨답니다. ㅠㅠ 


그 일이 있고난 다음, 돌아온 토요일 아무 탈 없이 새 창고로 옮겼습니다. 

전 그 새 창고에서 탱자탱자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이, 이제 조금 안정됐을테니 전 창고 주인 집에 가서 임대차 계약서 들고 보증금을 받아 오라고 시키시더라구요. 

아 다시 가기 싫은 그곳에..ㅠㅠ 또 가랍니다. 


먼저 전화 드리고 주인아주머니께 말씀드리니 오라네요. 그 집 대문을 넘어 서기가 너무 힘들고 무섭더라구요. 


암튼 처음으로 2층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일반 사람이 생활하는 그런 평범한 집이더라구요.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다과를 내오시면서 먼저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원래 술을 못하시는 분이 그 사건이 있은 후로 술을 드시기 시작해 매일 곤드레 만드레 되셨다는군요. 


그리고 간혹 술기운에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셨답니다. 

“내가 미리 말했으면 됐을터인데. 다 내 잘못이야. 에고 불쌍한 것. 다 내 잘못이야. 에고. 에고..” 


주인아주머니는 그냥 범인 잡혔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고 항상 위로하셨답니다. 

그런데 아래층에 계속 사람이 들어 올 때마다 귀신이니 뭐니 해서 사람이 다 나가는 바람에 아저씨 더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그럼 이사가버리면 되죠” 했더니 젊은 시절 정말 어렵게 손수 장만한 집이라 너무 애착이 가서 몇 번이고 이사 가자고 말씀 드렸는데, 막무가내로 버티셨다네요. 


그 사건이후 집안도 기울고 하는 일도 안 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대학에 계속 낙방했다는 군요. 

공부도 제법 잘해서 서울 톱클래스 학교는 무난하다고 했는데. 시험운이 없는지 계속 떨어지고. 

할수 없어 이번에 군에 가기로 했다더군요. 암튼 이 집은 아저씨 돌아가시면서 바로 내 놓았다고 했구요. 


아주머니와 한참 이야기 나눈 후 임대차 계약서 보여 드리고 낼 중으로 보증금 넣어 주겠다는 약속 듣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 나서는 찰나, 아주머니께서 한 가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아들도 힘들어 하고 그러니 아래층 쓰레기 좀 처리해 줄 수 있느냐고. 

사실 저희가 부랴부랴 이사한다고 아래층 창고 쓰레기더미에 조금 엉망이였죠. 전 거절할 수가 없어 알았습니다 하고 그 집을 나왔습니다. 


다음날 저랑 최모군이랑 신입 두 명 이렇게 네 명이서 다시 그 창고로 갔습니다. 

쪽방에 쌓여 있는 제품 빈 포장박스며 여러 가지 쓰레기 더미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닫혀 있는 창문을 아무도 열 생각을 안 했죠. 


쪽방을 거의 다 정리해갈 때 쯤 벽지가 너무 너덜너덜거리길래 확 잡아 당겼습니다. 

풀칠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창문 쪽까지 벽지가 쫘악 벗겨지더군요. 


그런데 벗겨진 벽지 둘둘 말아서 던지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벽지 안에 또 다른 벽지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커멓게 탈색된 벽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뭔가 피 같았습니다. 


그 주변 군데군데 벽지가 벗겨진걸 보면 대충 닦아 내고는 그 위에 새로 도배를 한 듯 싶었지요. 허참. 


그런데 그 낡은 벽지 위에는 낙서 몇 개가 있었습니다. 아마 옛날 이곳에서 일하던 애들 낙서 같았습니다. 

몇 가지 낙서 중에 시간이 표시 된 낙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강현정. 이윤미. 박정호. 10월 00일(몇일인지 자세히 기억안남) 11시 30분에 씀. 

세 사람 우정이 영원토록 변치 않기를.’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픽션이다 아니다. 하고 말씀들이 많으신데. 전부 실화입니다. 

조금 과장된 부분도 있고, 현실적 묘사가 어려운 부분은 소설적 기법이 추가되기도 했지만요. 


그 귀신 나오는 집은 물론 지금도 있습니다. 그 불탄 무당집도 반듯하게 새로 지어 놨구요. 

그 무당 할머니가 아직 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 창고로 사용하던 그곳은 작년에 지나가면서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장식집이 들어와 있더군요. 주인집은 이사 나간 것 같았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제가 짐작하거나 추측한 이야기입니다. 


즉 사실이라기보다 그 경험을 통한 저의 추리입니다. 


대충 정리해 보면. 그 아가씨 언니와 건달이 짜고 아가씨를 살해한 것은 납득이 갑니다. 

다만 그냥 도망가면 되지 왜 죽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경찰 이야기로 보면 동생이 죽기 전에 이미 언니에게 결혼자금이라고 준 것 같은데. 

아마 언니라는 사람이 사탕발림으로 너희 둘이 결혼하는거 내가 도와 봐줄게. 일단 결혼자금부터 내가 관리할게. 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망갈 때 언니와 건달이라는 사람이 같이 동행한 걸로 봐서 

아마 건달과 언니라는 사람이 동생 돈을 강탈해서 같이 살 모양이였던 같습니다. 물론 제 추측입니다. 


그러다 사고가 났고 언니는 죽고 건달은 병신이 되었다고 했죠. 

물론 우연이었겠지만. 하필 그때 교통사고가 났네요. 


무당집이 불탄 것은 정말 초를 켜고 잠을 자서 화재가 난 것으로 되었구요. 없어진 왼쪽초는 어디로 갔는지 확인을 못했습니다. 

아마 고양이가 초를 건드려 보일러 뒤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나 하지만. 정말 우연의 일치로 왼쪽초가 없어진 그 날 무당집이 불탄 건 신기하죠.


그럼 납득이 안가는 미스테리한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창고에서 한 달동안 귀신을 목격한 것이 저 두 번, 막내 한번, 최모군 한번, 이렇게 네번 목격했구요. 


신참 머리잡아 당겼던 미친여자는 귀신인지 사람인지 확인이 안 되서요. 아마 느낌상 귀신이었던 것 같은데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저씨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갔던 아가씨는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물어볼수가 없었으니까요. 

뭐 가족중에는 없으니 친척이랄수도 있구요. 귀신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전신 모습이라서요. 


저랑 눈이 마주쳤던 그 얼굴만으로 보면 귀신이 아닌것도 같은데. 

다만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갈 때 뒤에 그 정도 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실리면 오토바이가 조금 기우뚱하거나.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런게 없이 자연스럽게 (수평인 상태로) 오토바이가 앞으로 나갔었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귀신을 목격한 것은 제가 천둥치던 날 처음. 

기절한 막내가 두 번째. 제가 샛길에서 소변보다 손 본 것이 세 번째. 최모군 머리 본 것이 네 번째 이렇네요. 


저 혼자 본 게 아니니 분명 귀신인지 뭔지가 있기는 있는건데. 


그리고 처음 전화 코드 뽑힌 상태에서 지갑 찾으로 오겠다는 시간이 11시 30분. 

술취한 신참 머리 당긴녀의 시간대 추측이 11시 30분. 아저씨 교통사고 시간이 11시30분. 


제 추측이건데, 그 언니와 건달이 사고 난 시간도 분명 11시 30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확인 안 된 사실이지만. 마지막 벽지에 낙서한 시간이 11시 30분으로 공통시간대네요. 


그리고 100% 제 추측이지만, 그 애가 그 집에 남아서 주인 집을 계속 괴롭히고 꼬이게 만든것은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직접 주인집 사람들에게 직접 나타나지는 않았지만(왜 인지 모름) 

세 들어 오는 사람 겁주고 내쫒고 그 집안 안 되게, 가세가 기울게 만들고. 공부 잘 하는 그 집 아들 계속 시험 떨어지게 만들고 등. 


정말 만약 그때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애가 그 애라면 왜 쥔집 아저씨를 데려 갔을까요. 


아마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을 통해 대충 유추해 보면, 


그 살인사건이 나던 날, 그 아가씨가 살해될 것을 주인 아저씨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니와 건달이 사건 공모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을수도 있구요. 

범행현장을 목격 했을 수도 있고. 뭐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겁니다. 


아니면 정말 뒷돈 받고 알고도 모른체 했을 수도 있구요. 


그렇다면 쥔집 아저씨도 살인공모자가 되는 것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고, 

우연히 사건내막을 알게 되었는데 모른 척 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 애가 그래도 그 집에 남아서 쥔집을 괴롭힌 것을 보면 더한 강도의 무슨 일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물론 전 알 길이 없지만.,,,,,,,,,,,,, 


아니면 다 우연이고. 교통사고도 다 우연. 무당집 불탄것도 우연. 

하지만 우연이 너무 많네요. 귀신 본 4명도 동시에 헛것을 봤다니.. 


제가 보기엔 무당 할머니가 자꾸 방해하는 바람에 다급해진 그 애가 마지막 결심을 하고 쥔아저씨를 데려 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여하튼 그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길고 변변찮은 이야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 창고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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