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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야기꾼 오물음(吳物音)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2016.01.16 10:51조회 수 121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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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음은 이야기꾼으로 재상가나 부잣집을 출입하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주는 것을 업으로 삼은자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자료는, 한 구두쇠가 있었는데 오물음이 꾸며낸 이야기로 그의 인색함을 풍자했더니 그 구두쇠가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오물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명성이 대단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오물음과 같은 이야기꾼을 ‘강담사(講譚士)’라 부르기도 한다. 강담사는 일종의 연예인으로 조선시대 청중의 중요한 오락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서울에 오씨(吳氏)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옛 이야기를 잘하기로 유명하여 두루 재상가의 집에 드나들었다.

그는 식성이 오이와 나물을 즐겼다.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오물음이라 불렀다. 대개 ‘물음’이란 익힌 나물을 이름이요, 오씨와 오이가 음이 비슷한 대문이었다.

한 종실(宗室)이 연로하고, 네 아들이 있었다. 물건을 사고 팔기로 큰 부자가 되었지만 천성이 인색하여 추호도 남 주기를 싫어할 뿐 아니라 여러 아들에게조차 재산을 나누어 주지 않고 있었다. 더러 친한 벗이 권하면,

“내게도 생각이 있노라.” 
고 대답할 뿐 세월이 흘러도 차마 재산을 나누어 주지 못하였다.

하루는 그가 오물음을 불러 이야기를 시켰다. 오물음이 마음 속에 한 꾀를 내어 옛 이야기를 지어서 했다.

장안 갑부에 이동지란 이가 있었습니다. 이분이 부귀 장수하고 아들을 많이 낳아서 사람들이 늘 ‘상팔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동지가 가난하다가 자수성가하여 부가옹(富家翁)이란 말을 듣게 되었기 때문에, 성질이 인색하였으며 비록 자식형제에게도 닳아진 부채 한 개 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죽음에 임박해서 곰곰이 돌이켜 보니, 세상 만사가 모두 허사이고, 자기는 오직 재물 財자 한 자에 일평생 종이 되어서 얽매인 셈이었습니다. 병석에서 생각해 보고 생각해 볼수록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자식들을 불러 유언하기를,

내 평생, 고생고생하여 재물을 모아 이제 부자가 되었구나. 그런데 지금 황천길을 떠나는 마당에 백 가지로 생각해 본들 한 개 물건도 가져갈 도리가 없구나. 지난날 재물에 인색했던 일이 후회스럽다. 영정이 앞을 서니 상여소리가 구슬프고, 공산에 낙엽지고 밤비 내리는 쓸쓸한 무덤속에서 비록 한 푼 돈인들 쓸 수가 있겠느냐. 내 죽어 염습(殮襲)하여 입관 항할 제 두 손에 악수를 끼우지 말고, 관 양편에 구멍을 뚫어 내 좌우 손을 그 구멍 밖으로 내놓아 길거리 행인들로 하여금 내가 재물을 산같이 두고 빈손으로 돌아감을 보도록 하여라.” 하고 이내 운명했답니다.

이동지가 죽은 후에 자식들이 감히 유언을 어기지 못하고 그대로 시행했답니다. 소인이 아까 노상에서 우연히 상행(喪行)을 만나 두 손이 관 밖으로 나왔음을 괴이하게 여겨 물어 보았더니, 곧 이동지의 유언이었습니다.

인지장사(人之將死)에 기언야선(其言也善)이라 더니 과연 옳은 말입니다.

그 종실 노인이 듣고 보니 은연중 자기를 두고 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 조롱하는 뜻이 들었지만, 그 말은 이치에 타당하였다. 이에 즉석에서 깨닫는 바가 있어 오물음에게 상을 후하게 주어 보냈다.

그 이튿날 아침에 드디어 여러 자식 앞으로 재산을 나누고 일가 친구에게도 보화를 흩어 주었다. 그리고는 산정에 들어앉아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종신토록 금전상의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체로 종실 노인이 오물음의 한마디 말에 갑자기 깨달음도 쉽지 않다. 오물음은 익살꾼의 부류에 들어갈 사람이다.

*이 자료의 원문은 조선후기에 편찬된 <청구야담> 권 4에 ‘풍린객 오물음선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번역문은 이우성, 임형택,<이조한문단편집, 상>(일조각, 1973)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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