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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죽을 지 보인다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2021.05.28 16:27조회 수 2028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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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에는 Writing Prompt, 줄여 WP 라고 해서 

소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제목으로 쓰면 이를 보고 댓글로 소설을 쓰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글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댓글을 번역했습니다.


참고로 제목 길이 제한이 있다 보니 줄였지만 원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WP] 사람 머리 위로 사망원인이 텍스트처럼 둥둥 떠다닌다. 사망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어떤 경향이 드러난다.
[WP] Cause of death appears to you as floating text over people's heads with no time indication. You start noticing a trend.
submitted by mar_mouso

출처: http://www.reddit.com/r/WritingPrompts/comments/30xa67/wp_cause_of_death_appears_to_you_as_floating_text/



Luna_LoveWell/r/Luna_LoveWell


얼마 지나고 나니 사망원인에 신경 안 쓰게 됐다. 재미없었으니까.

대다수가 심장마비나 암의 일종이었다. 

나 같은 대학생에겐 너무나 먼 미래의 일.

가끔가다 "자살"이나 "교통사고" 같은 것들이 보이긴 했다.

예방할 수 있을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언제, 왜 이 일이 닥칠지는 알 도리가 없었고, 결국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거나, 새로운 사건 때문에 원인이 바뀌는 죽음도 있었다.

수업을 들으러 가던 중 쉽게 막을 수 있을 사망원인이 한 여성 위에 달린 것을 보았다.


"약물 과다 복용".


보통 생판 모르는 남을 도와주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개입해보기로 했다.

대학생 때 일어날 법한 사망원인이니까.

나는 그 여성에게 달려가 데이트를 신청했다. 여성은 놀란 듯했지만 수줍게 미소 지으며 승낙했다.



이름은 사라였다.


우리가 한 달 정도 사귀었을 때쯤 사라의 사망원인이 바뀌었다.


이제 그녀의 사망원인은 "치매"다.

지금도 여전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확인한다.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긴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몇 년이 흐른 뒤, 사망원인을 무시하는 법을 터득했다. 신경 쓸 거리는 이미 충분했기에.


직장에, 임신 중인 사라에, 대출금에, 학생 융자금에….

남들이 어떻게 죽을지까지 신경 쓰기엔 이미 안은 고민할 거리가 산더미였다.

물론 개입할 수 있을 땐 했으나, 자주 하진 못했다.


게다가 내가 누구라고 함부로 운명을 건드리고 다녀?


상사가 새 고객 폴더를 떠넘겼다.

이미 처리해야 할 폴더 10개씩 쌓인 내 책상 위로.



"하워드는 오늘 아프다더라고. 그러니 이것도 좀 부탁해."



한 마디 해주기 위해 눈알을 굴리며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상사 머리 위엔 평소처럼 "심장마비"가 떠다니는 대신, 다른 것이 적혀있었다.
'방사능 뿜는 오물' 하면 떠오르는 환한 녹색이었다.


"전염병"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전염병"이 사망원인으로 보인 적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칸막이 너머 직장 동료를 훑어보았다.

그중 7명도 "전염병"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제부터 이랬던 거야??


내가 바라보는 와중 비서의 붉은 "자살"이 "전염병"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새로운 질병 같은 뉴스가 떴는지 확인했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발병과 그 외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온갖 '미스테리'한 질병을 검색해보았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을 수도 있다.


그 날 반차를 썼다. 

도저히 회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서서히 초록색이 늘어났다.

매분 매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바뀌었다.

벌써 뉴욕 사람 중 태반은 이 전염병 때문에 죽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예비 사망자의 수는 아직도 늘어나는 중이었다.

주변 어딘가에서, 누군가 기침을 했다. 마치 허파 속에 뭔가가 잔뜩 낀 것처럼 거칠고 역겨운 소리로.

소름 끼치는 공포 속에서 도로로 빠져나와 집까지 달려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 사라는 책상 위에서 일하고 있었다. 

천만다행이게도 아직 사라의 사망원인은 그대로였다.

사라는 감염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아직은.


내가 들어오자 사라가 배를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좋은 소식을 더는 못 담아두겠다는 것처럼 폭발하듯 말했다.



"우리 애기 오늘 발로 찼다?"



반응을 보일 상황이 아니었다. 사라는 시무룩해졌다.



"이 도시 떠야 해."



최대한 목소리에서 공황상태가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했다.
사라 얼굴을 보니 아주 처참히 실패한 모양이다.



"왜 그러는데?"



사라가 물었다. 
난 이미 침실로 가 여행 가방에 물건들을 챙겨 넣고 있었다. 설명할 겨를이 없었다.


도로로 가 택시를 잡기로 했다. 나 혼자 무지막지한 크기의 여행 가방 두 개와 사라를 끄는 채였다.

비록 당황한 데다 겁에 질린 듯했지만 사라는 따라오겠다고 해줬다. 
적어도 지금은.

밖은 환한 녹색의 향연이었다.
기침 소리가 점점 더 많이 들렸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았다. 
기사 머리 위에도 "전염병"이 환한 녹색을 띤 채 떠 있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가 물었다.



"공항으로요."



내가 말했다. 정확히는 '소리쳤다' 겠지만.


기사가 운전하는 동안, 어느 순간 녹색의 안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환한 보라색으로 변했다.

거의 모든 녹색 사망원인이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남아있는 몇 명은 아마 발병 직후 최초 사망자겠지. 

보라색 글자는 다음과 같았다.



"핵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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