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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의사놀이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6.02.03 07:55조회 수 1236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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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사로 있는 이 작은 소아과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와서 진료를 받는 아이가 있다.

어린나이에 희귀한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지현이.

듣기로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할거라고 한다.

아쉽게도 나에겐 지현이를 치료하고 검진할 능력도 지식도 장비도 부족했다.



“지현이 그동안 뭘하고 놀았어?”

내가 진료를 할때마다 버릇처럼 하는 질문이다.

“어.... 이번에는 선생님 놀이 했어요!”

이번엔 선생님 놀이였던 모양이다.



지현이는 이런 역할 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지지난 주에는 학생 놀이, 지난주에는 아빠 놀이....

이번주는 선생님 놀이였다.

“그랬구나 선생님 놀이 했구나. 재미있었어?”

다리를 흔들거리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지현이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난 지현이 뒤에 서 계신 지현이 어머님께 말했다.

“감기기운이 있긴 한데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 지겠네요.

영양제 추가로 처방해 드릴테니 꼭 챙겨 먹이시구요.”

지현이 어머니는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지현이 어머니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는 듯 했다.

거리 문제로 인하여 매주 방문 하긴 하지만

나를 대면할 때 마다 그리 좋은 태도를 보여주진 않으신다.



진료가 끝나자 지현이는 대뜸

“의사 선생님! 오늘 저희 집에 저녁 먹으러 오세요!”

아이의 갑작스런 말에 난 지현이 어머니를 쳐다봤다.

지현이 어머니는 지현이를 잠시 내려다보고는 내게 그러자는 제스처를 보였다.

식사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송구스럽긴 했지만 지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니

차마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 어려웠다.



지현이와 지현이 어머니의 안내로 집으로 들어섰다.

집을 둘러보고 있는 나의 손을 지현이가 잡아끌었다.

“우리 의사 놀이해요. 의사 놀이!”

그 모습이 귀여워 슬쩍 지현이 어머니의 눈치를 본 후

못이기는 척 지현이에게 끌려 방으로 향했다.



“여기에 앉으세요. 그리고 제가 눈뜨라고 할 때까지 절대 뜨면 안돼요!”

그냥 소꿉놀이 같은 것 인줄 알았는데 지현이가 말하는

‘의사 놀이’ 라는 것은 뭔가 독특한 모양이다.

난 지현이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됐어요. 이제 ‘의사놀이’ 할 준비가 끝났어요.”

난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지현이는 장난감 청진기나 가짜 주사기 같은 것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진짜 칼과 작업용 톱을 들고 있었다.

그 뒤로는 지현이 어머니가 큰 도끼를 들고 언제나 짓던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능한 인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인간....”

지현이 어머니는 완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떠들고 있었다.

“다들 우리 딸이 금방 죽을 거라고 했어. 약도 치료법도 없다고 했지.

하지만 다 틀렸어. 우리 딸은 나을 수 있어.

신선한 사람 고기만 먹는다면 분명 나을거야.”




아무래도 지현이 어머니는 이상한 믿음을 가져버린 듯하다.

이리저리 곁눈질을 하며 도망칠 궁리를 하던 그때 지현이 어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현아 준비됐지? ‘의사 놀이’다.”

지현이는 와아~ 하고 소리 지르며 칼과 톱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지현이가 말하는 ‘놀이’ 라는 것은 역할극이 아니다.

그 사람을 분해하고 잡아먹는 ‘사냥’에 가까웠다.

학생 놀이는 학생을 사냥하고

선생님 놀이는 선생님을 사냥하고

아빠놀이는.....



충격에 빠진 나는 지현이 어머니가 괴성을 지르며 휘두른 도끼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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