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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허공에서

title: 투츠키71일12깡2021.07.18 11:44조회 수 481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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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인가, 8살이었던가……. 1983년 봄일 겁니다.

그때 저는 화곡동의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시범아파트라고 해서, 서양식 마당이 있는 단층주택과 3층짜리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파트단지였습니다. 

어른들 술자리에서 박정희때 지었다고 흘려 들은 기억이 나네요.



저는 그 마을이 마음에 무척 들었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아담한 단지가 지금도 가끔 기억이 나요. 낮에는 동생(당시6살)과 저 둘만 집에서 놀곤 했어요.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였고, 우리집엔 어린 우리들을 봐주시던 아주머니가 오셔서 밥도 주시고 청소도 해주시고 하셨어요.


우리가 자주 놀던 놀이방 문손잡이는 부서져있었습니다. 집이 낡아서 놀다가 부셔먹은 거 같아요. 

손잡이는 빼버리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닫히는 곳에 뭔가 끼워놓고 테이프로 붙여놓았었어요. 

문은 안으로 열리는 구조였기 때문에 빨랫줄로 고리를 만들어두었어요. 잡아당기면 문이 안으로 열리도록.



그날도 우리는 그 놀이방에서 문을 닫고 놀고 있었습니다. 

집엔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더 신나게 블록을 만들고 부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놀고 있었는데, 동생이 오줌마렵다고 화장실 갔다 오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문이 안 열린다고 하네요. 고리를 당겨서 문을 열려고 했지만, 고리가 문이랑 같이 끼어서 밖으로 나가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이 안 열렸던것이지요. 안으로 열리는 문이라 당겨서 열어야 했는데, 당길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문고리가 없었거든요.


동생은 오줌이 마렵다고 칭얼대고 있었고.. 형으로 뭔가 해야 했던 저는 창문 밖을 보았습니다.


우리 집은 3층이었고, 3층쯤은 뛰어 내려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때 당시 TV에서 자주 보던 프로가 바야바라는 외화였습니다. 헐크랑 비슷함.) 

저는 창문으로 뛰어내려 밖을 돌아서 문밖에서 밀어서 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층 아래 밖을 보니 창밖은 자갈이 조금 깔려있었습니다.

하늘을 보니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구름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죽기에 좋은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창에 매달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낮은데서 떨어지면 덜 아프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동생이 그러지 말라고 울고 있었지만, 전 어렸지만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곤 손을 놓았습니다.


위를 보며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때 허공에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나타난 건 아니고, 원래부터 거기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그걸 본 거 같았어요. 


하얀 수염을 기르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표정이 보일 거리는 아니었는데 느낌에 그 사람은 인자하게 웃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별일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자갈밭에 발부터 떨어졌습니다. 몸은 옆으로 쓰려졌고 엄청난 고통과 공포가 몸을 엄습했습니다. 

이렇게 죽는 건가……. 

배가 아파서 숨을 실수가 없었어요. 떨어진 곳은 아파트 뒤쪽이라 인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파트 옆쪽으로 기어갔습니다.


큰길가로 결국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릴 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언덕에서 올라오시다가 저를 발견하셨어요.


저는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부러진 곳은 없었고, 팔뼈에 금이 조금 갔다고 했어요. 

며칠 입원하는 동안 간호사 누나들이 슈퍼맨놀이 어쩌고 하며 절 보고 웃고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 수염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왜 거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주위에 물어봐도 슈퍼맨놀이 하다가 떨어진 아이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는 그 할아버지 덕분에 내가 무사했던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땐 가벼웠고, 발부터 떨어져서 크게 다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할아버지도 '그래선 죽지 않아' 라고 웃고 있던 건 아닐지. 

그 분은 누구였을까요. 조상님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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