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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 -9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2016.02.12 03:24조회 수 118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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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가 딸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딸을 낳아준 그의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말에 따르자면 언젠가 그의 딸은 그의 영원한 희망이 되고


그와 그녀가 함께했던 이유이자 증거로 존재하게 될꺼라는 그녀의 유언때문이라고 했다.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은 옳았다.




그들의 만남은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던 만남이


아니, 어쩌면 그저 잠시 서로에게 머물렀던 인연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평생이었고, 온전하게 살던 유일한 날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3년이었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이야기 했던 1년보다는 3배나 많은 시간이다.


그 많은 시간. 그녀가 견뎌내야했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난 사랑이라는 것이 참 위대하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은 그에게서로부터 시작되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돌연사 -그의 말에 따르자면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도 몰랐지만 그저 우울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암투병은 그에게 불면증을 가져다 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결국 신경정신과를 찾게 된 것은 1999년의 여름날.


한여름에 커다란 선글라스와 하얀 장갑은 마치 영화배우 같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지나가던 다른이의 옷에 부딪혀 선글라스가 떨어지는 바람에 망가졌지만


망가진 선글라스를 건내주던 그에게 말없이 선글라스를 받아들고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으면서 당연하다는 듯 주위의 휴지통에 버리고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너무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눈빛은 너무 차갑게 느껴졌고 -그는 얼음 장미라는 표현을 덧붙였었다.-


그가 자기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상대다.라고 결론내렸기 때문에


처방전을 받고 돌아서면서 알게 된 그녀의 전화번호로 함부로 전화를 걸어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얼마 후,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그는 마지막으로


친구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낮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준비 하던 도중


그가 미처 연락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한번만 전화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술기운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날은 잊지못할만큼 힘들었으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는 상대방이 그녀인지 다른사람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에 송화기를 막고는 숨죽여 울고 있었는데 전화는 끊어지지않았다.



몇차례의 한숨 소리가 지난 후


‘남포동 영화관 앞에서 7시.’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그저 통화가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리는 뚜-뚜-소리만이 귀에 울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들었던 말이 환청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순간.



 전화가 울렸다.


‘무슨 생각하든지 상관없지만. 마지막 기회에요. 시간에 늦지말아요.’라는 짧고 간결한 멘트.


그가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져버렸다.


술이 깨지도 않은 그는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탔다.





그는 나에게 그녀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저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미래가 보인다는 것.


가끔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타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한 장의 사진처럼


단편적인 내용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와 그녀가 만나지 말아야할 이유로


1년안에 그가 죽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하려던 일이 무엇인지. 그녀에 대한 감정은 어떠한 것인지


지금 하려던 행동을 그만두면 앞으로 그에게 어떠한 좋은 일이 다가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차분히 설명해주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하면 1년안에 죽는다.


술에 취한 탓이었는지, 좀전까지 마지막을 준비하던 마음때문인지


친구는 벌떡 일어서서 ‘그깟 운명따위는 내가 바꿔주겠어!’라고 소리치며 코코아를 들이키다가


너무 뜨거운 탓에 입에서 코코아를 뿜어버렸고


그런 그를 보던 그녀는


‘이것만큼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네요.’라고 웃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나는 그들의 결혼식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결혼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방안에서 단 둘이 반지를 교환하고


서로만의 약속을 교환한 후 그들은 영원을 맹세했다.


-그들의 약속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말을 항상 믿어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항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녀의 조언속에서 그는 행복한 1년을 보냈다.


그녀의 말은 항상 옳았고 그 것은 그의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항상 옳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있을까...


행복했던 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언젠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게 될 것인지 그녀는 결코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살았다.


가끔은 신경이 예민해져 그녀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매우 담담했다. 마치 아무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듯.


처음에는 ‘내가 죽어도 상관없을거야’라고 생각했기에 화를 냈던 그이지만


항상 담담한 그녀를 보면서 나중에는 정말 아무일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인연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분명히 밝힌 내용이긴 하지만


그는 1년이 되어도 죽지않았다.


1년이 되던날 운명은 정해져있던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당신이 그랬잖아요. 운명따위는 바꿔버리겠다고.’라는 말과


따뜻한 코코아 한잔이었다.






그리고 또 행복한 1년.


그에게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그녀는


지난 2년동안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보였다.


처음엔 감동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그였지만


그녀가 처음 말했던 ‘능력’을 알고 있기에 신경이 쓰였던 그는


아기에게 나쁜일이라도 생기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니에요. 이 아이에게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예요.’라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또다른 1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지난 2년과는 다르게


그녀는 하루하루 야위어갔다.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 커플이었지만


그녀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몇 번이고 병원을 찾아가봐도 의사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뿐.


건강상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그저 그녀를 잘 돌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느날 밤. 그는 그녀의 비명소리에 잠이 깼다.


그가 일어나서 그녀를 깨우려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죄송해요.’


‘그건 안돼요.’


다급해진 그가 병원에 가려고 그녀를 등에 업었은 순간.


하얀 달빛에 비친 검은 덩어리를 보았다고 한다.


어떤 형체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반짝 보이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그가 침대에 주저앉자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내려달라고 말했다.





걱정이 심해진 그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들어서자마자 문전박대 당하기를 몇 번.


어렵게 들어선 그 곳에는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할머니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찌 이리 살아있을꼬......’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할머니는 도움을 구하는 그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며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지. 암. 그럼.’


‘목숨이라고 별 것 있나.’라고 중얼거리며 돌아가는 그의 등뒤로 소금을 뿌렸다.


짧은 말이지만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끔


그녀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고


어느 곳에는 근처에도 가지말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목숨을 보전받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로인해 그녀의 목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황급히 집에 돌아갔던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듯한 그녀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그의 품 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언젠가 그의 딸은 그의 영원한 희망이 되고 그와 그녀가 함께했던 이유이자 증거로 존재하게 될꺼라는 유언과


언젠가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열어보라는 편지를 남긴채.





딸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딸의 행동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말했던 때가 되었음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혼자 편지를 읽기 두려웠던 그는 나를 찾아왔다.




편지에는 아이에게도 그녀의 능력이 존재한다는 내용과


아이에게 다가올 미래의 운명이 적혀져 있었다.


마치 그들의 인생을 되풀이 하듯 아이에게는 '짧은 행복'이 예정되어있었다.


'짧은 행복'을 벗어나기 위해선 그 아이는 세상과 격리되어야 한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짧은 행복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고 오래가는 삶을 택할 것인지 그녀는 묻고 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마음을 굳혔다.


그녀가 견뎌왔던 무게를 알기에


그는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아무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하지만 그 아이와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남기기 위해 글을 남기고자 그의 동의를 구했다.


물론 처음엔 반대하던 그이지만 결국 이런 나의 행동에 어렵게 동의했다.


언젠가 아이가 성장해서 혼자 살아갈 때가 되면


어쩌면 내가 쓴 글이 그 아이에게 이어져서


그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와 그녀가 살았었다는 증거인 그들의 딸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2016년 1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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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구상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표절이라는 말이 왜 등장하는지도 새삼 다르게 느껴지네요.


이 글은 


부르스 윌리스 주연의 '12몽키즈'


한국인의 밥상 '부부밥상'편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솔러스'


등등의 영화를 보고 구상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읽고보면 어디선가 읽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하고... -_-;


쓰다버리고 쓰다버리고 반복해도 어딘가 무언가 비슷하단 느낌이 지워지질 않네요.


언제나처럼 평가는 여러분들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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붸스트 님의 댓글 이후로 결말 부분을 수정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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