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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이변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2021.09.28 15:25조회 수 52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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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상태가 최근 이상하다.

 

주방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고는 멍하게 뜬 눈을 굴린다.
전에는 욕실이나 자신의 방에서 서성거리더니, 요 며칠간은 항상 주방에 있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그 말씀은 사실이었던 걸까.
외할머니는 의식이 흐려지시기 전에 나를 머리맡에 부르시곤 확실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애(누나)도 가엾지만, 괜한 원한을 받고 있는 너도 불쌍하구나.
이 할미가 데려갈 거니까 그때까지 괴롭겠지만 참아주렴."

 

 

누나와 나는 아버지가 다른 이부남매였다.
4살 연하인 나는 부모님께 사랑받았는데 누나는 그렇지 않았던 걸까.
10대 후반에는 집을 나가서 남자와 동거를 시작한 누나.
진지하게 장래를 생각한 부모님은 누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경찰에게 보호 지도를 받을 만큼 난폭했던 누나.
부모님에게 반항해서 말을 듣지 않았단 게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런 누나가 다시 집에 돌아온 건 누나 자신의 장례식 때였다.
심야에 동승하고 있던 남자의 차가 사고를 일으켜 즉사했다.
나는 조문객이 전부 돌아가고 난 뒤, 가족끼리 보낸 장례식 밤의 일을 잊지 못한다.

 

한밤중, 손님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지쳐서 주무시고 계신 부모님을 그대로 두고 혼자서 그 방에 갔다.
거기엔 드라이 아이스가 넣어져 있는 관에 누나가 안치되어 있었으나 무섭진 않았다.
10년 이상 함께 살면서 가족의 사이가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
누나는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부터 나와 대화하지 않게 됐지만 심하게 반항한 곳은 어머니였다.
나는 누나가 싫지 않았다. 동경 비스무리한 것도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좋아했던 누나에게, 최후의 인사를 하려고 했다.

 

누나는 사고를 당했을 때 심한 상처를 입어 얼굴의 반을 붕대로 감았다.
그럼에도 기적적으로 멀쩡한 오른쪽 부분엔 긁힌 상처도 없었다.
살짝 관을 열고 옛날 모습이 떠오르려고 한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감겨져 있던 누나의 눈이 확실하게 떠있었다.
백탁한 눈동자는 나를 보았고, 입가는 떨고 있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을 옆으로 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
누나가 살아있다는 그 기적을 확인하고 싶어서.

 

"너도 데리고 갈 거야."

 

저주의 말이 누나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의 눈은 닫혀져 있는 채였다.

 

나는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신 방으로 돌아가 덜덜 떨었다.
날이 밝고 마음이 진정되자 환각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게 환각이 아니었단 걸 알고 있다.
누나는 내 앞에 가끔 나타나 째려보기도 하고, 슬프게 보기도 한다.
나에게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말을 붙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누나가 최근 이상하다.
역시 외할머니가 데려 가시려고 하는 걸까.

 

누나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나는 한밤중의 주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테이블의 의자를 정리하고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 외할머니가 계셨다.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도망가거라."

 

외할머니는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애는 너를 데리고 갈 셈이야."

 

내가 놀라서 굳어 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안하구나. 그 애를 화나게 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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