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독실한 크리스챤이셨던 저의 부모님의 영향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계속 해온 나는
한달에 한번, 저 멀리 판자촌에 혼자사시는 노인분들을 도와드리곤 했다.
오늘은 그 중 가장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한다.
그 날은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날이였다.
무시무시한 더위로 모든사람이 지쳤고 , 결국 원래 일정에서 절반정도만 진행된 상태에서 철수하였다.
그래서 그 날 찾아뵙지 못한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내 가슴한구석에 남아있었다.
죄송한 마음에 못 찾아뵌 분들에게 전화를해서 안부를 전해드리고자했고, 그렇게 전화를걸었을때 두번째집이였다.
그 분이 받으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
이 말로 시작 된 전화통화는 이어지고 이어져 한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다
딸이 세명 있는데 모두 결혼하고는 전화가 안된다하셨고 ,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외롭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그렇게 이어지던 전화는 다음날 꼭 찾아뵙겠다는 약속후에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주 후 봉사활통 팀 두명과 함게 할머니댁에 찾아뵙게 되었다.
할머니 댁은 꽤나 깊은곳에 있었고 , 생각보다 집도 괜찮고 할머니도 정정하셨다.
그렇게 두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려고하니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전화번호좀 가르켜달라하셔서 선뜻 내 번호를 드렸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다음날 부터 내 전화기는 언제나 통화중이였고, 통화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통화횟수도 감당못할만큼 늘어났다.
평일 , 주말 안가리고 쉴새없이 전화가 와서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하고 남자친구와의 불화도생겼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달정도 겪으니 안되겠다싶어서 통화도중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할머니.. 저도 전화를 계속 받고싶지만 학생이라 할일도있고 .. 계속 전화받기는 힘들거같아요"
뚝-
대답도 없이 할머니는 전화를 끊으셨고 , 나쁜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이후 단 한통의 전화도 오지않았고 ,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시작했다.
한달 후 , 다시 그곳에 봉사활동 갈 일이생겼다.
잘 됬다 싶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저 OO에요. 잘 지내시죠? 이근처에 왔는데 할머니 잠깐 뵙고갈까해서요"
근데 이상했다. 뭔가 말씀을 하고계시지만 통화음질이 이상한건지 잘 안들려서 몇몇 단어들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할머니 집으로 올라가는 내내 통화는계속되었고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할머니의 집 앞에 도착했다.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갑자기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셨고 깜짝놀랐지만 일단 문을 열었다
끼익 -
할머니는 목에 전화기줄이 감긴채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은 저와 마지막통화 후였고
할머니를 발견한 그 날까지 약 한달여간의 시간동안 그대로 방치되어있었던것이다.
너무나도 더웠던 그 한달이란 시간동안 어떻게 그정도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는 나는 몇달간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아직도 그때 그 얼굴과 눈빛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이난다.
아니 무엇보다..할머니에게서 오는 전화가 멈추질 않는다.
소름끼치네요
아이고,....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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