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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지 말아야하는 이유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6.04.24 08:03조회 수 3121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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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한지 12년 된 아내 데이지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


  나도 내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걸 안다. 난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이다. 난 가족과 살 자격이 없으며 내 자신이 싫다. 



내가 바람 핀 여자의 이름은 안젤라이다. 

난 부동산 업자로 그녀를 만났는데, 혼자 사는 여자가 침실이 4개 딸린 집을 찾는다는 게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안젤라는 수입이 많았으니 그럴 법도 했다. 

나는 안젤라에게 꽤나 많은 집들을 보여줬고, 모두 괜찮은 동네에 있는 집들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보다는 나에게 더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이 점이 이상했던 게, 나는 130kg이 넘는데다가 머리는 벗겨지고 있었고 어릴 때부터 난 여드름이 아직도 있었다. 

내 아내조차도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했다. 

하지만 안젤라는 나에게 빠져있었고, 스킨쉽에, 옷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데다가 항상 애인을 구한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안젤라를 거부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자연스러운 미소에, 잘 빠진 다리. 

그리고 그녀는 항상 엉덩이를 잘 드러내는 짧은 치마를 입었다. 

하지만 난 안젤라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장담할 수 있다. 물론 그녀가 치근덕대면 받아주긴 했지만 집을 팔려면 그정도는 해야하지 않는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이다. 안젤라에게 끌리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뭔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켈러슨 가의 건물을 보여주게 됐는데, 공원 근처에 있는 아주 근사한 집이었다. 

켈러슨 가족은 몇 주 전에 이미 그 집에서 나왔기에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저녁 시간이었고, 별이 반짝이는 아래 안젤라는 몸매를 잘 드러내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러 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많이 웃었고, 그녀의 손은 내 팔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와인을 꺼내더니 "이 집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의 의미로 같이 와인을 마시는 중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았다. 

내가 유부남이라는 걸 재차 말하려 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나도 개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데이지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지 거의 1년이 되어가던 때였다. 

나도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다. 

난 취한 것 같았고, 아내에 대한 기억은 사라졌다. 



  난 바닥에서 깨어났고, 안젤라는 사라져 있었다. 온몸이 아팠고 군데군데 키스마크가 남겨져 있었다. 

아마 생각보다 잠자리가 거칠었던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데이지에겐 차 사고가 생긴데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아내는 믿는 눈치였다. 정확히 말하면 더이상 내가 뭘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최근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죄책감은 날 갉아먹기 시작했다. 매번 아내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 실수가 떠올랐다. 

난 안젤라에게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연락하지 않았고, 그녀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나 혼자 앓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데이지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계속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주 뒤 몸이 아팠다. 상태는 심각했다. 마치 생전 가장 끔찍한 독감에 걸린듯 했다. 

처음엔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 온 종일을 화장실에서 보낸 후엔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에 예약을 하고, 의사는 원인이 무엇일지 목록을 쭉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최근에 애인이 생기셨거나 안전하지 않은 ♥♥♥를 가지신 적이 있나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 의사는 우리 가족의 주치의였다. 데이지가 나에게 소개시켜준 사람이었다. 난 조심스럽게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하고 물었다. 



  "증상을 보니 급성 바이러스 증후군일지도 모르겠네요."



  "성병같은 건가요?"



  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뇨, 에이즈의 초기증상이에요."



  땀이 비오듯 흘렀다. 공포가 엄습했다. 나는 허둥지둥 물론 아내 이외의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의사는 약간의 항생제를 주었다. 내가 나가기 전, 의사는 내 팔을 붙잡았다. 



  "아래층에 익명 에이즈 클리닉이 있어요. 20분 안에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어요."



  의사는 팔을 놓고 등을 돌렸다. 



 그 작은 에이즈 클리닉에서 난 알게 되었다. 난 마약 중독자들과 노숙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를 검사한 건 애송이었다. 그는 나에게 대부분의 검사는 음성으로 나오고, 양성으로 나오더라도 거짓 반응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모두 대기실에서 결과를 알려주었다. 음성, 음성. 하지만 나에게는 안쪽 방으로 오라고 했다. 

난 울기 시작했다. 그 때야 비로소 내 실수는 내가 생각했던 어떤 것보다 더 큰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거짓 반응이 아니었다. 확정 결과가 몇 주 후에 나왔다. 난 에이즈에 걸렸다. 100퍼센트. 



  이 시점에서 난 데이지에게 정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단순히 바람을 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삶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더이상 겁쟁이가 되어선 안 됐다. 

사실 난 평생 겁쟁이었다. 



  아이들을 시댁에 하루 동안 맡겨두고 집에 와서 데이지가 책을 읽으며 소파에 앉아있는 걸 보았다. 

데이지는 스탠드 불빛 아래서 마치 천사같아 보였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여보, 얘기 좀 하자."



  "그래?" 아내는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저기... 얘기할 게 있어." 



  아내는 듣기는커녕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하기 시작했다. 좌절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데이지, 심각한 문제야." 아내는 천천히 핸드폰을 내렸다. 아내의 눈빛이 나를 꿰뚫는 듯 했다. 



  "알겠어. 뭔데."



  데이지는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내는 매섭게 변했다. 

아내는 아이들은 정말 사랑했지만 그런 애정은 나한테까지 돌아오진 않았다. 

집에서 난 그저 외부인에 불과했다. 아내는 외모도 많이 바뀌었다. 

더이상 다리 털을 밀지 않았고 나를 위해 해주던 것들도 더이상 하지 않았다. 

아내가 나를 밀어내는 것에 대해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싸우지도 않았고,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오늘의 주제는 아니었다. 



  아내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았다. 우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아내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날 바라보았다. 난 눈물을 닦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한 달쯤 전에... 내가 큰 실수를 했어. 데이지, 정말 미안해. 이런 일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정말 미안해." 아내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날 쳐다봤다. 


  


  "뭘 했는데?"


  


  "내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를 않았다. 아무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아내 때뭉레 더욱 힘들었다. 



  "다른 여자랑 잤어."



  아내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이렇게 울며 최대한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아내는 그저 로봇 같았다. 

그녀의 분명하고 감정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입이 쩍 벌어졌다. 



  "'그래서'라니 무슨 뜻이야? 젠장, 내가 바람을 폈다니까!"



  맹세하건데 아내는 잠깐 웃었다. 아내는 


 


  "할 말이 또 있어?"라고 말했다. 



  이건 내 아내가 아니었다. 그저 내 고통을 즐기는 감정없는 괴물이었다. 



  "어, 그래. 또 있어. 더 안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말해." 아내가 속삭였다. 



  난 손을 비틀었다. 



  "왜 이러는 거야, 데이지?"



  아내는 화를 내며 일어섰다. 



  "말해!" 



  아내의 목소리가 방을 가로 지르며 울렸다. 나는 살짝 안도했다. 적어도 아내가 감정을 내비치긴 했으니까. 



"나..."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나가려고 했지만 아내가 더 빨랐다. 

그녀는 신이 나서 문을 열었고 손님을 끌어안았다. 안젤라였다. 난 뒷걸음질 쳤다.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이...이걸 알고 있었던 거야?" 목이 쉰 것 같았고 온몸이 떨렸다. 



  데이지는 안젤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당신은 언제나 멍청한 남자였지" 



  아내는 안젤라의 손을 잡았다. 



  "정말 빌어먹을 멍청이야."



  "이해가 안 돼..."



  "당연히 안되겠지." 아내는 나를 향해 내뱉었다. 



  "난 당신과 망할 12년 동안 살았어. 내 몸 위에서 당신의 그 거대하고 냄새나는 몸뚱이가 있는 걸 좋아하는 척 했지. 

어떤 여자가 역겹고 맥주 냄새가 나는 뚱뚱한 남편을 좋아하겠어?" 


  아내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당신과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았어. 난 내가 원하는 사람과 살 수 없을 거라고 부모님이 그랬거든. 근데 카라를 만났어."



  "카라가 누구야?"



  "내가 내 진짜 이름을 말해줬을 것 같아요?" 안젤라가 걸어나왔다. 



  "내 이름은 안젤라가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관심도 없었어요. 

어떻게 나같은 사람이 당신 같이 게으른 인간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난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나랑 잤잖아!"



  카라는 잔인하게 웃었다. 



  "당연히 당신이랑 자지 않았어요. 당신한테 약을 먹였을 뿐 나머지는 당신의 바람대로 상상한 거죠."



  "하지만 날 에이즈에 감염시켰잖아!"



  "그건 맞아요." 카라는 데이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데이지는 내가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실 난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그런데 카라가 일이 너무 복잡해 질 것인데다 경찰이 배우자를 지목할 거라고 날 설득했지. 

이혼을 하면 당신에게도 양육권이 어느정도 돌아갈텐데, 그건 싫었거든. 

그래서 당신을 완전히 우리 인생에서 사라지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어."



  카라는 데이지의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추었다. 기절할 것 같았다. 카라는 나를 바라봤다. 



  "당신에게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주사했어요. 좋은 거였죠. 약물 저항성도 있었거든요." 카라는 가시박힌 웃음을 뱉었다. 



  데이지가 합세했다. 



  "판사가 누구한테 애들을 맡길 것 같아? 불쌍한 아내, 아니면 에이즈 걸린 걸레같은 남편? 

난 모든 사람이 아이들이 나랑 있을 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당신이 한 짓을 얘기할 거야!" 내 목소리는 애처로울 정도로 작았다. 



  "아무도 당신을 믿지 않을 거야." 아내의 얼굴이 기쁨으로 일그러졌다. 



  "그냥 인정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이제 당신은 홀로 병든채 죽어갈 거야."



  무릎이 저절로 꿇렸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데이지와 카라가 다가왔다. 데이지가 손톱으로 내 이마를 쳤다. 







  "바람을 핀 건 당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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