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무척 즐거운 듯한 목소리

title: 투츠키71일12깡2022.02.11 10:19조회 수 955추천 수 1댓글 4

    • 글자 크기


고등학교 졸업 후, 특기라고 해봐야

 

눈이 좋은 것 정도였던 내가 다행히 부동산 회사에 취직했다.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민법 공부,

 

자격증 준비까지 여러모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발을 디딘 사회에서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기도 해서

 

여러모로 힘겨운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숨을 쉬고, 일을 하고,

 

밥을 먹으면 멋대로 시간은 흘러간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입사한지 3년 남짓 지나있었다.

 

 

 

 

다만 아무리 일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피로는 일을 하는 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정말 가끔 있는 연휴 전날 밤이라도 되며,

 

이불도 안 덮고 죽은 듯 침대에 쓰러지곤 했다.

 

 

 

 

그렇게 날이 밝은 연휴 첫날 토요일.

 

아마 5월 중순 즈음이었을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눈을 뜨니,

 

이미 10시가 넘어있었다.

 

 

 

 

집에서 나갈 마음도, 뭘 딱히 할 마음도 들지 않았지만

 

멍하니 오늘은 뭘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창밖에서 저 멀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기다리라니까, A짱, 조금 기다려.]

 

무척 즐거운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자니,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랑 술래잡기라도 하며 놀고 있는 건가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가에 섰다.

 

아무래도 목소리는 길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 집은 대로에서 꺾어들어가는,

 

30m 정도 되는 짧은 길가에 있다.

 

 

 

 

지은지 10년 정도 된 2층 아파트..

 

거실과 방 하나, 부엌..

 

 

 

 

양옆에도 맞은편에도 그 옆에도 똑같이 아파트가 있다.

 

뭐,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골목이다.

 

 

 

 

햇빛을 받아 때가 낀 게 잘 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내일은 창문이나 닦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시야에 아까 그 여자가 들어왔다.

 

 

 

 

[정말 기다리라니까, 얘.]

 

나는 그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하겠지..

 

황록색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갈색 머리..

 

 

 

 

시원스레 건강해 보이는 얼굴에,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다.

 

 

 

 

30대 중반 정도 나이일까..

 

팔을 약간 아래로 내밀고 종종걸음을 하다가,

 

멈춰 서서는 역시나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팔 너머에는 길만 있을 뿐이다.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뒤쫓으며  

 

혼자 웃는 얼굴로 소란 떠는 여자로 보이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름대로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걸 본 순간 나 자신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지쳤구나 하고..

 

 

 

 

그 여자는 그렇게 생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미소도,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도..

 

 

 

 

마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 아이가 파인더 밖으로 뛰쳐나간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바라봐도,

 

그 여자가 대로를 향해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거울에 비치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여자가 이상한 것일까,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어떤 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것이 정답이더라도 무척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둘 다 이상한 거겠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네는 여자도..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거울에 비치던 그 여자 조금 뒤에,

 

따라가는 아이 그림자를 분명히 목격한 나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고,

 

제대로 된 마무리고 뭐고 없는 데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걸 몇 번이고 보게 될 때마다 느낀다.

 

잘 알 수 없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고..

 

 

 

 

출처 : VK's Epitaph



    • 글자 크기
댓글 4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2772 미스테리 좌우 대칭에 집착하던 친구4 title: 하트햄찌녀 11508 3
12771 미스테리 잠을 못자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4 title: 메딕제임스오디 936 2
12770 미스테리 4탄 심해공포증 없는사람만 클릭(종결자)4 형슈뉴 2156 1
12769 실화 소름끼치는 썰 댓글 모음4 title: 하트햄찌녀 5130 4
12768 실화 짧은 얘기4 고고 1015 3
12767 실화 산부인과 공포괴담4 스사노웅 12363 3
12766 2CH [2ch] 내 이름을 검색했더니4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893 2
12765 사건/사고 연쇄살인범의 직업.jpg4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4884 1
12764 미스테리 불로장생 해삼 미스테리4 형슈뉴 1523 1
12763 2CH [번역괴담][2ch괴담]집에서 나갈 수 없다4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915 1
12762 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14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028 2
12761 미스테리 5탄 우주심해구름의 경이로움(종결자)미스테리4 형슈뉴 4409 3
12760 실화 내가 사는 월세방이 이상해4 title: 하트햄찌녀 3961 4
12759 혐오 모피가 만들어지는 과정4 title: 메딕셱스피어 959 0
12758 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24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971 3
12757 미스테리 6탄 지구종결자 눈호강시켜드릴 감탄★미스테리포함4 형슈뉴 1867 1
12756 실화 [19금][극혐] **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4 티끌모아파산 2032 1
12755 실화 대만가면 줍지 말아야 할 것4 닥터전자레인지 213 2
12754 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34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2444 2
12753 실화 [실화괴담] 단편 모음 33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사촌오빠 친구4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2410 3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