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무척 즐거운 듯한 목소리

title: 투츠키71일12깡2022.02.11 10:19조회 수 951추천 수 1댓글 4

    • 글자 크기


고등학교 졸업 후, 특기라고 해봐야

 

눈이 좋은 것 정도였던 내가 다행히 부동산 회사에 취직했다.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민법 공부,

 

자격증 준비까지 여러모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발을 디딘 사회에서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기도 해서

 

여러모로 힘겨운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숨을 쉬고, 일을 하고,

 

밥을 먹으면 멋대로 시간은 흘러간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입사한지 3년 남짓 지나있었다.

 

 

 

 

다만 아무리 일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피로는 일을 하는 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정말 가끔 있는 연휴 전날 밤이라도 되며,

 

이불도 안 덮고 죽은 듯 침대에 쓰러지곤 했다.

 

 

 

 

그렇게 날이 밝은 연휴 첫날 토요일.

 

아마 5월 중순 즈음이었을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눈을 뜨니,

 

이미 10시가 넘어있었다.

 

 

 

 

집에서 나갈 마음도, 뭘 딱히 할 마음도 들지 않았지만

 

멍하니 오늘은 뭘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창밖에서 저 멀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기다리라니까, A짱, 조금 기다려.]

 

무척 즐거운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자니,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랑 술래잡기라도 하며 놀고 있는 건가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가에 섰다.

 

아무래도 목소리는 길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 집은 대로에서 꺾어들어가는,

 

30m 정도 되는 짧은 길가에 있다.

 

 

 

 

지은지 10년 정도 된 2층 아파트..

 

거실과 방 하나, 부엌..

 

 

 

 

양옆에도 맞은편에도 그 옆에도 똑같이 아파트가 있다.

 

뭐,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골목이다.

 

 

 

 

햇빛을 받아 때가 낀 게 잘 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내일은 창문이나 닦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시야에 아까 그 여자가 들어왔다.

 

 

 

 

[정말 기다리라니까, 얘.]

 

나는 그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하겠지..

 

황록색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갈색 머리..

 

 

 

 

시원스레 건강해 보이는 얼굴에,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다.

 

 

 

 

30대 중반 정도 나이일까..

 

팔을 약간 아래로 내밀고 종종걸음을 하다가,

 

멈춰 서서는 역시나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팔 너머에는 길만 있을 뿐이다.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뒤쫓으며  

 

혼자 웃는 얼굴로 소란 떠는 여자로 보이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름대로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걸 본 순간 나 자신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지쳤구나 하고..

 

 

 

 

그 여자는 그렇게 생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미소도,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도..

 

 

 

 

마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 아이가 파인더 밖으로 뛰쳐나간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바라봐도,

 

그 여자가 대로를 향해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거울에 비치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여자가 이상한 것일까,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어떤 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것이 정답이더라도 무척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둘 다 이상한 거겠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네는 여자도..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거울에 비치던 그 여자 조금 뒤에,

 

따라가는 아이 그림자를 분명히 목격한 나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고,

 

제대로 된 마무리고 뭐고 없는 데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걸 몇 번이고 보게 될 때마다 느낀다.

 

잘 알 수 없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고..

 

 

 

 

출처 : VK's Epitaph



    • 글자 크기
댓글 4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3792 실화 귀신썰 첫번째21 형슈뉴 8330 9
13791 실화 어릴때 겪었던 이야기 3 - 예지몽 2편19 Kamue 1282 1
13790 혐오 상상초월 담금주들19 title: 하트햄찌녀 2624 2
13789 실화 [미스테리] 졸리기 전에 귀신 썰 모듬18 형슈뉴 7657 8
13788 사건/사고 일베충 ** 레전드.16 title: 하트햄찌녀 3264 8
13787 실화 선산은 함부로 옮기는게 아니다16 형슈뉴 7392 8
13786 사건/사고 미국의 끔찍한 동굴 사고.jpg15 저벽을넘어 2713 5
13785 실화 블랙박스로 본 지하차도 한복입은 여성귀신?15 형슈뉴 5986 4
13784 혐오 혐오주의) 복어 손질 대참사15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3606 3
13783 사건/사고 사기 당한 후 자살한 여자 조롱하는 조선족14 title: 연예인1버뮤다삼각팬티 2813 2
13782 혐오 인도의 천연화장실14 title: 풍산개루돌프가슴뽕은 3454 3
13781 기묘한 호기심 천국-자살우물14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2238 7
13780 혐오 어메이징 호주14 title: 하트햄찌녀 1961 2
13779 실화 전 여친의 피부샵 귀신 썰14 익명_7bfe6b 11812 8
13778 미스테리 중국 지하철 침수사고 괴담14 title: 하트햄찌녀 5276 4
13777 혐오 혐혐혐 -왁싱후 상태13 이뻔한세상 10196 5
13776 실화 신기 있는 친구 이야기3(외전 유체이탈)13 까치독사 3798 3
13775 혐오 (사진주의)관리상태가 매.우. 심각한 시신안치소13 title: 하트햄찌녀 8891 4
13774 사건/사고 충격) Bj 살인사건 ㄷㄷㄷ.jpg13 도네이션 14673 4
13773 실화 귀신 모듬썰 3탄13 형슈뉴 5796 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