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수박 익는 계절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6.06.22 18:39조회 수 884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종전 직후, 우리 할아버지의 체험담이다.

 

어느 여름밤, 늦게까지 일한 할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던 도중 기차 건널목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당시는 종전 직후였기에, 대도시라도 가로등 하나 없고 거리는 깜깜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근시였기에, 주변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더라는 것이다.

 

건널목을 막 넘어가는데 발 아래 툭하고 둥근 게 맞았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다들 힘들게 살 무렵이라, 당시에는 다들 텃밭에서 야채를 길러 어떻게든 버텨나갔다고 한다.

 

 

 

마침 여름이니, 할아버지는 그게 영락없이 수박일 거라 여겼다.

 

"이 수박을 집에 가지고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그렇게 생각해 발 아래 수박을 주우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건널목에 떨어져 있으면 필시 더러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거뒀다.



 

"이걸 주워야하나, 내버려둬야 하나..."

 

할아버지는 한참을 고민하며, 수박을 발로 데굴데굴 굴리며 걸었다고 한다.

 

 

 

고민하는 사이 한 100m 가량을 걸어왔는데, 그 사이 딱히 식욕도 없어졌기에 수박은 도로변에 굴려놓고 집으로 갔다나.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려고 어제 그 건널목 근처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더란다.

 

[무슨 일 있나요?]

 

 

 

할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젯밤, 건널목에서 누가 치여죽었나봐요.]

 

[저런...]

 

 

 

[그런데 건널목에는 목 없는 시체만 남아있지 뭡니까? 목만 저 멀리서 발견됐다는거에요!]

 

할아버지는 순간 말을 잃었다고 한다.

 

[목만 혼자 움직일 수 있을리도 없고... 사고를 가장한 살인일까요?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쁘네요.]

 

 

 

할아버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건널목을 지나왔다고 한다.

 

어젯밤, 발로 차면서 왔던 건 수박이 아니었다.

 

사람 머리였던 것이다.

 

 

 

지독한 근시인 할아버지는 발밑의 물체마저 판별하지 못했던 거겠지.

 

속이 메스꺼워진 할아버지는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이틀 동안 앓아누웠다고 한다.

 

전쟁이랑 공습을 다 겪은 분치고는 꽤나 담이 약한 분이셨다.

 

 

 

그 "머리가 혼자 돌아다닌 사건" 은 현장검증 결과 사고로 처리됐지만, 지역에서는 괴담처럼 나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됐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진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지만, 할머니에게만 말해줬다고 한다.

 

며칠 후 다시 일터로 돌아갔지만, 하필 할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이셨다.

 

 

 

아이들이 "머리가 혼자 돌아다닌 사건" 이라며 열을 올리며 떠들어대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올라 힘드셨다나.

 

[네놈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장 교과서나 펴라!]

 

그렇게 소리치며 애써 위엄을 부리려 애를 쓰셨다고 한다.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9963 실화 원룸에서 생긴일1 여고생 1204 1
9962 실화 원룸에 있던 남자6 title: 하트햄찌녀 8409 4
9961 단편 원룸 입주민을 위한 지침서2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 1738 1
9960 기묘한 원룸 벽지 안쪽 확인해 본 사람5 개Dog 1366 1
9959 단편 원나잇 한량이 1728 2
9958 전설/설화 원귀에게 시달리다 죽은 관리1 title: 투츠키71일12깡 649 1
9957 전설/설화 원귀를 물리친 원귀2 익명할거임 582 1
9956 전설/설화 원귀를 물리친 원귀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2234 6
9955 전설/설화 원귀를 물리친 원귀2 skadnfl 517 3
9954 실화 원귀 울릉도민 모텔 습격 사건 보고서1 title: 아이돌뉴뉴뉴 1498 1
9953 실화 원귀 울릉도민 모텔 습격 사건 보고서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안구정화죽돌이 3453 0
9952 미스테리 워터타운호2 title: 섹시킴가산디지털단지 248 2
9951 2CH 웅덩이2 클라우드9 864 2
9950 2CH 웅덩이1 여고생너무해ᕙ(•̀‸•́‶)ᕗ 1267 1
9949 실화 웅덩이1 여고생너무해ᕙ(•̀‸•́‶)ᕗ 1285 0
9948 단편 웃음소리4 금강촹퐈 1286 2
9947 단편 웃음소리 title: 병아리커피우유 1268 2
9946 2CH 웃음녀 굴요긔 1042 0
9945 실화 웃음 소리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813 0
9944 기묘한 웃는 여자3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107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