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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A 아파트 이야기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6.07.01 06:52조회 수 2134추천 수 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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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약을 먹지 않고 쓴 담담한 경험담입니다.







혹시 승강기 안에 갇힌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더욱이 그곳이 사람이 죽었던 승강기라면?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후로는 A 아파트라고 쓰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A 아파트에서 생생히 겪은 일을 적은 것입니다.



먼저 배경에 대해 말해보자면, A 아파트가 있는 동네는 빈촌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더군다나 바로 코앞에 부촌이 있어서 대비가 아주 뚜렷했습니다. 

재개발이 되면 그래도 돈을 좀 만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은 사람도 많았지만, 

재개발이 취소되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주먹다짐까지 하였던 찬성파와 반대파 주민 사이의 골만 깊게 팼고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했습니다.



당시 저는 흑석동의 다른 아파트에 3년을 살다가 계약을 마치고 월곡에 있는 가족 소유의 아파트로 이주할 계획이었으나 

세 들어 살던 곳의 집주가 "외국에서 돌아온 사촌이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거액의 추가금액을 내라고 하더군요. 


정말 속이 딱 보입니다만 별수 없이 흑석 아파트에서는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젠 우리 가족이 살 곳이 없어진 겁니다. 

월곡의 아파트는 다른사람에게 전세를 주었기 때문에 2년을 보낼 장소가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A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의 한 호실은 작은 거실과 방 하나로 이루어진 이른바 투룸이었는데, 

그 방 가득 그리고 거실 일부를 이삿짐으로 채웠기에 사실상 작은 원룸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래도 "싸니까"라는 이유로 참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싸다"라는 게 여러모로 골때리는 일의 ♥♥이었습니다.



당시 A아파트는 동대표가 관리비의 상당 부분을 횡령하고 잠적하는 바람에 관리비의 절감을 위해 

경비 인력을 줄여서 4개 동의 아파트를 두 명의 경비원이 순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마저도 주야 교대니 사실상 한 명이 아파트 전체동의 치안을 관리해야 하는 막장인 상황이었습니다. 


입구에 설치된 CCTV 카메라는 심지어 플러그가 뽑기 쉽도록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어떤 얼간이가 설계를 했기에 CCTV 카메라를 바로 옆의 콘센트에다 꽂아놓았을까요. 

도둑이 들기 딱 좋은 환경인 것입니다. 그런데 용케도 침입이나 절도 사건은 딱히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가난뱅이 동네라 뭐 훔칠 것도 없기 때문이었을까요. 

더욱이 바로 옆에 부유한 외국인이 모여 사는 좋은 먹잇감이 있으니 수고대비 수입이 적을 게 분명한 A 아파트를 털 이유가 없었겠지요.



행정의 관심도 덜 받는 곳인지 한 번은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소방차 한 대가 대략 15분 만에 도착하더군요. 

하지만 그보다 전에 앞서 언급된 부유한 이웃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는 같은 곳에서 소방대가 대략 3~4분 만에 도착했고 

세 대 이상의 소방차가 동원됐던 것을 생각하면 출동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어쩐지 차별이라 여겨져 꽤 열 받는 일입니다.


사실 소방안전에 대해서는 아파트 자체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화재 발생 약 한 달 전, 한밤중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3시간이 넘게 지속된 경보음에 밖으로 몰려나온 주민들의 분노는 상당해서 뭐라도 쥐여주면 당장에라도 폭동을 일으킬 기세였습니다. 

주민들이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가 중이라 자기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더군요. 

대신 외부에서 기술자를 불러주겠다고 했습니다. 


한참 후에 도착한 그 "기술자"가 취한 조치는 황당하게도 아파트 전체의 경보기가 연결된 회로를 니퍼로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잠을 방해받아 이성을 잃은 상태였는지 그 조치에 별 의문을 제시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이래도 되는 거냐고 했더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괜찮다, 여태 여기서 불난 적 없지 않으냐. 지금 당장 없다고 별문제 되지 않을 거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경보장피를 고쳐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불이 난 당일에는 동 전체에 연기와 냄새가 들어찬 뒤에야 화재 발생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승강기 사건의 이야기입니다. 

A 아파트의 승강기는 성인 남성 다섯 명이 겨우 탈 정도로 좁은데다 굉장히 노후해서 여러모로 불편을 주는 놈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정비만을 하는 건지, 아니 정비를 하긴 하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작동이 멈추는 일도 굉장히 잦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승강기가 멈춰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계단을 사용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그 날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제가 안에 타고 있는데 승강기가 그냥 꺼져버린 겁니다. 


사람이 올 때까지 암흑속에서 마냥 멍하니 기다려야 했고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앞서서 갇힌 사람은 영영 나오지 못 했습니다. 

아니, 살아서 나오지는 못 했습니다. 

자살을 한 것입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이 남자는 꽤 중증의 폐소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계단을 이용해서 다니곤 했는데 그날따라 계단실이 작업을 이유로 전부 잠겨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승강기 탑승을 강행습니다. 

그렇게 승강기를 탄 남자는 아마도 "몇 초만 견디면 된다" 등의 말을 뇌까리며 버텼겠지요. 


그런데 도중에 역시나 승강기가 작동을 멈추어버린 겁니다. 

사람이 눕지도 못 할 정도의 작은 공간,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어둠. 

폐소 공포증 남자가 느낀 공황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시간이 지나 연락을 받고 온 기술자가 승강기의 문을 열었을 때 남자는 매고 있던 넥타이를 승강기의 손잡이 레일에 묶어 자살한 상태였습니다. 


폐소공포증인 남성이 승강기를 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언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사자가 죽어 버렸으니 이제는 풀기 어려운 의문입니다.



안 그래도 흉흉한 아파트에 사람이 죽은 사건까지 퍼지니 그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승강기에 제가 똑같이 갇힌 겁니다. 

저는 폐소 공포증 환자가 아니지만 당시는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닫힌 문의 작은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그렇게 소름 끼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더구나 사람이 죽은 곳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시간이 지난 후임에도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당장에라도 시체가 만져질 것 같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벼운 외출이라 휴대전화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딱히 다른 걸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정신이 조금 망가졌는지 지금까지도 밤에 사방이 어두워지면 잠을 자기 힘들더군요. 

세월이 흘러 저는 월곡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고 이 아파트에서는 A 아파트에서처럼 괴상한 일은 겪지 않았습니다. 

이게 정상이겠지요.



지금까지 A 아파트에서 겪은 굵직한 사건들을 적어보았습니다. 

그 밖의 자잘한 이야기는 쓰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생략합니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다라고들 말하지만 이건 아무리 지나도 악몽입니다. 

다소 길고 어수선한 경험담일 수도 있습니다만 시간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진 - 입구에 설치된 문제의 폐쇄회로 카메라



출처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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