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군대에서 겪었던, '정말 귀신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던 경험

Double2022.10.14 13:27조회 수 3202추천 수 2댓글 1

    • 글자 크기


밀게에 올렸던 글인데 공게에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좀 다듬어서 가져왔습니다.


--------------------------------------------------------------------------------------------------------------------------------------


군대에는 별별 괴담들이 다 있습니다.

겁은 많지만 괴담은 좋아하던 저는 군대에 가서 괴담을 알아봤지만, 아쉽게도(?) 제가 있던 부대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소원수리로 일개 분대를 영창 보낸 이야기라든가, 백일휴가 미복귀로 중대장 진급길을 막아버린 이등병 이야기가 차라리 괴담이었지요.


그런데 상병 달 즈음해서 철책선에 올라 가니 괴담들이 많더라구요.


철책선에서는 철책을 따라 초소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여 모든 초소에서 근무를 서지는 않습니다.

근무자가 들어가지 않는 공초소가 있고 일부 공초소에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기도 하지요.

그 허수아비가 지나가는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는 이야기는 꽤 여러 사람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운전병은 안개낀 새벽에 운전을 하다가 구식 군복을 입은 일개 분대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곳이 6.25 당시의 격전지였던 탓에 구식 민무늬 군복을 입은 귀신에 대한 목격담은 종종 들리는 편이었지요.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부분 제가 있던 소초가 아닌 다른 소초 이야기여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상병 꺾이고 철책선 생활에도 익숙해질 무렵, 제가 있던 섹터에서도 귀신 목격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던 소초 섹터 가장 끝에 대공초소가 있었는데요, 위치가 높은 데다가 다른 초소로부터의 거리도 꽤 먼 고립된 곳이었지요.

근무를 설 때도 가장 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해서 참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철책선에서는 밤에도 꾸준히 경계를 서야 합니다.

그런데 그곳은 그렇잖아도 다른 초소들로부터 거리도 먼 데다가 경사가 심해서 경계등 불빛도 띄엄띄엄 있는 곳이었습니다.

산 속의 적막함과 어둠에 감싸인 와중에 샛노란 나트륨 등의 불빛이 만드는 그림자가 기괴하게 보였던 게 아직 기억에 선명하네요.


그 대공초소로 가는 투입로? 순찰로? 단어가 잘 기억 안나는데 거기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현역, 예비역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야간 경계근무 중에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 수하를 합니다.

상대방과 마주쳤을 때 미리 정해진 문어를 말하고 상대편이 올바른 답어를 말하면 아군으로 판별하는 것이지요.


귀신을 봤다는 후임이 말하길, 대공초소로 올라가는 중에 분명히 인기척이 나서 문어를 던져 보니 제대로 된 답어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수하를 하면서도 분명 그 시간에 근무자가 있을 곳이 아닌데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가끔 순찰자가 근무자 경계상태를 확인한다고 몰래 접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FM으로 수하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하를 마치고 그 쪽으로 접근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같이 있던 부사수에게 확인해 보니 그 부사수도 분명히 답어를 들었다고 하더랍니다.


그 이후에도 이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소초에는 여러 명이 나오면서 '수하하는 귀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딱히 해를 끼치는 종류의 귀신이 아닌 탓인지 서서히 잊혀져 갔으며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어제 수하하는 귀신 봤지 말입니다' '또냐? 걔는 대체 거기서 뭐한대냐...' 라는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지요.



그리고 전역한 후 그 일은 한참 잊고 있었는데, 한 번은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저보다 2년인가 먼저 근무했던 사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창 신나게 군대 추억 얘기를 하다가 그 사람이 말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우리 때는 그 대공초소 근처에서 수하하는 귀신 나오기도 했었는데......"

 

출처: 오늘의유머 해달꼬랑지 님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868 실화 귀신은 있다고 봅니다....실화입니다..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723 4
2867 실화 참혹한...너무나도 참혹한...3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304 1
2866 실화 군에서 본 귀신3 Envygo 473 2
2865 실화 [실화괴담][17th]일본에서 눌린 가위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594 1
2864 실화 야갤러의...병원 귀신 꿈.....TXT3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985 3
2863 Reddit [reddit] 119대원인데요, 방금 소름끼치는 통화를했습니다3 title: 아이돌뉴뉴뉴 2669 4
2862 실화 귀신과 10년째 동거하는 여대생이야기 323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781 1
2861 실화 저승 가는 길3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203 1
2860 실화 내가 살면서 듣고, 겪은 무서운 이야기 #53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1902 1
2859 실화 단 두 문장으로 당신을 소름돋게 할 수 있을까3 title: 아이돌뉴뉴뉴 1442 1
2858 실화 심야괴담회 - 흉가에서 했던 분신사바3 title: 하트햄찌녀 568 1
2857 실화 여자친구 자취방에서 자다가 귀신본 ssul3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2089 1
2856 실화 (펌,실화,공포) 군대에서 겪은 사건3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084 2
2855 실화 제가 중1때 수련회가서 겪은 실화입니다.3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993 2
2854 실화 빨간 아줌마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308 3
2853 실화 지식 in 귀신실화인듯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506 3
2852 미스테리 떠도는 도시형 괴담 마네킹인간3 title: 하트햄찌녀 1734 1
2851 사건/사고 타이탄호 내파 사건 외/ 내부 시뮬레이션3 title: 하트햄찌녀 391 1
2850 실화 숙모님3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041 1
2849 실화 내가 살면서 듣고, 겪은 무서운 이야기 #63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1825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