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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니팡

티끌모아파산2022.10.22 08:49조회 수 1811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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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다녀왔어요."

 

"......."

 

 

엄마는 대답이 없다.
5년 전부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알츠하이머라고 확진을 받고 난 후로는 늘 멍한 채로 계신다.

 

 

"햄순아 밥먹자 쮸쮸~"

 

 

해바라기 씨가 든 봉투를 집어들자 햄스터들이 쪼르르 모여들었다.
시체처럼 가만히 앉아있던 엄마도 잠시 햄스터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처음에는 엄마가 심심할까봐 산 햄스터였다.
두 마리로 시작해서 지금은 마흔 마리가 넘게 북적거리지만 애인도 없이 중년이 되어가는 나에게 유일한 행복이 되었다.
하나하나 이름도 붙여주었다. 제일 늙은 암컷 햄스터가 햄순이고, 그 자식들이 햄봉이, 햄돌이, 햄스터, 햄키 등이다.
그리고 햄순이의 손자 손녀들. 나는 녀석들을 모두 알아볼 수 있다.
햄스터의 밥을 챙겨주고 나서 소파에 붙박여있는 엄마의 옆에 털썩 앉았다.

 

 

- 까똑!

 

 

메시지가 와서 확인해보니 애니팡 초대였다.

 

 

"김부장은 이 한물 간 게임을 아직도 하고 있네.."

 

 

애니팡은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스마트폰 게임이다.
사실 난 그때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해본 적은 없다.

 

 

'이게 그렇게 재밌는 게임인가?'

 

 

딱히 할일도 없던 터라 애니팡을 다운받았다.
세 판째 플레이를 하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옆을 보니

 

 

 

 

 

 

 

 

 

 

엄마가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

 

 

 "..어머니 이거 해보실래요?"

 

 

나는 엄마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엄마는 화면 속 동물들을 뚫어져라 보더니 잠시 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저 손가락으로 아무거나 이것저것 건드리는 게 전부였지만
혹시 치매가 호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조금 들었다.

 

 

다음날 나는 바로 신형 스마트폰을 사서 엄마에게 선물했다.
엄마는 하루종일 애니팡을 했다.
처음엔 엄마가 어딘가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아 기뻤으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온종일 동물들이 삐약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돌아버릴 것 같다.
잠은 도대체 언제 자는 건지 새벽에도 애니팡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엄마의 손가락이 날이 갈수록 빨라짐에 따라 동물들도 더욱 가열차게 울어댔다.

 

 

"어머니, 다녀왔어요."

 

 

엄마는 죽어버린 뇌로 동물들과 씨름하고 있을 뿐 여전히 내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후....."

 

 

집에 들어오면서 가져온 우편물을 뜯어보았다.

 

 

-이번달 휴대폰 요금은 824,370원입니다

 

 

"아.... 씨.발......."

 

 

어쩐지 하루종일 애니팡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했다.
나는 내장이 뒤집힐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동물들은 여전히 삐약삐약 울어대고 있었다.

 

 

"씨.발 그만 좀 하라고!!!!!"

 

 

나의 절망적인 외침에도 동물들은 여전히 삐약삐약 울어대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 베란다 문을 열고 집어던져 버렸다.
휴대폰은 아스팔트에 닿는 순간 깨박살이 났다.
저 멀리서 10톤 트럭이 달려와 확인사살을 하고 지나갔다.
엄마는 허공에 뜬 두 손을 어쩌지도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더욱 짜증이 나서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버렸다.

 

 

생각해보니 내가 조금 심했던 것도 같다.
그깟 팔십여만원 때문에 엄마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아버린 것 아닌가.

 

 

'일단 내 휴대폰으로 애니팡을 시켜드려야겠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보니 엄마가 없었다.
부엌에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화낸 것 때문에 겁을 먹고 부엌에 숨어서 애니팡을 하고 있구나'

 

 

나는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 까똑!

 

 

휴대폰 소리가 내 방에서 났다.
그럼 엄마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이상하고 불길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삐약삐약"

 

 

엄마가 입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엄마는 최근 몇 년 간 보지 못했던 즐거운 표정으로 전자레인지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니 부엌 바닥에 햄스터 집이 뚜껑이 열린 채 널부러져 있었다.

 

 

'설마...'

 

 

이윽고 전자레인지에서 펑 하고 무엇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엄마는 함박웃음을 가득 지으면서 3년만에 처음으로 말했다.

 

 

 

 

 

 

 

 

 

 

 

 

 

 

 

 

 

 

 

 

 

 

 

 

 

 

 

 

 

 

 

 

 

 

 

 

 

 

"라스트팡!"

 

 

 

 

 

출처:디씨 공포이야기갤러리-쿠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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