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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는 순간

Lkkkll2022.12.17 15:21조회 수 12614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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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입대해 신병 시절에 겪었던 경험 입니다.


군 입대후 전방으로 가게돼어 임진강을 건너 어느 공병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용 건물을 제외 하고는 사방이 나무와 풀만 보이는 황량한 곳이었는데, 갑자기 사회와 떨어진 곳에

있게되니, 좀 우울 하기도 하고, 또 낯선 부대 환경에 두렵기도 하고, 남자들이 처음 군대 가서 겪는 그런 묘한 감정을 겪던 중에, 갑자기 공대를 다니다 왔다는 이유로 ‘공사계’ 라는 보직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그 자리에 내정된 사람이 있었는데, 뭔가 부대내에 사정이 생겨서, 어쩌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그 자리를 받게 돼었어요. 이런얘기 하기는 좀 뭐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이른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군 생활동안 최선을 다해보겠다” 는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입대 했거든요. 고참들이 “너 군대 왜 왔어?” 라고 물을때, 제 소신을 얘기 했다가, (군대 갔다온 분들은 다 아시 겠지만, 정답은, “끌려 왔습니다 !”) 무척 혼이 났더랬어요, ㅋㅋㅋㅋ.


어쨌던, 그런 엄청난 소신을 가지고 저는 제 보직에 정말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제가 담당한 분야는 차량 연료와, 공사 자재 관리 였는데, 모르는 실무를 보충 하느라, 군에서 발간된 교본을 달달 외우고,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건축 구조학’ 이라는 책을 구입 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 하여, 제 보직을 성실히 수행하기위한 노력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는 중에, 제가 수행해야할 임무중의 하나가, 수송부 운전병들에게, 그날의 작업장에따른 연료를 공급 하는것 이었어요. 정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스런 군 생활”을 꿈꾸던 저는, 제일을 보다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다른 병사들의 기상 시간보다, 30분-45분 정도 먼저 일어나 수송부로 올라 갔어요. 제 생각으로는, 각 차량의 기존 연료양을 측정 하면 그날 그날 보급할 연료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할수 있겠다는 것이 었지요. 이렇게 몇주 정도 일을 했더니, 수송부 운전병들의 인상은 조금씩 험악해 지는데, 중대장과 인사계는 연료가 다른때보다 10-15 드럼 정도가 더 남는 다고 좋아 했어요. 저는 내심 뿌듯해서, “아, 내가 나랏돈을 이렇게 절약하고 있구나 !” 하고 흐뭇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에, 다른날과 마찬 가지로, 일찍 일어나 수송부로 올라 갔어요. 각 차량의 연료통 주입구를 열고는 기존의 연료양을 확인해서 기록 하려고요. 길쭉한 쇠를 넣고 찍어보면, 그 양을 알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날 아침은, 어슴프레 끼어있는 새벽 안개속에, 수송부 왕 고참인 어느 병장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아무생각 없이 경례를 하고 다가 갔더니, 씨익 웃으며, “너, 이리와봐, 이 새끼 !” 하면서 갑자기 뒤에 감춘 손에 쥔것을 저한테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데, 그 손에 감추고 있던게, 세상에, 정글도 라고 불리는 긴 칼이었어요. 군대 갔다 오신분들은 아실텐데, 정글도 라는게, 월남전때, 정글을 헤치고 나갈때 잡목을 제거해 길을 만들때쓰는, 한쪽으로만 날이 서있는 두툼한 칼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신기 하게도, 갑자기 제 주변의 시간이 느려 지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저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굉장히 느리게 보여서, “아, 저 칼이 길이가 길어서 피하겠다고 뒤로 물러서면 죽겠구나. 차라리 앞으로 뛰어 들어서 칼을 쥐고있는 팔목을 잡으면 살수 있겠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분 몸쪽으로 뛰어 들어서 내리치는 팔목을 막았더니,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칼이 멀리 날아가서 떨어 지더라고요. 설명은 이렇게 길게 했지만, 정말 순간에 일어난 일이 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몸이 덜덜 떨리는데, 그 고참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거에요.


서로 좀 진정이 된후에 그 분이 우시면서 하시는 얘기를 들어보니, 운전병들이 작업을 하는중에 차량들이 너무 오래되서 이런저런 고장이 많이 생긴 답니다. 그런데, 그런 고장을 수리 하려면 부품을 교체 해야 하는데, 그 부품을 그 차량의 운전병이 돈을 주고 사야 한답니다. 보급관이나 장교들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부품을 그들에게 돈을 주고 사서 차를 고쳐야만 하고, 만일 제때 못 고치면, 소위 “뺑이”를 돌려 단체 기합을 받는 다는 거에요. 그 고참 얘기가, “군대 끌려와서 3년 뺑이 치는것도 억울한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가난한 부모님한테 돈을 받아서 차를 고친 다는게 너무 억울 해서, 차량의 기름을 조금씩 빼돌려 팔아서, 부품도 사고, 가끔 힘들때는 술도 받아 먹고 했는데, 제가 그 길을 완전히 막아 버린거” 랍니다. 그런게 수송부에 대를이어 내려오는 관습 같은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그런줄도 모르고, 기름의 유출을 막아 버린 거지요. 그러니 세상에, 한-두주 사이에 55 갤런짜리 연료가 그렇게 많이 남았던 겁니다.


그래서, 그분이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저 때문에 고통을 받고있던, 수송부 후임병들에게, “내가 저 꼴통새끼 죽이고 남한산성 가겠다 !” 선언하고 저를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에요. 저는 그 분하고 함께 수송부 내무반에 가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크게 잘못 했다고 백배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무지하게 무서웠는데, 제가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했더니 결국 웃으며 이해해 주셨어요, 고맙게도.


여담이지만, 후일제가 뭘 잘못해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 100 바퀴도는 기합을 받게 돼었는데, 그 수송부 고참께서, 아무말도 없이 군장을 메시고 제 옆에서 같이 뛰어 주시면서, 제가 지쳐서 철모가 날라가면, 챙겨 주시고, 총을 떨어뜨리면 줏어서 들어 주시고, 나중에는 제 배낭까지 같이 들어 주셨습니다. 정말 고맙고 좋은 분이 셨어요.


오랜 시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기하게 생각되는게 어떻게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짧은 시간에,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고, 그 느려진 시간속에서 그런 생각을 해서 살아 남을수 있었는가 하는점 입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라 여기에 글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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