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친구분의 어머니가 겪으신
아주 짧은 이야기야.
그 분이 사시는 곳은 전라도 어디쯤이었대.
자세한 지명은 울 엄마도 기억을 못 하더라구.
산에 둘러싸인 곳이였다나봐.
그래서 어릴 적부터 소쿠리 하나씩 들고
친구들끼리 봄이면 나물 캐러 가는 게
일이고 낙이고 그랬대.
그 날은 친구들 서너명이랑 산딸기를 따러
산으로 들어갔었어.
근데 산딸기가 너무너무 많이 열린 거야.
넝쿨따라 줄줄이.
그래서 친구들이랑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산 속으로 좀 깊히 들어가셨대.
그렇게 열심히 산딸기 따면서 꺄르륵거리고
재밌게 노는 와중에 뭔가 뒤에서 누군가
이 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같은 게 느껴졌대.
그래서 주위를 홱홱 둘러보니까
어느새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와있는데다
암것도 안 보이는데
그 시선은 계속 느껴지니까 무서워진거야.
친구들한테 우리 이제 그만 집으로 내려가자고
말하고는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저 쪽 수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난 거지.
다들 순식간에 굳어서
그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는데 글쎄,
정말 딱 애기 호랑이구나 하는 크기의
조그마한 호랑이 새끼가 있더래.
근데 귀엽긴 귀여워도 맹수잖아.
다들 너무 놀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그 호랑이 뒤 쪽으로 뭔가가 쑥 하고 나타나더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진짜 다 자란 호랑이였어.
아마도 그 새끼 호랑이의 엄마였겠지.
큼지막한 엄마 호랑이가 나타나자마자
뒤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엄마야!!!!!
소리지르면서 다 도망을 쳤대.
근데 친구분 어머니는 발이 얼어붙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더래.
또 그 분이 계셨던 자리가
호랑이랑 가장 가까운 위치였고.
그런데 그 무섭고 살떨리는 와중에도
드는 생각이 호랑이 모자가 참 예쁘더래.
굉장히 고고하고 아름다운 느낌?
그래서 맘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드님이 정말 잘생기셨네요.
같이 내려오신 건가봐요.'
같은 생각을 하셨대ㅎㅎㅎ
그렇게 그 분에게는 정말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을 시간 동안 호랑이는
친구분 어머니를 잠시 응시하다
애기 호랑이랑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가버렸대.
그리고 친구분 어머니는 호랑이가 사라진 다음에
정신 빼놓고 산 밑으로 조금씩 내려오다가
좀 익숙한 곳 쯤에서
긴장이 풀려서 기절하셨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이 들었을 땐 집이었대.
먼저 내려간 친구들이 어른들한테 말해서
어른들이 산으로 올라와서 업고 내려왔다고.
여하튼 그렇게 정신없던 하룻밤이 지나갔어.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지셨대.
아직도 얼떨떨해서 아침 공기 마시고
정신 좀 차리려고 마당으로 내려섰는데
집 장지문 앞에 뭔가가 있더래.
저게 뭐지? 하면서 가서 보니까
어제 산 속에 놓고 온 소쿠리인거야.
근데 자기는 가지고 온 기억이 없거든.
어른들이 가지고 오셨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호랑이가 한 번 나왔던 곳인데다
정신도 없었을 텐데 거기까지 올라가서
소쿠리를 챙겨가지고 왔을 리가 없고.
그래서 그 분은
'아 호랑이님이 나한테 가져다 주신 건 가보다.'
생각하셨대.
나중에 엄마 친구분한테 이 얘기 해 주시면서
무서운 맹수라는 생각, 도망쳐야돼
이런 생각보다 좋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호랑이가 그걸 느낀 거 같다고
그래서 자기도 해치지 않고
돌아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래ㅎㅎ
그리고 이건 이 분의 또 다른 에피소드인데
호랑이 얘기랑 같이 들은 얘기니까
이야기 해 볼게.
울 엄마 친구분 어머니가
동물을 평소에 정말 예뻐하셨나봐.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에서 큰 개를
(종이 잘 기억이 안 나ㅠㅠ)
세 마리를 키우셨는데
진짜 엄청!!! 예뻐하셨대.
보통 큰 개들은
마당에서 재우고 먹이고 하면서 키우잖아.
근데 잘 시간 되면 거실 마루에
큼지막한 방석 세 개를 깔아놓고
거기서 한 마리씩 자게 하셨대.
애들 잘 때 춥다고.
그리고 먹는 것도 일부러 고기 사다가 먹이고
아이 키우듯이 지극 정성으로 키우셨대.
개들도 자기가 사랑받는 거 아니까
주인을 엄청 잘 따르고 그랬었대.
근데 몸이 안 좋으셔서
나중에는 거의 병원에 계셔야했고
그래서 강아지들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해.
그러다 어느 날 돌아가셨대.
근데 정말 신기한 게
친구분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다음 날
그 개들 세 마리 모두가 죽어버렸대.
엄마 친구분도 이유를 모른대.
밥 챙겨주러 갔는데
가만히 누워서 자는 듯이 죽어있었대.
쥐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뭐 탈이 난 것도 아니고
원래 건강하던 애들이었는데.
아마 너무 슬퍼서 죽은 거 같다고 얘기하시더래.
햄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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