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할머니는 경상남도에 살고계셨어
그 곳이 어떤 동네냐면
지금은 고속도로가 앞에 생겼지만
그때는 고속도로는 커녕
일반 도로에
할머니댁 앞에는 비포장도로였지
할머니네집 5분거리에 뒷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올라가면 무덤 한개가 있고
그 위로 더 올라가면 나무들이 있고
더 올라가면 또 무덤 하나 있고
이런식으로 되어 있어
그 뒷동산에서 일어난 일이야
할아버지 한 분이 동산에 올라가셨다가
흰색의 물체를 보고 혼비백산해서 내려오셨는데
그 뒤로 그 동산에 범이 사니
밤에 다닐 때 조심하라는 소문이 났대
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점에 할머니가
다른 지역의 절에 몇일 계시다가
밤에 돌아오신거야
그래서 그 동산을 지나서 오게 되셨는데
(뒷동산)
(할머니댁)==================(버스내리는곳)
천천히 걸어오시는데
동산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위에
흰 물체가 앉아있듯이 앉아 있었대
할머니들은 눈이 어두우셔서
그 분위기로만 파악하잖아
뭔가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시고는
산신인 줄 아시고는
아이고 신령님
앞으로도 자자손손 대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도의 인사하시고 나서는
절에서 가져온 음식 중에 비리지 않은 것들을
정성스레 돌 계단에 내려놓으셨대
그리고 고개를 드시는데
하얗고 꼬리가 여러개인
여우가 할머니를 내려다보더래
(꼬리가 크고 풍성한 줄 아셨는데
자세히 보니 여러개였대)
보통의 반응은 할아버지처럼 범이다,
여우귀신이다! 인데;
할머니가 우리동네 산신님은 여우산신이셨구나?!
라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생선을 꺼내셔서 놓아드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온데간데 없어지셨더래
한동안 할머니 동네에 도둑이 기승을 부렸는데
할머니께서 그 일을 겪으신 뒤로는
도난사고나, 교통사고
( 시골길이라서 벌어지는 사고들; )
같은 게 거의 십여년간 일어나지 않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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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돌아가신 할머니 동네에 잠시 갔다가
다른 할머니들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십여년간 할머니께서 여우신께
따로 음식을 올리고 그러신 거 같았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또다시 동네가 흉흉해지려고 하니까
다른 할머니들께서
한번씩 돌아가며 음식을 해드리는데
할머니 때 처럼의 효험?을 못 봐서
이제는 안 하신다고 하더라
햄지
잘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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