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구들이랑 술먹고 놀다가
동네에 있는 폐가이야기가 나왔어.
남자들은 대부분 겁없고 용감한 척하잖아.
어떤 놈이 나를 겁쟁이라고 도발하길래
난 큰소리를 쳐대면서 당장 다녀오겠다고 했지.
막상 도착하니 분위기가 장난 아니더라고.
그래도 그렇게 말해놨는데 안가기엔 좀 쪽팔리잖아.
핸드폰으로 길 비추면서 폐가 안으로 들어갔어.
안이 생각보다 넓더라고,
한발한발 조심스레 들어갔지.
솔직히 진짜 무서웠어.
안은 어둡지, 조용하니 내 발소리만 울리고
뒷목이 싸한게 누가 쳐다보는 느낌도 들고
예전에 본 공포영화들이
한 천배는 무섭게 자꾸 떠오르는거야.
구석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상상도 자꾸 되고.
어쨌거나 대충 반쯤 들어왔나?
내 발자국 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뭔가 흐느끼는 소리...
정말 등에 식은땀이 쫙 나더라.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이대로 나가면 애들이 엄청 놀릴거 아니야.
오기로 허세로 좀더 들어가봤어.
소리는 여전히 나고 있었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그 소리 쪽으로 움직였어.
그 때가 내인생을 통틀어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을거야.
5미터쯤 앞에 살짝 열려있는 방 안에서
소리가 나는거 같았어.
거기서 진짜 고민 많이 했어.
저기만 보고 갈까 아니면 그냥 돌아갈까.
그리곤 내생에 최악의 선택을 한거야.
거의 오기에 가까운 용기를 내서 그 안을 본거지.
세상에 내가 거기서 뭘 봤는줄 알아?
귀신이었어 귀신.
솔직히 바로 도망나와서 자세히는 못봤는데
어린여자애 귀신이었어.
문 반대쪽 벽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옷은 새하얀 색이었는데
피와 얼룩 같은걸로 더러워져있었고
고개를 숙여서 긴 머리가 앞으로 축 늘어져있었어.
그러고는 얕은 신음소리를 내는거야.
와,
그걸 봤어야되는데 진짜 장난 아니게 무섭거든.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면서 밖으로 도망쳤지.
근데 더 무서운거는 이거야.
한달쯤 뒤에 우연히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 폐가에서 어떤 애가 죽었다는거야.
납치 살해 사건이었대.
그애가 납치당할 때 입었던 옷이 하얀색 옷이었지.
머리나 나이대도 얼추 비슷한 거 같아.
어때, 이 정도면 내 이야기가 제일 무섭지 않아?
친구 녀석이 우릴 둘러보며
음산하게 이야기를 끝냈다.
납량특집이니 뭐니 해서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는
이 친구의 승리가 분명하다.
이 친구의 이야기는 분명 진짜 경험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친구가 모르는 것이 있다.
그 납치살인사건이 처음 뉴스에 나온건
친구가 폐가에 가고나서 2주 뒤다.
그리고 아이의 사망예상시간은
뉴스가 나오기 일주일 전이었다.
즉, 친구가 폐가에 간 날에는
아직 아이가 살아있을 때였다.
친구는 귀신을 본게 아니라
기둥에 묶여있는 소녀를 본것같다.
그리고 그 방 구석에는
범인이 칼을 들고 숨어 있었겠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귀신을 본 것이 덜 무서울 테니까.
햄지
허...그친구도 죽을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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