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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숨소리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6.07.16 19:12조회 수 112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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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열두 살 쯤이었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아직도 가끔 떠오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예전에 우리 가족은 아이오와에서 몇 에이커나 되는 옥수수 농장을 경영했다. 새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는가? 그냥 허수아비에는 겁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정말 사람처럼 보이는 허수아비를 제작했다. 유리로 된 눈알을 얼굴에 풀칠해 붙였고, 하얀 장갑과 낡은 장화를 신었으며, 뱃속엔 짚을 채워 넣어 배불뚝이처럼 보였다. 바람이 불면 작대기로 만든 팔이 춤추는 것처럼 뒤틀리며 흔들리곤 했다.

 

난 허수아비가 사실 엄청 무서웠지만, 열두 살 소년이 늘 그렇듯 남자답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부모님은 절대 밤에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 왜냐고 물어봤을 때에도, 어머니는 숲에 사는 떠돌이들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대충 둘러대실 뿐이었다. 하루는, 3km 정도 떨어진 아랫동네 사는 소녀를 만나러 밤에 몰래 기어나온 적이 있었다. 소녀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창고에 도착해 짚단 위에 앉아서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난 포기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옥수수 밭을 혼자서 건너야 했다. 그리고 허수아비 하나를 지나치는 순간, 뭔가 소리를 들었다.

 

허수아비가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숨소리는 아마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낮게 힉힉대는 소리였는데, 누군가 입안이 천쪼가리나 지푸라기 같은 걸로 가득 채워져 헐떡대는 것 같은 소리였다. 허수아비는 내 쪽으로 머리를 돌렸고, 바람이 불어와 허수아비의 팔이 마구 떨렸다. 간질 발작이라도 일어난 사람처럼.

 

미칠 듯한 공포에 나는 전력으로 달려서 도망쳤다. 집까지 남은 거리를 계속 달렸다. 내 방 창문으로 숨어들어와 창을 걸어잠궜다. 방은 어두웠고, 심장은 쾅쾅 울렸는데 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방에 있던 전등 하나를 가져와 떨리는 손으로 창 밖의 어둠을 헤집었다.

 

옥수수밭에서 어떤 형체가 비집고 나왔다. 그건 허수아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를 알아봤는데, 밭에서 일하는 늙은 떠돌이였다. 그는 옥수수밭을 지나쳐 숲 속으로 사라졌다. 난 이불을 뒤집어썼고,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밤새 그러고 있었다.

 

다음날 내가 만나기로 했던 이웃 소녀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는 그 늙은 떠돌이가 그녀를 납치했다고 확신했다. 문제는 경찰이 그녀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그해 여름, 그 허수아비 근처에 지독한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쇠가 썩었을 때나 풀을 때울 때 나는, 허파를 꽉 채우는 그런 고약한 냄새였다. 우린 최대한 악취를 무시했지만, 날이 더워질수록 점점 심해질 뿐이었고 결국 어머니는 허수아비를 없애기로 결정하셨다. 허수아비의 머리통은 짚을 가득 채운 삼베 주머니였는데, 난 두려움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허수아비의 목에 감겨 있던 밧줄을 풀어냈다. 그리곤 삼베 주머니를 벗겼다.

 

거기엔 사람 머리통이 있었다.

 

이웃 소녀의 시체였는데, 그녀의 얼굴은 썩어문드러졌고, 두 눈구멍은 고름 덩어리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엔 지푸라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원문 (by Evelyn Elliott):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4b1rsk/the_breathing_scare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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