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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카우트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6.07.16 19:13조회 수 952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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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수첩을 들여다 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치인 나에게 글자 몇 개로 집을 찾아간다는 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두리번 거리며 머리를 긁적이던 때에 날 부르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못 찾겠어?”

 

고개를 돌려보니 짧은 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선배가 혀를 차며 날 보고있었다.

 

“여긴 처음 와본다 구요. 게다가 저 길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내말에 선배는 수첩을 빼앗아 들고 앞장섰다.

 

“일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 이해한다만, 빨리 숙달 하도록 해.

 

길도 못찾고 어영부영 하고 있으면 이 일 오래 못한다.”

 

난 작게 한숨을 쉬고는 선배의 뒤를 따랐다.

 

 

 

 

“넌 정말 선임 잘 만난거야.

 

최고의 스카우터인 내 밑으로 들어오다니 말이야.

 

이 일이 얼마다 대단한 일인지 금세 알게 될거다.

 

넌 나만 잘 따라오면 돼.”

 

선배는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스카우터라고 하니 엄청 대단한 일을 하는것 같지만

 

실상은 그냥 위에서 지정해준 사람을 데려오는게 우리 일의 전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마찰을 정리하는 것 역시 우리의 일이다.

 

지침상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쳐들어가서 다짜고짜 끌고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얼핏 보면 스카웃이라기 보다는 납치에 가까웠다.

 

이름만 그럴듯할 뿐이지 그냥 말단 심부름꾼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들의 목록을 확인하던 나는 앞서가는 선배에게 물었다.

 

“근데 저희가 데려가는 사람들, 조건 같은게 있나요?”

 

“스카우트.”

 

선배의 말에 난 투덜거리며 다시 물었다.

 

“네. 네. 저희가 스카우트 해 가는 사람들이요.”

 

그제야 만족한 선배는 내 질문에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그냥 위에서 필요하다니까 데려가는 거지.”

 

작게 욕지거리를 하며 선배의 뒤통수를 째려본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들은 무슨일을 하는데요?”

 

“나도 몰라. 스카웃 해간 사람들은 한번도 다시 못봤어.

 

어디서든 알아서 잘 하겠지 뭐.”

 

 

 

 

 

내가 일하는곳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이 너무 없다.

 

게다가 우리가 데려가는 사람의 숫자도 지나치게 많은 느낌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무슨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또 사람들의 나이대 역시 너무나 다양하다.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구분이 없다.

 

뒤처리야 위에서 알아서 다 한다지만 사람을 억지로 끌고온다는게 꺼림찍한게 사실이다.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잘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좀 망설여지지 않으세요?

 

본인 동의도 없이 다짜고짜 끌고 온다는거.

 

스카웃이라지만 솔직히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 저희는 전혀 모르잖아요.”

 

내말에 선배는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게 뭐야. 필요하다니까 스카웃 하는거지.

 

우리한텐 쓸모가 많은데 이상한 곳에서 썩고있으면 아깝잖아.

 

필요한 곳에 쓰이면 좋은거지.”

 

그 말을 들은 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저 선배는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인 것이 분명했다.

 

 

 

 

“다 왔다. 오늘 스카웃 할 사람 신상좀 읊어봐.”

 

낡은 집 문앞에선 나는 목록을 펼치곤 소리내어 읽었다.

 

“이름 김동훈. 나이 24세. 부모님은 두분 다 돌아가시고 혼자 할머니 모시고 살고 있네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성실한 친구 구요.

 

요즘 보기드문 청년이라고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하네요.”

 

고개를 끄덕인 선배는 어깨를 풀며 말했다.

 

“오케이. 조건에 딱 맞는 놈이구만. 얼른 데려가자고.”

 

난 차트를 집어넣으며 물었다.

 

“조건 같은거 모른다면서요?”

 

선배는 낡은 문을 잠시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하나는 알아.”

 

그렇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낡은 문을 통과하며 이어서 말했다.

 

“착한놈.

 

천국에서 일하려면 당연히 착해야지.

 

그런 인재가 이승에서 썩기 아까우니 하루라도 빨리 천국으로 스카웃 하려고 하는거지.”

 

나 역시 선배를 따라 문을 통과하며 말했다.

 

“마음씨 착한 사람이 수명대로 못살고 일찍 죽는다는게 좀 슬프네요.”

 

 

 

 

 

선배는 내 말을 못들은 듯 손가락으로 젊은 청년을 가르켰다.

 

“저기있다.

 

자. 난 가만히 있을테니 혼자 해봐.

 

네 업무 확실히 기억하지?”

 

난 몇 번이나 달달 외운 내용을 기계처럼 읊었다.

 

“천국의 업무를 수행하기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예정보다 빠른 시기에 사망시켜 천국으로 데려오는 것.

 

확실히 기억해요.”

 

난 스탠드를 켠 채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는 청년에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이애 할머니가 많이 슬퍼하겠네요. 저승사자라는게 확실히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니에요.”

 

“스카우터라고 했지. 저승사자라고 다 같은 줄 알아?

 

수명 다돼서 죽은 사람들이나 인도하는 그놈들이랑 우리는 차원이 다르다고.”

 

“알았다구요. 스카우터.”

 

난 울며 불며 매달리는 청년을 억지로 끌고 가며 투덜거렸다.

 

 

 

 

 

 

 

 

 

By. neptun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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