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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할아버지를 업고 달린 도깨비

title: 하트햄찌녀2023.02.09 10:06조회 수 6974추천 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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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늦둥이임



우리아빠는 47년생,

엄마는 51년생임



아빠는 갓난쟁이때 6.25를 겪으심



우리엄마는 외동이지만

우리아빠는 8남매의 무려 일곱째임



그러다보니 나에겐 고모지만

남들이 봤을 땐

우리고모를 내 할머니로 착각함



우리할머니는 102세까지 정정하셨음



지금으로부터 7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주무시다 돌아가셔서

다들 호상이라고 하셨고



우리 집에는 딸이 귀해서

(본인은 고명딸임v)

할머니가 살아계실땐 무조건 내 편이셨음



진짜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나만 꺼이꺼이 운 것 같음ㅠㅠㅠㅠ



운구 이후

할머니 묘지 앞에서 절을 하는데

고모님덜 절하시는데

뻥 안 치고 30분 넘게 걸림



다들 무릎이 안 좋은 할머니들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엄니 우리 그냥 목례로 하면 안될까?


무릎땀시 못 일어나겄네잉 죽겄소잉,


아따 형님 찬찬히 일어나쇼



그랴 맞음 우리집 전라도임








이제부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및 고모들이

겪은 이야기를 해드리겠음



(우리 아빠도 있었다곤 하지만

아빠는 애기 때라

기억이 안 나신다함ㅋㅋㅋㅋㅋㅋ)



한번은

할아버지가 엄청 많이 편찮으셨다고 함



열도 펄펄 끓고

지독한 여름감기에 걸리셔서

안채에서 골골거리면서

이틀 이상을 누워계셨는데



큰아빠부터 고모들까지 다 학교가고

할머니는 아빠 업고 장에 가고



일하시는 분들도 왜인지 집에 없었다구함



여튼 그때 할아버지 말로는

아픈 우리 할아버지 밖에 안 계셨다구 함



근데 자꾸 누가 대문 밖에서


"이리 오너라~~ "


하고 막 불렀다구함



할아버지는 아파서 일어나도 못하고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 누구시오~ 아파서 못 나가요"


하고 간신히 소리쳤더니



"실례 좀 하것소잉"


이러고

대문 안으로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고함



옛날 우리집은 너른 기왓집이였다고 함



대문 안으로 껑충 들어온 그 남자는

안채 문을 열어 제끼더니


"오늘 나랑 좀 놉세"


하고는


그대로 할아버지를 들처 업었다고 함;;



할아버지는 열은 펄펄 끓고

어질어질해서 대답도 잘 못하고


그 모르는 남자한테 업혀가는데

남자는 장정을 업고도

진짜 빠르게 내달렸다고 함



어찌나 빠른지

옆에 주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그게 열 때문이였나 싶었나 봄



그렇게 내달려서

어떤 주막에 도착을 했는데

생전 처음보는 주막이라는 거임



그때는 엣날이라

보통 한 고장에서 오래오래 살지 않음?



그래서 그 동네부터 옆옆동네 근처

인근 동네는 훤히 꿰고 있었는데

아예 쌩전 처음보는 주막이라는 거임



근데 우리 할아버지는 주당이셨다고 함.


(덕분이 우리 아빠랑 나랑 다 말술임

반주를 즐기는 부녀임)



그 열이 오른 상태에서

처음 보는 남자랑 처음 간 주막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아주 알차게 많이 자셨다고 함.



그렇게 술 마시고 놀고 난뒤

그 남자가 또 우리 할아버지를 업고 내달려서

집에 고이 뫼셔놓고는

난중에 봅세~~

이러고 가셨다고 하는데



우리 할머니가 장 보러 갔다온 사이에

집에 혼자 계신 할아버지한테

술냄새가 진동을 하셨다고 함






우리 아빠의 형제 중 첫째는

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신 첫째고모시고


(내가 어릴 때부터

잔병이 많으셨던 고모였던 걸로 기억함)



둘째는 큰아빠이심



아들이라 공부는 짱짱하게 가르켜야 된다고


고모들은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가르켰고


(그당시에는

여자가 고등학교 과정을 배운 것도

많이 배운거라 함)



큰아빠는 한양으로

할아버지가 대학을 보냈다고 함



그래서 방을 얻어주려고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연고가 없는 한양에

큰아빠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걸음을 하셨는데


어떤 길목에서

할아버지가 꼼짝 않고 서 계시더라함



할머니가 왜 그러냐고 어여 가자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가리킨 곳은 주막이였음



" 그날 내가 술마시고 온 곳이 저기야"



이러셨는데 할머닌 끝까지 안믿으셨다 함



전라도 광주에서 한양까지 2시간만에

무슨 술을 마시고 오냐고

말이 되는 소릴 하라고



영감이 그날 열 땜시

옆동네 주막을 헤까닥해서 잘못 본 거같다고



주막이 다 거기서 거기처럼

생겨서 그렇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날 우리 할배는 할머니한테

거짓부렁 치지말라고

욕만 바가지로 자셨다고 함



불쌍한 울 할배......




그리고 얼마 안 지나고 6.25가 터졌다고 함



사람들 다 피난갈때 우리집은

대청마루 밑을 구덩이를 파서

거기에 숨어있었다고 함



6.25때 행방불명 되셨다는

셋째 삼촌이 계시는데

그 삼촌이 이북 쪽이였다고 함



그래서 집에 거의 안 오고 뭘하고 다녔는지

할머니는 매일 노심초사하심..



언제 집에 올지 몰라서 차마 피난을 못가고

그렇게 식구들

다같이 기다리셨다고 하는데



아무튼 어느날 새벽에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고함



셋째삼촌이면 주저없이 들어왔을텐데

밖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 계시오~?, 거기 아무도 안계시오? "


이랬다고 함



그래서 할머니도 소곤거리면서


" 누구시오"


이러니까



" XXX씨 친구올씨다"



이러면서 할아버지 성함을 대고


웬 남자가

등에 잔뜩 뭘 이고 들어오더라는 거임



그래서 그날 새벽에 대청마루 밑에 있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들이 죄다 나와봄



할아버지를 업고 주막에 갔었던

그 아재는

아픈데도 아무 말없이 자기랑 놀아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쌀을 세 가마니를 놔두고는

출출할텐데 식구들이랑 빨리 먹으라고 하곤

가봐야한다며 이야기할 새도 없이

빠른걸음으로 나가셨다함




전쟁통이라 식량이 귀했어서

제대로 먹지 못했던 우리 친가 식구들은

그 새벽에 밥을 가마솥 한가득 해가지고

배가 터져라 쌀을 먹었다함



근데 그 다음날

아재한테 받은 쌀가마니를 보니

전부 볏짚이였다고 함




아직도 우리 고모들은 명절때 모이면

이 얘기를 가끔 하심




전기가 없을때는 밤이 칠흑처럼 어두워서

일반 사람들도 도깨비불을 봤다고 함



마을에 상갓집이 있을때는

그 집 지붕위로 혼불이 올라가는걸

다들 보기도 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간판불이며 자동차 헤드라이트며

밤에도 환한 세상이 되다보니


도깨비불이 코빼기도 안보이는 거라고

우리아빠가 그러셨음



우리아빠는 귀신은 절대 안 믿는데

도깨비는 찰떡같이 믿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고

자기한테 잘해준 사람한테는

은혜를 갚는다고 하던데



도깨비를 꼭 한번 만나서

잘해주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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