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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김군의 미스터리 공포 -1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11.09 21:32조회 수 120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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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열어






저는 올해 27살의 3년차 초보 주부이자,
1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엄마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유독 몸이 약했습니다.
오죽하면 태어날 때부터 저체중 미숙아에 기형까지 안고 태어나 
오래 못살 것이라는 어르신들 말씀에 출생신고 또한 2년이나 
뒤로 미뤄지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는 정말 아주 어렸을 적부터 종종 
심한 가위와 더불어 헛것도 자주 보고는 했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제 몸의 허약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제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존재하여 겪었던 일인지는 모를, 
5~6살 때와 15살 때 겪었던 기묘한 경험담입니다


제 기억에 처음 이사라는 것을 해본 경험은 
제가 5살 내지 6살때쯤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한 한옥식 다가구 주택으로 
처음 이사하여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까지 입학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쳤었습니다.



그렇게 추억이 가득하고 생각해보면 즐겁고 포근했던 곳인데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사는 내내 10년 이상을 밤에는 하루도 편해본 날이 없었습니다.



처음 이사하던 첫날은 낯선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잠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에 겁이 많고 잘 놀라던 제 체질 덕에 부끄럽지만 
저는 꽤 자라서까지 부모님들과 한 방을 썼었습니다.


그 날도 저는 왼편 제 옆에 저희 어머님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도무지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희 집 구조를 잠깐 말씀 드리자면 여러 가구가 살다보니 
대문이 있고 집집마다 개인용 출입문이 있으며 한옥집이다 보니 
그 출입문들은 유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방만해도 작은 출입문과 함께 작은 마루와 부엌이 있었고 
출입문과 일직선으로 유리로 된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그 유리로 된 방문이 무서웠는가 봅니다. 
밤새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컴컴한 어둠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첫날에는 두려움이 더해 주무시고 계신 부모님들 옆에서 밤새 떨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문득 어두운 부엌 쪽에서 인기척과 함께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저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굉장히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아가야 잠깐만 나와봐.
언니가 선물줄께.
아가야 잠깐만 이리 나와봐.
아가야. 아가야."



한참을 그렇게 저를 불렀습니다.


그 목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낭랑했으며 그 낭랑함이 외려 더 두려움을 불러오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밤새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떨며 잠을 설치다 날이 밝자 
잠에서 깨신 부모님들께 간밤의 일을 말씀 드리니 그냥 웃어넘기셨습니다. 
이사 첫날이라 잠자리가 낯설어 그런것이였을거라고…….


헌데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사한 날부터 매일 밤마다 지독한 악몽에 가위에 환청에…….
정말 단 하루도 편히 잠들어 본 날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날이 훤히 밝은 대낮에도 혼자서 잠만 잘라치면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을 잘 넘겨 중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3학년에 올라감과 거의 동시에 어머님께서 자궁암 말기 판단을 
받으셔서 당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시던 아버님께서 
집을 비우시면 제가 어머니 간호를 해야 했기에 학교에도 
거의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날도 저녁 내내 진통으로 고생하신 어머님 덕분에 
마음이 싱숭생숭해 한참을 잠자리에서 설치다 겨우 잠들었습니다.


잠결에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도 시끄러워 잠에서 깨어보니 한두 마리가 아닌 
정말 저희 동네에 있는 개는 몽땅 다 짖는 것처럼 
그 개 짖는 소리가 상당히 요란하고 시끄러웠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청각은 예민하던지 저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철길에서 울리는 
기차 경적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 소리들과 느낌이 하도 기묘하고 이상해 저 또한 잠을 깨고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에 낮선 사람이 든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어 더더욱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희 집에서 키우던 커다란 진돗개 한 마리가 
출입 문 쪽을 향해 낮게 계속 으르렁 거렸습니다. 



이윽고 이내 무언가 홀린 것처럼 쏜살같이 
출입문 쪽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미친 듯이 저희 집 
출입문을 두들겼습니다.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처음에는 인근에 사시던 고모님께서 
또 고모부님과 싸우고 저희 집을 오신에게 아닌가 싶어 
문을 열어 드리려는 찰나, 생각해보니 지금 현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급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화를 먼저 하셨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런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이, 
문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렸을 적 한번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얘야, 어서 문 열어…….
빨리 나와야 돼…….
이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기회 없단다.
오늘은 꼭 널 데리고 가야돼.
얼른 우리와 함께 가자……."




등에 식은땀이 쭉 흘렀습니다.
나가볼 생각은커녕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떨고 있을 무렵 저희 아버지께서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티비를 켜시면서 오늘따라 동네 개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한마디 하십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심과 동시에 
시끄럽게 짖던 개들의 소리는 점점 잠잠해지고 밖에서 
절 부르던 소리와 문 두들기던 소리 
또한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다만 저희 집 개만 출입문을 향해 여전히 
낮게 으르렁 거리고 있었을 뿐…….




그리고 다시 아버지께서 주무시러 가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개 짖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다시 저를 부르는 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얘야, 어서 문 열어…….
빨리 나와야 돼…….
이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기회 없단다.
오늘은 꼭 널 데리고 가야돼.
지금 집에 있는 거 알아.
숨어봤자 소용없어……"




결국 동이 트고 날이 밝아 부모님들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기 전까지 전 자리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간밤의 소동을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 개들이 시끄럽게 짖는 소리는 들었으나,
다른 소리는 못 들었다 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셨던 것도 잠결에 하도 저희 집 개가 
소란한 것 같아 혹시 도둑이라도 든 건 아닐까 하시는 생각에 
눈을 뜨셨던 것이라 하시며 다른 무언가가 있었냐 되물으셨습니다.



그 후에도 더 섬뜩하고 기묘한 일은 있었지만 
이것은 적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그 곳에서 10년이 넘는 세월을 사는 동안 집터가 안 좋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운명이고 팔 자셨는지는 모르겠다만 
저희 어머니께서 또한 자궁암으로 오래 앓으시다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저 또한 지독한 불면증과 자주 크고 작은 병치례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저는 서대문 충정로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후에는 그렇게 자주 눌리던 가위와 악몽도 
거의 꾼 적이 없으며 혼자서는 낮에도 절대 
잠을 못 자던 것이 사라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즐겁고 행복하고 
웃음 가득했던 유년시절이었는데, 
유독 밤의 기억만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직도 의문입니다.







2. 문 단속





집에 도둑이 들 뻔했습니다.


스펀지 2.0에서 도둑들이 도어락을 여는 수법이 방영된 후, 
제가 사는 아파트 동 엘리베이터 CCTV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사진을 입수했으니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두 번에 걸쳐 통보를 했습니다. 
최후통보가 떨어진 날, 
그저께 새벽 1시 45분 경 웬일인지 이불을 덮어도 
방이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침 소리에도 잠을 못 자는 제가 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몸을 일으켜 보니 


창문이 열려 있고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바깥 복도 쪽을 쳐다보니 누가 한 손으로는 
방범창을 잡고 한 손으로는 손전등으로 
창문 너머의 절 비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안방으로 달아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비명에 깨셔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신 건지 


'술에 취한 사람일거다'

부터 시작해서 


'마누라가 집에 안 들여보내줘서 깽판을 부린 거다'


라고 농담을 늘어놓으셨습니다만



(그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하실 수 있는 
어머니의 낙천성을 부러워해야 할지 참…….) 
저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어서 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불안해하는 제가 걱정되신 모양인지 이모네서 자고 와라, 
택배가 와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마라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사건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하니,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범행의 열악한 수법을 들어 
별로 위협적인 도둑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피해자가 범인보다 
멍청해서 사고를 당합니까? 


오히려 평소에 누가 절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며, 
스토커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런 말이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CCTV를 망가뜨린 청년은 관리사무소에 자진신고를 했고, 
그 쪽 일은 알아서 잘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불안합니다. 



그 청년이 제가 창 너머로 마주친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했거든요……. 
절도범이건 강간범이건 스토커건 재범률이 
높은 이상 안심할 수는 없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제 집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여자만 둘이라서 유사시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사촌 오라버니께서 어머니의 
부탁으로 방범창을 새로 달러 왔는데, 
저는 방범창 위쪽을 보고 오싹했습니다.


나사 두 개가 풀려 있었습니다. 


사촌 오빠가 방범창을 흔들자 들썩 들썩 흔들렸습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도 뺀찌로 방범창을 부러뜨리는 
장면을 방송한 바 있으니 문단속 철저히 해야될 것 같습니다.



분명 범인은 그 시각 창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문고리 하나밖에 잠그지 않은 문을 내버려두고 굳이 창으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단순히 준비성이 부족했던 걸까요?



만에 하나 제가 그 때 깨어나지 않았으면 
제가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었을까요……. 
범인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해서 질렀지, 
아님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어머니는 이번 일요일 바깥쪽에 방범창을 하나 더 달고, 
문고리를 바꾸시기로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는 아파트 동에 도둑이 들었으니 조심하라고 
방송을 하겠다고 합니다.
도둑질 당할 뻔 할 때에는 조용하던 옆집 
개가 지금 짖으니 참 야속하기만 합니다.



CCTV를 파괴한 범인이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거치적거리는 게 있어서 부쉈답니다. 
갓 제대한 젊은 남자라고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그 사람을 잠정 범인으로 지목하고 계십니다.


부디 일요일까지는 별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한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한밤중에 문이 잠기지 않은 집을 찾아 들어가 



연쇄살인을 하던 범인의 말.



'문이 잠겼다는 건 환영받지 못 한다는 뜻이잖아요.' 






3. 어느 마을의 폐가

(경고) 사진주의







내가 소년시절, 
나와 친구A, B 에게 일어난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의 여름방학이 끝나기 3일전, 
우리는 근처 공원에 매일같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석양에 하늘이 붉게 물들었을때쯤



"슬슬 집에 갈까?" B가 말했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와 둘이서만 살고 있었던 A는




"조금만 더 놀자!!" 라며 우리를 잡았다.




통금시간이 있던 B는 내일 또 같이 놀면 된다고만 
말하곤 집으로 가 버렸다.B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자, 
언제나처럼 A는 나에게 B의 흉을 보기 시작 했다.



"진짜 분위기파악 못하네..."



벌써 어두워 져 버린 공원에는 나와 A 둘뿐.


A의 이야기에 대충대충 동조 하면서도, 속으론 


'나도 빨리 집에가지 않으면 나도 부모님께 혼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걸 눈치 챘는지 A는 약간 짜증내는 얼굴로 말했다.




"너도 집에 가고싶으면 그냥 집에 가!!"




심술부리는 A의 태도에 약간 짜증이 났지만, 
시간도 시간이었기 때문에 자전거에 올라 탔다.


막 페달을 밟는 순간




"나 저번에 폐가를 발견했는데..." 


A가 내 등에다 대고 말했다.




어차피 A가 집에 가지 말라고 꼬드기는거라고 
생각하곤 난 그냥 가려 했지만




"나 있다가 밤에 그 폐가 탐험해야지~" 


라고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폐가 탐험

흥미는 있었지만, 우선 부모님께 혼나기 싫었던 나는



"A야, 너도 빨리 집에나 가라!!" 


라고 외치곤 집으로 향했다.


속으로 


'A자식, 혼자갈 용기도 없는 주제에...' 


라고 생각하면서.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며 뒹굴거리고 있었을 때 였다.

따르르르릉 하고 전화가 울리고, 전화를 받아보니 
수화기 너머에는 A의 어머님이었다.




"니네집에 A 없냐?" 


A 어머님의 화난듯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A라면 아직 공원에서 놀고있을 텐데요." 

라고 대답했는데, 

대답하기가 무섭게 


"뚜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A 어머님의 태도가 몹시 기분나빴지만, 
A가 집에 안 갔다는 것을 알고는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밤도 깊어서 잠자리에 들자 하루 종일 뛰어놀았던 
피로 때문인지 금방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날 흔들어 깨우면서 물었다.



"A네 어머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A가 어제부터 집에 오질 않았다면서. 
여기에 없냐고 걱정이 많네... 
무슨 일 있었어?"



또 A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A라도 밖에서 밤을 새운것은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혹시 어제 정말 혼자서 
그 폐가에 가서 무슨일이 있었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B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일인지 설명을 하자, 
B의 집에도 비슷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우선, 항상 만나는 공원에서 B와 만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A랑 다시는 놀지 말라는 엄마때문에 아침부터 시끄러워 죽는줄 알았다."



B가 피곤한듯한 얼굴로 말했다.



"근데 A어머님도 좀 이상하지?" 

라고 내가 말하자



"응... 그래도 뭔가 알것 같기도 해..."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B가 말했다.




"응? 알것 같기도 하다니, 무슨 말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우리도 A를 찾아봐야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셋이서 항상 함께 놀던곳을 다 돌아다녔지만 
결국 A는 아무곳에도 없었다.
일단 공원으로 돌아가서, 물을 마시고 좀 쉬고 있었더니
공원 옆을 A의 어머님이 차를 타고 지나갔다.



우리를 발견하고는 자동차의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지나가는데, A가 집에 오지 않았던게 
우리 탓이라고 생각하는것 마냥 



충혈된 눈으로 우리를 째려보면서 서서히 지나갔다.



찻속이라서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는것도 같았다.



"아.. 무서워..." 

B가 말했다.



나도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제 내가 집에 간 다음에 A가 너한테 뭐라고 말한거 없었어?" 



B의 질문과 동시에 나는 손뼉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 


난 폐가 이야기는 씻은듯이 잊고 있었다.

어제 A가 말한 것을 B에게 말하자



"폐가... 그 폐가를 말하는걸까...?"




B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딘지 알아? 알면 가보자!!" 


라고 내가 말하자


"싫어... 별로 가고싶지 않아..."


난 가고싶지 않다는 B를 향해서 넌 A가 걱정도 안되냐고, 
넌 친구도 아니라며 반 강제로 끌고 갔다.



싫은 기색을 하면서도 앞장선 B를 뒤따라서 자전거로 
약 한시간 정도 달렸을 때, 
도로도 더이상 포장 되어 있지 않고 흙먼지가 
일어나는 비포장 길로 바뀌었다.



"이 앞에 있는 마을인데..." 


비포장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곳에 멈춰서 B가 말했다.


우거진 숲에 가려 주의를 해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작은 마을이 눈에 띄었다.



"야, 여기 혹시... ㅇㅇ마을 아니야?"



"...응, 맞아."



B가 오기 싫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기는 어른들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던 마을 이었는데, 
작은 마을이라고 듣기만 했었지 실제로 와 본것은 처음이었다.
마을의 가옥은 반 이상이 꺼져가는 허름한 집이었고,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누더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었다.


(사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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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명의 노인들이 우리를 발견 하고는 
멈춰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친 거친 증오가 여기까지 전해져 
올 정도로 강한 시선이었다.



잘 보면 마을 입구에 우리나라의 국기가 아닌 작고 
너덜너덜 해 진 깃발 하나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 폐가라는게 이 안에 있는거야?" 

나는 물었다.



"아니, 이 마을 근처에 있는 산 중턱쯤에 있어." 

라고 B가 목소리를 낮춰서 대답했다.



"거기까지 가려면... 이 마을 안을 통과해야 하는거야...?" 

난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응."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몇명의 
주민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릴만큼 무서웠지만, 
친구 걱정이 더 컸다.
우리는 이를 악물고, 수상하게 보이지 않을정도의 
속도로 있는듯 없는듯 자전거를 몰았다.



될 수 있는 한 눈은 마주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금 지나가자, 몇명의 노인들이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자전거를 탄 우리를 발견하고서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더니, 
역시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못 본척 하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을 벗어났을때쯤 B의 
자전거가 갑자기 멈추었다.
B는 굴러떨어지는듯이 자전거에서 내려, 
길갓쪽으로 달려갔다.



"야! B! 왜그래!? 뭐하는거야!?" 


갑작스런 B의 행동에 놀라서 묻자 
B는 웅크린채로 길가에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어디가 아픈거야??" 


등을 문질러주면서 말을 걸자



"저.. 저기..."




B가 눈으로 가리키는곳을 보자... 


머리가 잘려나간 닭 수십마리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그 밑에는 피로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물론 그걸 보고는 나도 메스꺼움을 
견디지 못하고 토했다.


우리는 정신없이 그곳에서부터 산까지 단숨에 도망쳤고, 
숨좀 고르기 위해 산의 입구보다 약간 윗쪽의 숲이 
우거진 나무 그늘에 숨어 앉았다.



"B야... 그 폐가가 이 산에 있다고 해도... 
과연 A 혼자서 이런데에 올 수가 있을까?" 


라고 묻자.



B는 살짝 눈을 피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올 수 있어..." 


라고 대답했다.




"그래? 나같으면 절대 못 오겠는데..."




"너 진짜 몰라?" 

B가 갑자기 정색하고 물었다.



"뭘?"



내가 그렇게 되물은 순간 이었다.
몇명의 노인들이 마을쪽에서 산 입구로 올라오는것이 보였다.



"야!! 숨어!!!"



우린 우거진 수풀 속에서 눈만 빼꼼히 내밀고 정황을 살폈다.




커다란 낡은 자루 하나를 노인 여러명이서 
들고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노인들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기분 나쁜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쟤들 뭐래는거야?" 


B에게 물었다.


"야, 그것보다 저 사람들 폐가쪽으로 가고있는것 같은데...?"



할 수 없이 무서움을 참고 노인들 뒤를 약간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조금 걸어가자 B가 말했다.



"야, 저게 그 폐가야."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B 너는 여기를 어떻게 아는거야?" 

라고 물었다.





"응? 아~ 너랑은 6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친하게 지냈잖아? 
나랑 A는 3학년때부터 친했거든. 
여기도 그 때 쯤에 와본곳이야."



어릴때부터 별짓을 다 하고 다녔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폐가쪽으로 눈을 돌리자, 
노인들이 곧 무너질듯한 폐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B와 나도 발소리를 죽이면서 폐가의 뒷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안쪽에서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많은 남자들이 
화를 내고 있는듯한 목소리.



"야, 여기 창문... " 


조금 떨어진 곳에서 B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창문쪽으로 다가가자 더럽혀진 창문 너머로 안쪽이 조금 보였다.



아까 보았던 노인들이 있고 방 중앙을 향해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면서 무엇인가를 말 하고 있었는데 
방 가운데 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 B, 제일 중요한데가 안보여..."



"내가 방 한가운데가 보이는곳좀 찾아보고 
올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봐."



 라고 하고선 B는 몸을 숙인채로 폐가의 
다른 창문을 찾으러 가 버렸다.



폐가 속에서 들려오는 노인들의 알수없는 목소리가 
커질때마다 내 심장은 터질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고...





"악!!"





B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가 속의 사람들도 한 순간 조용해 졌지만, 
못 들었는지 금세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B의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곧 B가 보였다.
B는 앉은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울고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B, 무슨일이야? 괜찮아?"




B는 미친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애써 목소리를 죽이고 울고있었다.
떨고있는 B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조심스럽게 폐가 속을 보았다.



아까와 같은 크기정도의 창문이 있었고, 안을 보자 
노인들은 무엇인가를 에워싼 듯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그 방의 중앙을 보고 떠들고 있었다.



껄껄껄 웃는 사람도 있고,
 화난듯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묘한 광경에 소름이 돋았다.



남자들의 시선의 끝에는 동그랗게 둘러 쌓은 목책이 있었고, 
그 안쪽엔 깃털같은것이 있었다.
목책의 안이 보이질 않아서 옆에 있던 상자를 딛고 
올라가서 보았더니




끔찍한 모습의 A가 보였다.




옷은 벗겨지고 얼굴에는 맞은듯한 상처가 보였다.


앉은채로 양손과 양발이 묶여 있었는데, 
아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인채로 손과 발을 
나무 쐐기로 바닥에 박아 놓았다.


A의 바로 옆에는 닭처럼 생긴 새가 한마리 있었지만, 
닭보다 몇배는 커서 닭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새가 난동을 피우면서 깃털이 날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의 다리엔 작은 칼날이 묶여있었고, 
A는 배에서 옆구리 까지 커다랗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A가 경련하는 박자에 맞춰 피가 옆으로 튀고 있었다.



엄청난 광경을 보고 공포감에 휩싸여 B와 같은 자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겨우 정신을 차린 B가 내 손을 잡아 당기면서 말했다.



"도망치자."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 곳에서 도망쳐 왔다.

자전거를 숨겨놓은 곳 까지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우리는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도중에 그 마을을 통과했지만, 모두가 폐가에 가 있는지, 
어둑어둑 해 진 시간의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집까지는 아무리 빨리 가도 1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시골이라서 파출소 같은곳도 없고 아무리 멀어도 
우리는 집가지 가야만 했다.



입에서 단내가 넘어올만큼 
자전거를 몰아서 집까지 온 우리는, 
보았던것을 엉엉 울면서 부모님께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뭐라는지 알아듣지 못할정도로 
오열하면서 우리를 때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조금 있으니 경찰차 몇 대가 집 앞으로 왔는데, 
그 중 한대에는 A어머님이 타고 있었다.



아버지가 경찰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는 
순간 A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증오로 가득찬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B를 아버지와 함께 집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오자, 
친척들과 할머니까지 집으로 와서 나를 혼내기 시작했다.



두어시간이나 쓴소리를 듣고 마루에서 혼자 
의기소침 해 있는 내 옆에 경찰서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와서 앉았다.




"너는 아직 애라서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 봐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너희들이 갔던 곳은, 우리나라이지만 우리나라가 아닌곳이다. 
도로도 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전봇대 하나도 없었지? 
사는 꼴도 봐서 알테지만 사는 집도, 
입는 옷도 정상적인게 하나라도 있더냐? 
저런식으로 몇대씩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기는 우리랑은 전혀 다른 문화와 풍습이 있는거야.
 그 마을 사람들에게 '이쪽' 에 사는 사람들은 
적으로밖에 보이질 않는것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아버지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그들이 '이쪽'으로 나온다면 
반갑게 맞아줄 준비를 하고 있지. 애들은 학교에도 다닐 수 있고, 
어른들에겐 일도 시켜줄 수 있다. 
실은 예전부터 저 마을에서 나와 '이쪽'에서 
우리와 똑같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 
니 친구 A와 그의 어머니도 그렇단다. 
아직 니들이 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적에 
A를 데리고 A 어머님께서 '이쪽'으로 나왔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쪽에서는 '이쪽'으로 나온 사람들을 
배신자라며 배배꼬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A는 어릴적부터 놀았던 곳이라서 '이쪽'으로 나온 후에도 
자주 그곳까지 놀러 갔던 모양이지만, 그의 어머니와 마을을 
떠났을 때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찍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거의 이해를 못 했지만,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알아들은 척을 하면서 들었다.



"A의 어머니는 이번에 A가 저런 일을 겪게 된 것이 
니네들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이 놀아주지를 않고 A를 따돌리는 바람에 
A가 그곳에 까지 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역시 우리와는 뭔가 생각이 다르다고나 할까, 
피해망상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것은 너희들이 걱정할 일은 아닌듯 싶다. 
하지만 다음번에 애들끼리 또 그 마을 근처에 
갔다가는 용서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곤 방으로 들어가 주무셨다.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이불 속에 누워서 
아버지께 들은 말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몸과 마음이 피곤함의 한계를 넘었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날 B와 항상 만나던 공원에서 만났다.


A는 구조 되었고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그 전날 있었던 일이나 A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놀았고, 
석양이 물들음과 동시에 여름방학이 끝났다.



개학을 하고, 
우리는 A가 전학을 간 사실을 알았다.


어디로 전학을 갔는지 어떤 선생님에게 물어도, 
가정사가 있어서 전학을 간 것이기 때문에 
가르쳐 줄 수 없다고만 했다.



그리고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어른이 된 우리는 10년전 그 마을에 가 보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가 보았던 그 마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큰 고속도로가 되어 있었다.



폐가가 있던 산에는 그 고속도로의 터널이 뚫려서, 
자동차가 내는 바람소리만이 귀를 자극했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그날 우리가 보았던 그 증오에 찬 눈빛 그대로..





어딘가 에서 '이쪽' 을 노려보고 있는것은 아닐까.


- 끝 -




덧추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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