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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토시의 전설 (feat 동물귀신)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2023.12.08 13:37조회 수 4345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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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유 gerrard 님 / 판 잘생각해봐요 님

 

 

 

 

전역을 남겨 논지 석달정도 되었을 때였나. 외출을 나간 적이 있었어.


사적인 건 아니고 검문소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간 거였지. 물론 맛난 것도 사먹고 한 시간 정도는 농땡이도 쳤어.


볼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길가에서 할머니 한분이 토끼를 팔고 있더군.. 주먹만한 작은 토끼 있잖아.


정말 1초도 안결려서 그 중에 한 녀석과 난 사랑에 빠지게 돼!!


떼 한곳 묻지 않은, 눈보다 더 하얀 털을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요염하기 그지 없는 체리빛이었어.


정말 첫 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걸까??


"하..할머니...얘 얼마예요??"


"팔천원인데 군바리니까 칠천원만 내..."


아~~~친절하신 할머니...."군바리니까"...ㅠㅠ

 


실망했다면 미안해.


사랑을 돈으로 사는 그런 남자였어. 나란 남자.


"할머니..솔직히 얘 얼마나 오래 살아요?"


"한 2년?? 너 하기 나름이지?? 먹을꺼 아녔어?"

 

하~~이런 막장 할머니 ㅠㅠ

 

나는 내 월급의 70프로에 달하는 거금을 과감하게 질렀고 할머니는 친절하시게도 나의 그녀??(난 그녀라고 믿었음)를 까만 비닐 봉다리에 담아 주시더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의 이름을 짓기에 정신 없었더랬어.

 

팔에 올려 놨을 때, 그 포근한 감촉도 너무 좋았고 또 당시 즐겨듣던 일본 락밴드중 엑스제팬이란 밴드가 있었는데, 보컬이름이 토시였거든.


똥자루만한 작은 키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보컬이었지.

 


그래 넌 앞으로 토시야...나만의 토시.

 

검문소로 그녀를 데려와서는 수줍게 소대장님 앞에 내밀었어.


"저..이거 사왔습니다.."


"머냐???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키우게?"


"네...허락해 주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자지러져 웃던 소대장님은 중대장님께 안 들키게 조심하라며, 허락해주셨지

 


하지만 나만의 토시는 나만의 토시가 아니었어. 모든 초소원들을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

침상에 똥을 처 싸질러놔도 서로 웃으면서 치워주고...

 

첨에 미끄러운 침상에 적응을 못해 대짜로 엎드린 채 못일어나고 낑낑대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상상이나 돼???

 


하지만 우리는 밤이 되면 이별을 해야만 했어.


플라토닉....이라서기 보다는, 자다가 내 몸에 깔리는 것도 걱정스러웠고, 무엇보다 호랭이보다 무서운 중대장님의 눈을 피해야 했거든.


밤이되면 상자에 담아서 쓰지 않는 창고에 있던 독서실용 책상 윗칸에 살포시 넣어놓고..


물론 야식도 함께..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도 하기전에 토시에게 달려갔지.


눈에 붙은 눈꼽은 안중에도 없이 소중한 토시를 안고 식당으로 내려가는거야.


그러면 이미 취사당번병이던 지호(가명)가 정성스레 당근을 이쁘게 깎아놔.


나는 맛있게?? 짬밥을 먹고 토시는 내 다리 위에서 당근을 먹고.


쉬는 시간에 침상에 누워서 내 가슴팍 위에 올려놓으면, 다른 토끼들처럼 웅크리고 자는게 아니라 대짜로 팔다리 쭈욱 뻗은 채 내 심장에 자기 귀를 가져다 대곤 잠이 들어..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사건이 있기까지는.

 


하루는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있었어.


별 잘못도 없이 우리 초소원들이 상부에게 박살이 난 거야. 정말 잘못한것도 없이.


그 때 상황근무(보통 고참급이 서)를 봤던 나는 특히나 많이 깨져야 했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할말조차 할 수 없었지.


딱 두명 있던 고참들과 소대장님 마저도 내게 와서는 니 잘못 아닌거 아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 해줬고.


그날 처음으로 토시를 다른 후임병 손에 넘겼어. 너무 피곤하고 만사가 다 짜증났거든.


"경원아 (가명) 우리 토시좀 재우고 와 줄래??"


그러고는 잠이 들었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날 처음으로 토시에게 먼저 달려가지 않았어.


촉...


너무나 소름끼칠 정도로 토시에게 가기가 싫더라고.


토시와 동거를 한 후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고는.. 담배 한 대 피고 창고로 향했지..

 


슬프게도, 내 느낌은 빗나가질 않았더랬어.


후임병이 숨 쉴 틈을 안 만들어 준 채, 넣어 놨던거야.


난 그날 사람이, 눈물이 그렇게 많다라는걸 알 수 있었어.


두 시간 동안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려댔고, 초소원들은 엄청난 긴장을 했지.


특히 전날 밤 토시를 데려다 놓았던 그 후임병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말년병장이 소리까지 내가면서 울고 있었으니.

 

두시간을 울다가 일어서서 혼자 나와선..터벅터벅 걸어갔어, 약국으로...

.

.

.

.

.

불어 터질대로 불어터진 눈두덩이를 하고는 입을 겨우 열었어.


"아저씨...박카스 상자 한개만 주심 안돼요?"

 

설마 무슨 상상들 한거 아니지???

내가 농약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

 

검문소로 돌아와서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입을 뗐지.


"경원아...괜찮아...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지호야...당근 하나만 예쁘게 깎아줄래? 우리 토시 가면서 먹게??"


이 말 하는데 또 눈물이 어찌나 흐르는지... 하~~옛날 생각에 또 눈물이 흐르네....


암튼....


바카스 상자에 담긴 토시품에 예쁘게도 깎인 당근을 안겨주고는 검문소 부근을 계속 돌아보다가 제일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찾아서는.. 돕겠다는 초소원들을 무시한 채 혼자서 땅을 깊게 파 내려갔고. 그렇게 난 토시와 작별을 하게 된 거야.

 


불어터진 눈두덩이가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로 며칠이 흘렀어.

 

앞으로 얘기해 줄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얘기하자면, 검문소 주변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나봐.


경찰차가 몇 대 오고, 형사 차도 출동하고..


같이 검문소에서 복무중인 전경애한테 물어봤는데, 아마도 살인사건 같다고..


자세한 건 자기네한테 말 안해줘서 모른다고 하더군..

 


그 일이 있고는 또  이삼일이 흐른 어느 날 밤이었어.


자다가 한기가 너무 들길래 눈을 떴는데,

창문 밖에 어떤 여자가 대롱대롱 걸친 자세로 상체만 우리 내무실쪽으로 들여놓은 채 코를 킁킁거리고 있더라고.


하얀 얼굴에 핏기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는. 아니 오히려 심줄이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듯 해보이는 푸르스럼한 그런 얼굴이었어.


우리 내무실은 2층인데..


무슨 냄새라도 맡는 듯 해 보였어.. 결국 슬금슬금 기어서 내무실로 들어오더군.


이리저리 살피다가 가장 막내였던 이등병 몸에 올라타서는 계속 그 친구의 몸에 코를 대고 킁킁대는거야.


그러더니 막 분하다는 듯 자기 머리를 움켜쥐고 막 흔들다가 다시 냄새를 맡고..


이번엔 그 이등병 친구 몸을 잡고 마구 마구 흔들어 대는거야. 마치 로데오를 경기를 하는 카우보이마냥..


그러다가 또 냄새를 맡고..


이런 행동들이 약 2~30분간 지속 된 듯 해.


그 가여운 이등병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듯, 끙 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더라고.. 


하지만 침낭을 바로 눈밑까지 치켜 올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너무 무서워서 숨소리까지 참아내야만 했지.


한참을 그렇게 괴상한 행동을 보이던 귀신은 근무 교대 때문에 누군가를 깨우러 오늘 발자국 소리에 맞춰서 창문으로 기어 나가더군.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에도 찾아오더라고.


이번엔 어제 괴롭히던 이등병의 바로 안쪽에 누워서 자던 일병애에게 다가가 그짓을 하더군.

 

그 다음날엔 또 다음사람.

 

그 다음날엔 또 다음사람.

 

참고로 군대는 짬밥 낮은 사람이 바깥쪽에서 자거든.


하루는 어제 귀신이 올라타고 있던 상병놈 하나가 입을 여는거야.


어젯밤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자는 내내 식은 땀이 나고 결국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에 담이 결렸다면서, 근육통을 호소 하더군.


아마도 일 이등병들은 짬이 딸리니까 얘기를 못 꺼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나까지는 열 네명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공포스러운 밤은 이주에 달하도록 매일 찾아 왔고, 결국 내 차례가 된 거야.


누워서 많은 생각을 했어. 잠을 자야하나. 아니면 휴게실에서 담배나 피우며 밤을 세워야 하나.

하지만 하루에 네 시간 정도 밖에 못자면서 매일같이 근무를 서는 상황에서 밤을 세우는 건, 귀신을 보는것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었어. 


결국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지.

 

그리고 꿈을 꾸는데.. 배경이 내무실이네 쉬붤 ㅠㅠ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가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아니나 다를까, 여지없이 한기와 함께 창문밖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더군.


그리고는 슬금슬금 기어 들어오는거야.


그러고는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오는데..

 

근데 갑자기!!!!

 

내무실이 점점 밝아지더니, 하얀 빛으로 뒤덮이는 거야...


순간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그 귀신은 그대로 서 있는데..


그 귀신 뒤에....


상상이나 돼??



집채만한 토끼가 ㅡ,.ㅡ;;;;



웃기지?? 나도 웃겨ㅋㅋㅋㅋㅋ


자작이라면 이런 병맛스러운 자작을 하진 않았을꺼야;;;


집보단 좀 작았어 사실.


딱 코끼리 만하더라.



그 하얀 토끼가 갑자기 귀신을 덥썩 물더니 우걱 우걱 씹어먹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 순간에 모든  공포는 몽땅 잊은 채 "토시야!!!"를 외치며 잠에서 깨어났어.

 


12월의 추운 밤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제일 바깥쪽 창문이 열린 채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고, 다시 한번 토시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흘러내렸던 아련한 기억이 있어.

 

물론 그녀는 두번 다시 내무실에 나타나지 않았어.


아마도... 토끼똥이 되었겠지.


생각해보니 그녀도 쫌 가엽다.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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