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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군대괴담

여고생2016.08.01 16:22조회 수 91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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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적부터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체질이었습니다.

대낮부터 방구석에 잘린 목 3개가 놓여 있는 걸 본다던가, 개집 안에 시커먼 누군가가 들어 있는 것을 본다던가 말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들은 제가 군대에서 겪었던 기이한 체험들입니다.

1.

2008년, 제가 모 사단의 155mm 자주포병으로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등병 때였습니다.

저는 새벽에 상병 말년이었던 사수와 함께 막사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사수는 복도 중앙에서 현관을 바라보며 라디에이터 위에 걸터 앉아 졸고 있었고, 저는 사수 맞은편에서 좌우 복도를 살피며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에 있는 행정반 문에서 시커먼 사람이 빠져 나와 바로 앞의 5 내무실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취침 시간 이후의 모든 상황은 당직 계통 보고 하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저는 사수를 깨웠습니다.

[J 상병님, 지금 누가 5 내무로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니가 가서 확인해봐라.]

저는 즉시 대답하고 5 내무실로 향했습니다.

5 내무실의 문은 오래 되어서 잘 열리지 않는데다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크게 나는 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고 안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었습니다.

머릿수를 세서 인원 확인을 마치고, 맞은 편의 행정반을 슬쩍 살폈더니 행정반의 당직 계통은 모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J 상병님, 확인해 봤는데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누가 화장실을 다녀온 모양입니다.]

[그래? 당직 사관 자냐?]

[그렇습니다. 전부 자는 것 같습니다.]

[알겠다. 난 2 내무실 가서 좀 누워 있을테니까 이상 있으면 와서 깨워라.]

그리고 J 상병은 2 내무실로 비척비척 들어갔고, 전 혼자 남아 근무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이상한 곳에 미쳤습니다.

분명 5 내무실의 문은 닫혀 있었고, 열 때 소리가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소리 없이 들어갔던 그것은 도대체 뭐였던 것인지...

게다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복도 중앙을 거쳐야 한다는 것마저 생각 나서, 저는 근무가 끝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2.

저는 특이하게 귀신이나 이상한 것들을 볼 때 검거나 하얀 두 종류의 모습으로만 보입니다.

검은 것은 뭔가 음울하고 움직임이 재빠르고, 하얀 것은 볼 때마다 크게 놀라게 되고 왠지 스르륵거리며 움직이더군요.

굳이 구분하자면 검은 것은 일부러 제 앞에 나타났고, 하얀 것은 우연히 보게 된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일은 군대에서 일병을 막 달았을 때의 여름 밤이었습니다.

탄약고 경계 근무 시간이 되어서 불침번이 깨우는 것을 듣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는데, 오른쪽 창문에서 뭔가 스멀스멀거리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창문을 힐끗 봤더니, 창 밖에 보이는 식당 입구로 새하얀 사람이 스르륵 움직여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빠르게 환복을 마치고 행정반에서 근무 교대 신고를 하기 전에 당직 사관에게 제가 봤던 것을 보고했습니다.

그렇지만 근무가 끝나고 다시 행정반에서 근무 교대 신고를 하던 저는 일병 주제에 벌써 귀신 장난이나 치냐는 갈굼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식당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당 문은 밤이 되면 자물쇠로 굳게 잠궈두며, 자물쇠에 이상은 없었고 열쇠는 행정반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봤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3.

마지막은 병장이 되고, 슬슬 제대 날짜를 세기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어느날 밤에 잠을 자는데, 잠결에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결이었지만 [아, 오늘 근무하는 애들 고생 좀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지금도 꿈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상한 일은 바로 다음 순간 일어났습니다.

옆에서 소곤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불침번이 다음 근무자를 깨워서, 다음 근무자가 일어나 환복을 하는 소리가 같았습니다.

곧 이어 장비들을 착용하는 소리도 천둥 소리 속에 섞여 들려오더군요.

그것이 밤새도록 몇번이고 이어졌습니다.

너무 시끄러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왕고로서 한마디 하려고 눈을 살짝 떴는데, 환복을 하는 도중이었는지 침상 위에 서 있는 병사들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비 오는 날 고생하는데 이해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휴, 고생이 많구나.] 라고 한마디 하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잠결에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알게 된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전날 하도 천둥 번개가 심해서, 탄약고 초소 근무자의 안전을 고려해 근무 투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 내무반에서 불침번 근무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탄약고 근무가 취소되어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날 폭우 속에서 경계를 섰던 병사들은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그 [감사합니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지금도 그 때 제가 시끄럽다고 화를 냈다면 어떤 일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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