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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바보형사를 아시나요?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2023.12.19 13:41조회 수 646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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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도 실화입니다. 제가 현재도 지내고 있는 동네에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인데요, 아마 이 동네 사시는 분들 중
제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아실겁니다. 바보형사.."






내가 처음 바보형사를 알게 된 것은 유치원에 막 입학하기 시작하면서 였다. 그리고 그의 존재감은 말로 못할 정도로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있었는데. 딱히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엄마~~! 다른 애들 다 가지고 다닌단 말이야! 나도 골드런!!”


“얘가 진짜? 이 연호. 너 자꾸 징징대면 바보형사 한테 데려가라고 할 거야?!”


“치! 엄마 미워!!”


그렇다. 바보형사는 마치 현재 영 유아 아이들이 ‘도깨비전화’ 에 겁을 먹듯, 당시 우리에게 바보형사란 귀신과도 같이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언제부터 시작 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바보형사 에 대해서 아주 그럴싸한 소문이 존재 했었는데. 그는 왕년에 아주 잘나가던 천재 형사였다고 했다. 어느 날 범인을 쫓던 중, 5층짜리 주공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범인이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한 단지의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고 한다. 그에 형사는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옥상 까지 쫓아 올라갔고. 난간 앞에 서있는 범인에게로 몸을 날려 뛰어가던 중, 아뿔싸... 범인은 몸을 옆으로 피해버렸고, 형사는 난간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목숨은 건졌지만 5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떨어진 이후로 정신이 망가져 그 뒤로부터 생긴 별명이 바로 ‘바보형사’ 라는 것이다.




자 그럼, 바보형사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인간은 누구나 뜨거운 청춘을 보냈을 것이고, 또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당시 내 나이는 열여덟.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꽤나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친구들만 해도 오후 10시만 되어도 그들에겐 통금과도 같은 시간이었기에. 대부분 학생들이 지금처럼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부모님께 어디서 놀다 오겠다, 누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리면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기에. 다른 이들에 비하면 나름 편하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세게 빨지 말고, 조금만 빨아봐. 그리고 쓰읍~”



내게 담배를 가르쳐준 친구다. 뜻밖에도 그 친구는 남자가 아닌 여자 였으며. 내게 처음으로 담배라는 것을 알려주고, 피워보게 해준 친구였는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콜록 콜록! 으.. 야 이딴 걸 왜 피워; 아 맛 존나 이상해.”


“푸흡. 병신 말레 피면 아주 죽겠다 너?”


오마샤리프. 아마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적 까지 팔던 담배였지만. 현재는 찾기도 힘든 담배인 듯하다. 담배를 처음 배울 땐 기침만 나오고 대체 이런 것을 왜 피우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담배를 처음 피워보고 불과 2틀이 지난 후에 다시 담배를 피웠을 때는 난 그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쌉싸래한 목 넘김 끝에 담배 특유의 구수함이 담겨져 있었으며.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게 만드는 요상한 어지러움이 나를 유혹했다.



“오. 이건 시원해!! 오 개신기한데?”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박하담배를 처음 피워본 자 에게는 신세계가 아니겠는가. 난 그렇게 내 손가락에 담배를 끼워놓고 점점 음지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에게 궁금증을 품기 시작했다. 주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얼굴이 늙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는데. 담배를 어떻게 구입하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근데 너 민증도 없다면서 담배는 어떻게 뚫어?”



그러자 그녀가 나를 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왔다.



“쳇. 애들은 가라~”



“아 뭐야. 알려줘 봐 나도 좀 써먹게.”


난 끈질기게 물었다. 담배를 사는 방법에 대해서. 이친구가 없으면 담배를 못 피웠기 때문에 스스로 담배를 사서 피우고 싶었다. 나름 짜릿함이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너... 바보형사 알지?”



그리고 그녀가 말한 비법은 바보형사 였는데. 웬 생뚱맞게 바보형사 이야기를 꺼내나 싶었지만. 그녀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저쪽에 신호등 건너면 놀이터 있잖아, 학교 끝나고 가면 바보형사가 항상 거기 벤치에 앉아있거든? 그럼 옆에 앉아서 담배 좀 사다달라고 돈 주면 지가 알아서 사와. 존나 대박이지 않냐?”



이런 쉽고도 좋은 방법을 이제야 알려주다니. 내심 그녀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믿기지가 않았다.



“그냥 돈만 주면 사다준다고?”



“아 근데 사람을 좀 밝혀... 내가 가서 얘기해야 돼.”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불편해 보였다. 둘 사이에 뭐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뭐 어차피 난 그녀에게 돈을 주고, 그녀가 바보형사 에게 다가가 담배를 사달라고 말하면 내게 담배가 들어오는 것이니. 한층 마음이 놓였다. 무엇보다 집에서 밤늦게 담배가 생각이 날 때면 상당한 곤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 이었다.



“나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마치는 대로 와~”



그녀였다. 우리 교실까지 친히 찾아와 바보형사가 있는 놀이터에 먼저 가 있을 테니 청소가 끝나면 곧장 오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



“야야야야~~ 내 것도 내 것도!! 말멘~”



그리고 그녀에게 돈을 쥐어주며 박하담배를 대신 사다달라고 이야길 하고 있었다. 처음 그 담배를 맛본 이후 멘솔 에 푹 빠져 현재까지도 나는 멘솔이 아니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아~따 사내새끼가 무슨 멘솔을 좋아하냐”



그저 서로 웃어넘겼고, 나는 청소가 끝나는 대로 곧장 바보형사가 있다던 놀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녀도, 바보형사도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기다리다 지쳐 간 것인가 생각을 하고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생각에 잠시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그녀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이 누나가 담배 들고 갈 테니까 딱 거기 앉아있어라ㅋ]



[뭐야? 나 보이는 겨? 어디 있는데?]



그리고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를 앉아서 기다렸을까. 그녀가 대뜸 젖은 머리를 하고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샤워 하고 온 거야?? 말을 하지. 혼자 삽질 했네”


“어~~? 담배 피우기 싫으세요??”


“아아아 농담. 농담!!”


우리는 서둘러 으슥한 골목을 찾아 헤맸고, 적당한 위치를 골라 좁아터진 골목에 쭈그려 앉은 채로 맞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문득 그녀가 내게 말을 꺼내오기 시작했다.


“야.. 근데 바보형사 있잖아 진짜 바보 맞냐? 가만 보면 정상인 같아.”



“나 어릴 때 엄마가 해준 얘기로는. 범인 잡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서 병신 된 거래. 그럼 말 다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생각을 하는 듯 보였고,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녀에게 그런 건 왜 묻냐 며 질문을 던졌는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야? 담배를 너무 잘 사줘서?”


“야. 우리 친구지? 그치?”


“뭔데 또~”


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녀는 내게 가히 놀랍고도 소름 돋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진짜 소문나면 너부터 죽일 거야! 내가 사실 바보형사 한테 몸을 팔고 있어.”




“뭐????!!”



나는 얘가 줄담배를 피우더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생각했고, 그녀는 들어보라며 내 입을 틀어막았다.



“몸을 팔고 있는데. 돈을 안주고 담배 받는 거야. 처음에 내가 담배 좀 사달라니까 이 아저씨가 자기 집에 같이 가재. 담배 준다고. 그래서 갔지? 근데 웬걸? 치마 벗어서 보여주면 담배 한 보루를 주겠다는 거야. 그래서 난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벗었다? 근데 그 아저씨...
확실히 이상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정상인처럼 잠깐 기다리라며 무슨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손에 뭘 들고 있더라고. 보니까 콘돔이야...”




“....너 미쳤어? 지금 장난치는 거지?”



난 애써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고, 거짓이 아니라 해도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고만 싶었다. 하지만.



“야 솔직히 뭐 어떠냐? 콘돔도 끼고 했고, 한번 할 때마다 담배 한 보루씩 준다니까?”



“너 그래서 늦게 나온 거냐? 머리 젖은 것도 그 집에서 샤워 한 거고???”



“응. 진짜 가만 생각해보니까 정신에 이상 있는 사람 같지가 않아. 네가 할 때 봤어야 돼. 진짜... 아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막 미치게 흥분한 사람처럼 신음소리를 내는데. 아 진짜 정상 같더라니까”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그녀와 점점 사이가 멀어져 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바보형사, 그는 과연 진짜 바보 였을까? 어쩌면 바보인척 행동하면서 수차례... 여학생들을 데려다가 이상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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