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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초닷샛날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2023.12.19 13:41조회 수 644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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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할머니께서 제가 어릴적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라 한번 써봅니다. 설정은 아니구요. 할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 그대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최대한 가깝게 써봤습니다.*




현재는 그 지역의 대부분의 도로를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을 했지만, 그때 당시엔 온 길이 죄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였다고 한다. 할머니 나이 19살. 그때는 그 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사회였기에. 할머니께선 참으로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가셨는데.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첫째 아들인 우리 아버지를 낳고 나서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너무 밤늦게 다니지 마셔요.”



늦은 오후,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농민들을 돕는 일을 하고 계셨다고 했지만, 현재로 따지자면 어떤 직업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날은 할아버지께서 시내에 볼일이 있다며 나가셨는데. 기와로 지붕을 만들고 통나무로 기둥을 세워 만든 한옥에 갓난아이와 둘만이 있자니 왠지 모를 스산함이 느껴지셨다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만 갔고, 어느덧 저녁,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시내에 나가신 할아버지가 걱정이 된 나머지, 결국 할머니께선 아이를 등에 업고 먼 길을 나섰다고 했다.


마을에서 시내까지 걸리는 거리는 차로 가도 4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인데. 현재로 따지자면 잠실에서 종로까지의 거리인 셈이다. 차도 없던 시절, 할머니는 그 먼 길을 걸어 가셨다고 했는데. 마을을 벗어나 이제는 도저히 오두막도 보이지 않고 그 어떤 불빛도 보이지 않는 곳에 다다르자, 등에 업은 내 아버지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근새근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울기에 놀란 할머니께선 아이를 살살 달래며 천..천히 길을 계속 가셨는데. 두어 시간쯤 걸었을까, 그제야 시내 초입 부분에 다다르셨다고 한다.



“어디보자~ 아부지 어디 가셨나~”



아이에게 말을 걸어 달래면서 차근차근 할아버지가 가셨을만한 곳을 찾고 계시는데. 사람 하나 없고 바람만 불어대니 슬슬 할머니께서도 무서워지기 시작하셨다. 행여 할머니가 찾으러 오는 동안에 귀가를 하신건가 생각도 들었지만, 당시 마을로 가는 길은 그길 하나뿐이었기에. 반드시 중간에서 마주치는 게 정상이라 했다. 하지만 암만 둘러봐도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술에 취해 어디 쓰러져 있는 건 아닌지 하고 이곳저곳 모두 살펴보았지만, 할아버지는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네... 분명 시내 나간다고 하셨는데 어딜 가신게지.”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군가 할머니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서동 덕”


(서동마을에서 온 사람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은 모두 서동 댁 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것이 사투리로 풀이하여 서동 덕.)



“....누 누구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잘못 들 은거라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래를 부르셨고, 할아버지를 찾는 것은 그만두고 어서 집에 돌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그런데.



“서동 덕.”



돌아가려고만 하면 부르고, 다시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점점 할머니의 공포심은 극에 달해져만 갔고, 안 들리는 척 혼잣말을 일삼으며 걸음을 빨리 옮기고 계셨다고 한다.



“나...나가 시방 잘못 들은 것이여. 하믄! 그라제... 시상에 구신이 어딨당가...”



“아이 서동 덕.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라고 뛰 간가.”



순간 목소리에 할머니는 온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고, 슬슬 뒤를 돌아 살펴보자 할머니 앞에는 뜻밖에도 같은 마을에 사시는 동갑내기, 송 씨 집안의 사람이라고 했다.



“음마?! 송 샌 아니어라?”



(일본에서 남자이름 뒤에 상을 붙이듯, 일제의 잔재가 남아 그것이 이 지방 사람들 사투리로 풀이하여 ‘샌’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시: 이샌, 송샌, 박샌.)




그때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혼자 가기 두려웠는데 마침,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것도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을 만났으니. 할머니께선 그보다 더 다행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어디 갔다온가, 이 늦은 시간까지.”



반가운 나머지 할머니께선 목소리를 크게 내시며 어디를 다녀오는 일인지 묻자, 그가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 서동 덕, 나랑 목욕이나 하고 가세”



뜬금없이 목욕을 하자니. 그것도 혼인을 마친 몸을 가진 여성에게 할 소리란 말인가, 곧장 할머니께서는 호통을 치셨다고 했다.



“옴메메?? 천벌 받을 소리를 하고 있구마잉. 어데 외간남자하고 같이 목욕을 한다요. 오메 남사시러워라.”



그러자 송씨 할아버지가 다시 대답을 했다.



“그라지 말고, 저~ 아래 밑에 내려가서 목욕이나 하고 감세. 날도 덥잖소.”



참 이상했다고 했다. 대대손손 독자집안으로 마을에서 으뜸인 송씨 집안의 사람이 어찌 이런 부끄러운 말을 내뱉을까 하고 생각을 하시다가 이내 등에 업은 아이를 내 보이며 뿌리치셨다고 한다.



“아이 보소, 나한티는 아도 있응게. 목욕하려거든 혼자 씬나게 해블고 올라오씨오. 난 갈랑게!”




그 뒤로 할머니께선 송씨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열심히 걸으셨다고 했다. 살짝 화를 내서 그런 것인지. 왠지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면서 바람이 시원하게만 느껴지셨다고 했는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한참을 걷다 보니 너무 오래 걸은 탓인지 발목도 아프고 등에 업은 아이 때문에 등허리 쪽에서 통증이 느껴져 슬슬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시간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지금쯤 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돌아와 계실거란 생각에 마지막 힘을 다해 겨우 집에 도착을 하셨는데. 할아버지께서 헐레벌떡 나와서는 물어보셨다고 한다.



“어델 갔다 온가!!”



할아버지를 찾으러 간 줄도 모르고 이양반이 승질만 고약해서 화만 낸다고 심통이 나신 할머니께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셨다고 했는데.



“나가 얼마나 찾으러 댕겼는지 아요? 아 까지 업고서. 으휴 괜히 나갔구먼”



결국 할아버지께선 침묵을 지키셨고, 그날 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두 번째 불장난이 일어난 아주 긴 밤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다음날.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듣고도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닷새 전이라 하디야... 저짝 송 씨네 똑 나만한 것이 키도 째만 해가지고 안있디요..”



(닷새: 초하루부터 다섯째 되는 날. '5일' 과 같은 의미.)


할아버지께서 언급한 사람은 전날 밤 할머니께서 마주친 그 송 씨 집안의 사람이었다. 그에
할머니께선 전날 밤 안 그래도 마주쳤다고 이야기를 건네려던 찰나,



“술에 취했는가 어쨌는가. 시내 다리를 건너다가 떨어져 머리통이 깨져 죽어브렀다요. 쯧쯧”







할아버지께서 그 말씀을 해주신 이후로 할머니께서는 밤늦게 시내를 나가는 일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송 씨 할아버지가 떨어져 사망하셨다던 그 다리가 바로 할머니께 목욕하고 가자며 계속 끌고 가려던 그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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