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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5년전 동네 초등학교에서 본 것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2023.12.19 13:41조회 수 623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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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9년 10월 쯤 보름달 떴던 어느 밤 동네에서 헛것을 본 듯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별 일은 아닌데 자꾸 생각이 나고 아직도 떠올리면 좀 무서워요

=====

그날도 어김없이 개 두마리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지만 달고 밝고 날씨도 상쾌해 좀더 걸어나가 강변으로 장거리 산책을 나설까 하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동네 초등학교앞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모처럼 보는 보름달을 보느라 시선은 내 우측 하늘쪽을 향해있었고 학교 정문 초입 쯤에서 자연스레 달 아래 있는 학교 건물쪽으로 시선이 옮겨가게 되었다.

당시 그 학교는 생긴지 5-6년정도밖에 안되어 비교적 신축 건물. 일반 성냥갑같은 학교건물과 달리 약간 복잡한 구조건물이었다. 신축에 집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라 소문도 들은 일 없고, 너무 가까와서인지 평소에 눈여겨 본 일이 오히려 없었던 학교다.

그렇게 무심코 건물을 보는데 사진에 표시된 곳, 아마도 좌우의 두 건물을 이어주는 복도 역할을 하는 3층 창으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밤이었지만 달빛 덕인지 사람의 그림자는 검게 보였지만 또렸했다. 왼쪽 건물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걷는 모습. 아마도 순찰을 도는 것이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쳐 산책을 갈 수도 있었을텐데 왜인지 나는 좀더 또렷이 보고 싶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사람을 지켜보았다. 생김은 확인안되지만 아마도 머리모양으로 보아 파마머리 단발의 여성, 특이하게 망토를 두른 듯 한 상체까지가 보였다. 착각이겠으나 그 발걸음에 따라 또각또각하는 구두굽소리도 희미하게 들린 듯 했다.

선생님인가.
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럴리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좌우건물이나 복도 어디도 불이 켜진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왼쪽으로 걸어가 복도 끝에서 다시 몸을 돌려 오른쪽 끝으로 같은 속도로 천천히 걷기시작했다. 그저 정면만 보며 마치 모델이 걷기 연습이라도 하듯, 불꺼진 학교 복도사이를 밤 11시가 지난 시각에 여러차례 반복해 걷고 있는 여자. 고등학교면 야자인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겠지만 초등학교다. 기분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개들이 길을 재촉하는 듯 개줄을 끌어당기며 힘을 주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나는 그저 반복행동을 할 뿐인 그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하는거지? 라는 의문이 머리속에서 반복되며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는 기분이 감당하게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그 여자는 보폭이나 자세에 전혀 변함이 없이 끈질기게 같은 걷기를 반복했다. 내가 긴장해서 땀을 흘리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그 여자는 복도 중앙 쯤에서 멈춰섰다. 그리고는 몸을 이 쪽으로 돌려 복도 창틀에 양팔을 걸치고 몸을 기댄 채 내 쪽을 보기 시작했다. 그 자세로 또 그대로 정지다. 다리가 점점 떨린다. 손은 차가워진다. 개들조차 칭얼거림을 멈추었다. 난 미동않고 이쪽을 향한 그 여자를 또 한동안 보고 있었다. 야!하고 외치고 반응을 보고 싶기도 했다.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저 평범한 중년 초등학교 여자선생님같이 생긴 얼굴이면 안심하고 내 갈길을 갈 수 있었을 것 같아 버티고 서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문득 개짖는 소리에 고개를 반사적으로 돌렸다. 맞은편에서 개를 동반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아는 얼굴이라 고개를 끄덕하고는, 안도감에 학교 쪽으로 고개를 바로 돌리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리고 그대로 발걸음을 빨리 해 간단히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귀신을 봤다고 해야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뭐였지..? 하는 의문. 사람이겠지 그런데 왜 그러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 아니면 보름달에 홀려 헛것을 본건가. 수년이 흘러 다시 되짚어봐도 정체는 알 수가 없다.

(끝)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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