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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골목길

Agnet2023.12.21 14:15조회 수 987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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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시달렸으면서도 무서운 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귀신얘기를 듣는것도 좋아하고 글을 읽는것도 좋아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일일때의 이야기인것 같다.


작년 겨울 나의 친한 친구가 겪은 이야기이다.


친구는 험상궂은 얼굴과 큰덩치에 비해 별로 좋지 않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위의 오해를 종종 사는 편이다.

친구가 사는곳은 산동네인데 골목이 좁고 무슨 미로처럼 되어있어 초행자는 길찾기가 쉽지 않다.
(부산엔 산동네가 정말 많다 ㅡㅡ;;)

오전4시쯤

친구는 그날도 한잔 걸치고 비틀비틀 거리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에가려면 좁은 골목길을 통과해 가야 하는데 그곳은 두명이 채 나란히 걸을수 없을만큼 좁고
먼곳에서 아련하게 비치는 가로등불빛 외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어 정말 음침한 길이었다.


한참 술기운이 올라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가고 있는데 20미터 앞쪽에 왠 여자가 걸어가고 있더란다.
친구는 아무런 생각없이 뒤에서 걷고 있는데 여자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는 것이다.

친구는 기분이 불쾌해졌다고 한다.

남자들은 한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것이다.
여자들이 불안해하며 괜히 발걸음을 재촉하면 내가 무슨 치한취급이라도 받는 그런 기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는 불쾌했다고 한다.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걷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곤 어딘가에 전화통화를 하더란다.
아주 작은소리로 소근거리듯 말해서 내용은 자세히 못들었지만 엄마와 통화하는것 같았단다.

친구는 그 불쾌함을 떨치기 위해 빠른걸음으로 그녀를 앞질러 감으로써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짓도 안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로 했단다.

친구는 빠른걸음으로 이내 여자와 가까워 졌고 여자를 비켜가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며 여자를 추월하며 얼마나 이쁘길래 얼굴값을 떠나 싶어 여자를 보았는데


그 여자 얼굴을 보니 얼굴에

눈도 코도 없이 쭉 찢어진 입만 있었다고 했다.

달걀귀신처럼 얼굴이 아무것도 없는 민얼굴에 빨간입술...


친구는 등골이 오싹 해지면서 술이 확 깨버렸다.
마음같아선 도망이라도 쳐버리고 싶지만 그 상황에서도 체면이 걱정이 되더란다.

이번엔 반대로 친구놈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여자가 친구의 걸음걸이를 맞추며 친구를 따라오더란다.

등뒤에서 여자가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 엄마 어디야? 언제와? 나 안보고싶어? 언제올거야? 내가 갈까? 왜? 왜 안돼? 엄마 어디야?
어디냐고?! 어디야 말해! 나 안보고싶어? 언제올거야? 왜? 왜 안오는데? 응? 어딘지 말해! 말하라고!!! "

속삭이듯 조용하지만 빠르고 하이톤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떠들어 대더란다.


친구는 체면이고 뭐고 거의 뛰다싶이 (끝까지 뛰지는 않았단다.) 집에 도착해 대문을 닫고
쇳대로 걸어잠구고 먼발치에 떨어져 골목길쪽을 보았다.

뚜벅뚜벅 빠른걸음으로 친구를 따라오던 그 여자의 발자국소리가 친구집앞에 우뚝 멈춰서서
잠시 서있더니 왔던길로 다시 되돌아 가더란다.



친구가 사는 동네는 바로 우리동네다.

머지않아 그녀와 마주칠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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