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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여자아이의 비명소리

Agnet2023.12.21 14:16조회 수 1009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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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중3 겨울방학때 나의 이야기이다.


한참 농구의 재미에 빠진 나는 친구들을 불러 집근처 20분거리에 있는
공원에 농구골대에서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놀곤했다.

점심시간부터 오후시간엔 고등학생들이 골대를 독점했기 때문에
우리가 골대를 쓸수있는 시간대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때 뿐이었다.

친구들이 춥다고 잘 나오지 않자 나는 자연스레 혼자 농구연습을 할수밖에 없었다.
(나는 혼자서도 너무 잘노는 아이였다 ㅡㅡ...)

비교적 외출이 자유로웠던 나는 늦은 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나가
놀다가 새벽4시에 목욕탕 문이 열면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월 중순 새벽2시경.

나는 생일선물로 친구에게 엄청나게 졸라서 얻어낸 mp3만한 초소형 라디오를 친구삼아
농구골대가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로 그 음침한 공원에 혼자 갔는지.. 신기하다.)


혼자 슬램덩크놀이(?)에 빠져 농구연습을 하고있었다.


한참 자유투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얇고 알아들을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뭐라고 뭐라고 들렸다.

분명 내 두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고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주파수의 혼선일거라고 다시 농구연습에 집중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얇지만 또렷하게 알아들을수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야... 아야... "


" 엄마... 엄마... 아프다... @#%%&... "
(마지막엔 웅얼거리는 소리라 알아들을수 없었다.)

여자애의 우는듯 훌쩍거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자리에서 꼿꼿하게 서서 얼어버렸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 나를 쳐다볼것 같아 앞만 쳐다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아니, 분명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거고 고개를 돌리면
분명 눈이 마주칠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라디오에서 여자 디제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나는 조금씩 긴장을 풀고 농구공을 집어들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땅만보며 농구 골대에서 떠났다.

빠른 걸음으로 농구장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혼자 볼륨이 쑥 줄어들면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닌 등뒤 저 먼곳에서 누군가 육성으로


















" 끼아아아!!!!!!!!!!!!!!!!!!!!!!!!!!!!!!! "

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미친듯이 도망쳤다.

달리면서 마치 꿈을 꾸는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어두운 숲길을 헤메이는 악몽같은 그런 기분...

집에 도착한 나는 밤새 방에 불을 켜두고 마당에 잠자던 개두마리를 데리고 들어와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그 후론 농구장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기 보다는
잊혀질때까지 그 공원을 찾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8년전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 공원 바로 밑에사는 요즘 표현으로 동갑내기 썸녀 하나가 생겼었다.

술한잔 하고 집에 바래다 주면서 그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를 하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하루는 내가 그 여자에게 겁을 주려고
나 옛날에 여기서 귀신본적 있다. 라고 하면서 그때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얘기를 들은 여자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농구에 빠져있던 그해 겨울방학

소위 일진이라고 칭하는 한무리의 여자아이들이
자가학교의 왕따출신 학원친구 하나를 공원에 불러내어 괴롭혔었단다.

참다못한 그 여자아이가 괴롭히는 애들에게 저항했고
흥분한 한 일진아이가 주먹만한 돌맹이를 주워들고 머리를 내리쳤다고 했다.

일진아이들은 쓰러진 그 여자아이를 버려두고 도망을 갔고
그 아이는 과다출혈로 죽어버린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 일로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었고 나는 그 여자가 나에게 역관광을 시도한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물어보니 우리 어머니도, 형도 다 아는 얘기였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알았다면 그 공원에 안갔겠지...)


내가 들었던 소리가 아마 그 아이의 소리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무서웠다기 보다는 그때 지나가다 그여자애가 괴롭힘 당하는 곳을 지나쳤더라면
도와줬을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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